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시달리던 여수 시민들, 호남화력 '퇴역'에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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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시민들이 국내에서 가장 노후한 석탄발전소인 여수국가산단 호남화력 1·2호기가 퇴출당하자 '만성적인 대기오염을 줄이는 계기로 삼자'며 반겼다.
29일 여수시와 한국동서발전 등의 말을 종합하면, 여수산단 석유화학공장 100여곳에 전력을 공급해왔던 호남화력 1·2호기가 31일 공식적으로 임무를 중단하게 된다.
호남화력 1·2호기는 애초 1973년 여수시 월내동 터 49만㎡에 유류발전소로 준공됐지만 1970년대 두 차례 중동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1985년 석탄발전소로 개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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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시민들이 국내에서 가장 노후한 석탄발전소인 여수국가산단 호남화력 1·2호기가 퇴출당하자 ‘만성적인 대기오염을 줄이는 계기로 삼자’며 반겼다.
29일 여수시와 한국동서발전 등의 말을 종합하면, 여수산단 석유화학공장 100여곳에 전력을 공급해왔던 호남화력 1·2호기가 31일 공식적으로 임무를 중단하게 된다. 호남화력이 발전을 멈추면서 여수산단에는 광양~여수 간 34만5천㎸급 순환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이 공급된다. 호남화력과 협력업체 직원 320명 중 209명은 다른 업무로 재배치되고, 81명은 잔류해 석탄 원료 제거와 대체발전 준비 등에 나선다.
호남화력 1·2호기는 애초 1973년 여수시 월내동 터 49만㎡에 유류발전소로 준공됐지만 1970년대 두 차례 중동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1985년 석탄발전소로 개조됐다. 올해 말까지 48년 동안 14만5153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 총발전량의 4분의 1에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호남화력은 석탄을 원료로 쓴 탓에 한해 4500여t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등 골칫거리로 꼽혔다. 발전소 주변지역 5㎞ 안의 삼일·묘도동 주민 3800여명은 만성적인 미세먼지에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여수 원도심 주민들도 오동도 쪽 바닷바람을 타고 오염물질이 남쪽 중앙동까지 내려온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환경단체는 시설이 낡아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오염 저감이 어렵다며 ‘시민이 석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석탄을 태울 때 나는 연기가 굴뚝 위로 높이 치솟아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며 “제대로 된 환경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48년 동안 산업입국이라는 미명 아래 석탄발전이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 발전소는 10여년 전 2배 증설을 추진하면서 여수를 격랑 속에 몰아넣기도 했다. 동서발전은 2011년 노후시설을 대체해야 한다며 인근 공유수면 52만7천㎡를 매립해 발전량을 500㎿에서 1000㎿로 증설하려고 계획했다. 여수지역 시민단체 7곳은 서둘러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저지에 나섰다. 주민 여론이 들끓자 여수시와 여수시의회는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승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증설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정부가 2016년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폐지를 결정하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건설년도가 가장 앞선 호남화력 1·2호기의 퇴출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여수산단의 전력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지난 1월로 예정됐던 퇴출이 광양~여수 간 송전선로 미비로 연말까지 미뤄지자 다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동서발전이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 발맞춰 이곳에 2029년까지 1000㎿급 천연가스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여수 시민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이제야 여수가 2012년 박람회의 정신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했다. 여수시와 시의회도 발전연료의 전환과 고용인력의 승계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곽원춘 시 에너지관리팀장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대기오염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350명이 사는 안산동 호남화력 사택에 사원 가족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후속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갑태 여수시의회 의원도 “대기오염이 극심한 도시로 여수를 꼽는 이들이 많다. 여수가 이런 오명을 벗어나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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