"변해야 산다"..'체험·휴식·맛집'으로 살길 여는 백화점·아울렛

옥기원 2022. 1.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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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한숨' 유통 공룡들 생존전략
새 콘셉트 도입하고 매장 리뉴얼
과감한 새판짜기로 매출 높이기
롯데 타임빌라스 의왕 획기적 설계
매장별 글라스빌·잔디광장 명소로
더현대, 카페·식음료매장 중심 배치
동탄 롯데, 젊은 부부·키즈존 중점
이마트, 가전·주류 체험매장 늘려
경기도 의왕에 있는 타임빌라스 잔디광장 주변에서 손님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옥기원 기자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기울던 중 맞닥뜨린 코로나19 유행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했다. ‘비대면 소비’ 확대로 이커머스 기업들이 고공 성장을 할 때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은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통 공룡들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진 않았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새 컨셉 매장을 출점하는 방식으로 새판짜기에 나섰다. 온라인 소비가 중심이 된 시대에도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 확대가 유통 대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믿었다. 유통 공룡들의 생존 전략은 이커머스 전성시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공원같은 아울렛 “고객 오니 매출 늘어”

지난해 9월 문을 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의왕은 오프라인 생존 전략이 가장 잘 반영된 공간이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타임빌라스는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400m 높이 바라산 자락 아래 뾰쪽뽀족 솟은 10동의 통유리 건물과 6612㎡(약 2000평) 규모 잔디광장 풍경이 공원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유리건물 글라스빌의 지하로 푸드코트가 미로처럼 연결돼 있고, 아울렛 곳곳으로 통하는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영규 영업팀장은 “5년간 칼을 갈면서 그룹 역량을 총동원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타임빌라스는 2017년 인허가를 받아 공간 기획에 들어간 뒤 3차례나 설계 계획을 갈아엎은 끝에 탄생했다. 고객들이 온라인을 벗어나 직접 찾아오게 하기 위해선 기존 아울렛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기존 틀을 깨기 위해 서울 익선동 공간을 기획한 스타트업 글로우서울과 손을 잡았다. 대형 건물 안에 매장을 배치하는 기존 아울렛 건축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별 별도 유리건물을 세우는 기획안은 두배의 건축비용이 들지만 입점 매장 수는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결단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코로나 시국에도 주말 평균 3만명 이상의 고객이 아울렛을 찾았다. 잔디광장과 글라스빌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사진찍기 명소가 됐다. 글라스빌 한 동을 차지한 카페 ‘감자밭’은 감자빵과 음료를 팔아 한달 매출 3억5000만원을 올리는 기록도 세웠다. 이 팀장은 “고객들이 찾아오니 입점 매장의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었다”며 “비슷한 규모 아울렛보다 매장 수를 100여개 줄인 공간을 공원처럼 꾸미고 골프나 캠핑 체험공간 등 곳곳에 즐길거리를 배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코로나에도 백화점 출점…체험·휴식·예술로 취향 저격

공원 컨셉으로 꾸며진 롯데백화점 동탄점 식음료 매장에서 고객들의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옥기원 기자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 더현대 서울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개점은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를 받았다.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이 2020년 기준 161조원 규모로 한해 15%이상 성장할 때 국내 5대 백화점(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AK)의 한해 매출은 28조원으로 5% 이상 줄어들고 있었다.

첫 시작을 알린 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 개점을 밀어붙인 현대백화점이다. 다만 기존 백화점과 달리 카페 같은 휴식 공간을 중앙에 배치하고 식음료 매장을 확대 편성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전 백화점이 창문과 시계를 없애 고객들을 묶어뒀다면 주요 공간에 휴식 시설과 식음료 매장을 배치해 체류시간 확대를 꾀했다. 전체 영업 면적 8만9100㎡ 중 매장 면적을 4만5527㎡만 쓰고 나머지는 휴식 공간으로 할애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축구장 2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7140㎡)의 식품관은 평일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명 맛집인 그믐족발과 태극당, 박가네빈대떡 등의 매장은 주변 직장인들이 찾는 맛집 명소가 됐다.

지난 8월에 출점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3040 젊은 부부를 정준준했다. 경기 남부 최대 규모(24만5986㎡)로 지어진 시설 내부엔 영유아 자녀를 둔 젊은 부부를 겨냥한 키즈카페와 유아동 전문관, 가족 문화센터 등이 집중 배치됐다. 산후 우울증이나 아동 심리 치료를 위한 상담 센터도 설치됐다.

진입로인 1층 공간은 미디어 아트 시설과 미술품 전시 공간이 자리했다. 명품관 외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선 대형 폭포와 파도 형상의 미디어 아트 영상이 나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일생과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3D 미디어 아트관도 운영되고 있다.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서 주민들이 쉬면서 머무를 수 있는 복합시설을 만들려는 고민이 깃든 공간이다. 롯데 동탄점은 개점 두 달여간 매출 1500억원을 올렸고, 더현대서울도 개점 석 달여간 2500억원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더현대서울 5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리뉴얼로 승부수건 대형마트…“변해야 산다”

이마트는 코로나 장기화로 오프라인 판매가 어려워진 시기에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 전략을 선택했다. 2020년에 9개 점포를 리뉴얼한 뒤 2021년에는 18개 점포를 새단장했다. 리뉴얼 매장의 특징은 오프라인의 강점인 신선식품 판매 비중을 높이고 체험형 점포를 강화한 것이다. 이커머스 소비가 많아진 비식품 및 가공식품 판매대 등을 줄여 확보한 공간에 주류 전문매장, 가전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일렉트로마트 등 체험형 매장을 배치했다. 이런 리뉴얼 작업을 통해 이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 7.6%를 기록하며 매출이 줄어든 다른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렸다.

유용무 현대백화점 홍보팀장은 “이미 경험하거나 익숙한 공산품은 온라인 소비가 중심이 되겠지만 생소하거나 가격이 높은 상품들은 오프라인에서 주로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며 “최저가 기준의 온라인 소비보다도 체험을 공유하며 더 비싼 값을 지불하려는 오프라인 소비가 유통사 수익성에도 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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