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내세워 충전기 뺀 애플·삼성..소비자들은 "비용 전가"

윤지원 기자 2021. 12. 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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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이어 삼성·샤오미도 기본 패키지서 충전기 제외
소비자들 "차라리 충전 단자 규격 통일하라"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충전기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애플의 20와트(W) 휴대용저장장치(USB)-C 전원 어댑터 (애플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말로만 환경보호다. 충전기 규격이 여러 개라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애플과 삼성에 이어 샤오미까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기본 패키지에 충전 어댑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여년이 지났다. 기업들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충전 케이블은 제공됐는데 이마저도 충전 어댑터에 휴대용저장장치(USB)-C 타입으로 연결되는 라이트닝 케이블이었다.

이후 삼성과 샤오미도 '충전기 제외' 방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S21의 패키지에서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했다. 샤오미는 미11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충전기가 포함된 제품과 미포함된 제품으로 나눠 출시했다. 앞서 양사는 애플의 충전기 제외 결정을 비판했다가 이같이 발표하면서 비난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애플은 "전세계에 약 20억개의 애플 전용 충전기가 유통되고 있다"며 "기본 패키지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애플은 자사의 '환경 보호 성과 보고서'를 내고 "충전 어댑터를 제외함으로 인해 최대 70% 더 많은 제품을 운송할 수 있게 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플라스틱과 아연 사용량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환경보호는 명분이고 원가절감이 목적 아니냐는 반론이 나왔다. 기업은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봤는데 기기값은 저렴해지지 않아 부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재 애플 제품을 사용 중인 이모씨(25)는 "충전 어댑터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뺀다는 표면적 이유엔 동의하지만 제품 가격을 그만큼 낮춰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부담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게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이 무선 이어폰, 무선 충전기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됐다. 애플의 무선 충전기 맥세이프(MagSafe)의 판매가는 5만5000원, 삼성 무선 충전기의 판매가는 제품에 따라 3만3000원에서 9만9000원까지 달한다.

기업이 환경보호의 비용을 개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애플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20와트(W) USB-C 타입 전원 어댑터 가격과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은 2만 5000원이다. 삼성의 경우 25와트(W) 충전기 판매가는 2만5000원, C타입 이어폰의 판매가는 3만3000원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지난 3월 브라질 상파울루 소비자보호기구(Procon-SP)로부터 약 1050만헤알(약 21억원)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기구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와 충전 어댑터를 제외한 기기 판매 및 불공정한 조건"을 이유로 애플에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충전기가 없는 만큼 아이폰12 시리즈 가격을 인하할 것인지 애플에 문의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이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충전기 규격을 통일하라는 말도 나온다. 충전 단자 규격이 다양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규격에 맞는 충전기를 별도로 구매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USB-C타입 단자가 새로운 규격으로 개발된 이후에도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하고 있는 애플이 독자 규격을 고수하는 것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7년째 애플 제품을 사용 중인 김모씨(29)는 "충전 케이블이 너무 여러 종류라서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C 타입으로 일괄 통일하는 게 낫다"며 "애플의 USB-C 타입 라이트닝 케이블을 쓰는 게 불편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는 충전 단자를 일원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 9월 유럽연합(EU)은 모바일 단말 충전기의 단자 규격을 통일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고자 했다. 오는 2024년부터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표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충전 단자 표준화 시 매년 1만1000톤(t)에 달하는 전자기기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하나의 단자를 의무화하는 규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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