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삼프로TV 대표 "후보 철학 깊이 알려면 끝을 봐야"

정민경 기자 2021. 12. 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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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진우 삼프로TV 공동대표
"종합 백화점식 질문, 시청자들 눈높이 못 맞춰"
"지상파보다 낫다" 호응 이끈 콘텐츠 비결은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이재명·윤석열 대선후보를 각각 초청해 경제정책을 검증한 경제 유튜브 '삼프로TV'가 화제다. 27일 오후 6시 기준 대선특집 이 후보 편(“삼프로가 묻고 이재명 후보가 답하다”) 조회수는 197만회, 윤 후보 편(“삼프로가 묻고 윤석열 후보가 답하다”)은 136만회를 기록했다. 대선후보의 경제 정책을 깊게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상파보다 낫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5일 삼프로TV가 업로드한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 콘텐츠는 두 후보가 부동산과 금융 정책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1시간30분 정도의 분량이다. 삼프로TV는 이재명 후보에게는 △저평가된 한국 시장의 원인 △산업구조 개편 방법 △주식투자 경험 △자본시장 육성 정책 △코인시장에 대한 입장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는 이유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부동산 폭등 원인 △부동산 안정화 정책 △다주택자 규제 △소셜믹스의 유효성 △증세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25일 삼프로TV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 이재명 편.
▲25일 삼프로TV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 윤석열편.

윤석열 후보에는 △저평가된 한국시장 원인 △금융범죄 대책 △공매도에 대한 입장 △최저임금제에 대한 입장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입장 △부동산 정책 평가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입장 △공급 대책 △분양제도 문제점 △부동산 세제에 대한 입장 △양극화 해결책 △자영업자 대책 등을 질의했다.

후보들이 각 질의에 대답하면 다시 그에 관한 질문이 뒤따르고, 길게는 한 질문에 대한 응답이 10분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누굴 뽑아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지상파 방송이 아닌 삼프로를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삼프로TV가 언론으로서 등대 역할을 해줬다”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후보 섭외,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편성문제로 유튜브 채널에 비해 영상 전략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삼프로TV의 대선특집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27일 이진우 삼프로TV 공동대표와의 전화 인터뷰로 콘텐츠 기획 의도와 뒷이야기 등을 물었다. 이 대표는 2011년부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고 있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조각난 미디어 보도, 두 후보 생각 알기 어려워”

콘텐츠 기획 의도에 이 대표는 “삼프로TV는 대선 후보 이슈가 정책 이야기여야 한다고 봤다. 그 중에서도 경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두 후보가 경제 정책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을 해소할 방법이 적었다. 두 후보 생각이 미디어를 통해 조각조각 흘러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각 후보 생각이 참모 아이디어인지, 후보 자신의 아이디어인지, 또 각 이슈에 어느 정도로 깊이 있게 생각했는지, 후보 공약에 대한 부작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유권자들의) 궁금증이 많았는데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우리는 그런 부분을 들어보려고 했다. (섭외에 응한 만큼) 두 후보도 이 취지에 공감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프로TV의 이진우 공동대표.

이번 콘텐츠는 지금까지 TV토론 출연에 부정적이었던 윤 후보가 출연했다는 점에도 차별성이 있다. 이 대표는 “섭외에 대해서는, (우리가) 열심히 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후보가) 섭외에 응한 곳도 있고 응하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왜 그런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두 후보도 정책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들어오는 질문은 정책과 무관한 개인사 등에 집중되다보니 답답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이 대표는 “후보에게 그저 종합백화점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에 그 답변'이 된다”며 “다양한 매체가 공조해 다양한 기회를 많이 만들다보면 깊이 있는 질문이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앞서 토론이라고 하는 걸 보면, 질문을 하나 던지면 답변이 하나 나오고,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나열식의 질의응답은 철학의 깊이가 있는 후보와 단기 공부한 후보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제대로 된 토론을 하려면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답변이 나오면 그 답변에 대한 재질문, 재답변, 재재질문, 재재답변을 통해 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방송사 등에서 개최하는) 형식적 질의응답 형식의 토론을 개선해야 할 것 같다”며 “미디어들이 각자의 생각과 방향성이 있다고 해도 대선후보 토론에서는 중립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그렇지 못한 이유는 실력이나 깊이 문제라기보다 진영 논리가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언론의 진영논리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프로TV.

“포맷없는 유튜브, 깊이 있는 이야기 가능”

이번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가장 주의한 것으로 이 대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꼽았다. 그는 “어느 쪽으로부터 한 쪽에 유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굉장히 신경썼다. 두 후보 말 모두 충분히 들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청자 반응이 큰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포맷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이 대표는 “지상파의 경우 시간에 따라 편성을 해야 한다. 편성 포맷이 있다보니 한 질문을 길게 물어볼 수 없고 답변을 충분히 듣기도 어렵다”며 “유튜브는 편성과 포맷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를 기획해 올리면 시청자들이 알아서 판단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후보 맞토론이 아니래도 후보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매체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방송사나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삼프로TV와 다양한 매체가 공조해 환경, 복지, 성장과 양극화 이야기든 특정 이슈를 깊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후보들이 밝힌) 정책 내용에 대한 평가는 나 스스로 내렸다. 그러나 이를 밝히게 되면 중립성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안철수, 심상정 등 다른 후보들과도 같은 포맷으로 토론을 진행할 것”이라며 “여러 언론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매체가 편향되지 않고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후보들도 마음 편히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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