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프로타고라스'.. 조국·시민만을 생각한 지도자 페리클레스

기자 2021. 12.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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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 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⑩ 대통령의 자질

위대한 철학자 스승 모시며

열린 마음으로 끝없이 공부

도덕 갈고 닦는 수신의 달인

아테네 최고 전성기 꽃피워

“아테네는 그의 시대에 가장 위대했다.” 서양문명이 학문과 예술, 건축, 정치 등 거의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모범으로 삼는 고전을 쏟아냈던 시기에 아테네는 그 중심이었고, 고전기(Classical Age)의 아테네를 이끈 지도자가 페리클레스였다. 그는 아테네 모든 시민이 의회에 나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법정에 나가 판결을 내리며, 시정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 아테네 민주정을 급진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면서도 그의 정치적 카리스마는 독재자의 것에 비해도 손색이 없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아테네의 정치에는 민주정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 권력은 제일인자인 페리클레스의 손에 있었다.”

그의 역량은 철저한 공부와 자기관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청렴결백했다. 그리스말로 ‘아도로타토스’라고 표현됐는데, ‘선물에 마음이 가장 흔들리지 않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이기적 욕망을 버리고, 오직 조국 아테네의 부강과 함께하는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아테네인들은 그의 판단과 정책의 공공성을 의심하지 않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게다가 그는 아테네 역사상 최고의 연설가이기도 했다. 그의 말에 시민들은 감동했고, 고무돼 한마음 한뜻이 되곤 했다. 그는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탁월한 지식인들을 멘토로 영입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페리클레스의 최고 스승이었다.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따르면, 페리클레스는 그의 숭고한 철학과 고상한 통찰에 심취했고, 그에게 배움으로써 그 영혼은 고결해지고 말은 고상해졌다고 한다. 비천한 사람의 막말이나 천박한 농담은 그에게서 찾을 수 없었다. “조용한 행동과 단정한 옷매무새, 단호하면서도 온화하게 다듬어진 목소리는 군중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의 장점 가운데 연설가로서의 탁월함은 그의 곁을 지키던 또 다른 스승, 소피스트였던 프로타고라스에게서 온 것이었다.

페리클레스의 초청으로 아테네에 온 프로타고라스가 당시 아테네를 주름잡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만났다. 플라톤의 작품 ‘프로타고라스’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담아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잠깐 엿보자. “프로타고라스 선생, 당신과 함께 지내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나와 함께 지내게 된 그날, 그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겁니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고요. 나날이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 겁니다.” “아, 그래요? 무엇에 관해서 나날이 좋아지는 거죠?” “잘 숙고하는 것에서죠. 집안일과 관련해서 어떻게 자기 집안을 가장 잘 경영할 것인지, 또 나랏일과 관련해 어떻게 나랏일들을 가장 유능하게 실천하고 말할 것인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당신과 함께라면 좋은 시민이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 기술은 ‘폴리티케’라고 불렸다. ‘정치의 기술’이라고 옮겨도 되지만, 본래 뜻은 도시국가 폴리스에서 ‘시민으로서 잘 살아가는 기술’이다.

페리클레스가 바로 이 기술에서 프로타고라스의 수제자였다. 그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지도자로서 탁월하게 행동하고 말했으니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 열린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도덕적 품격을 갈고 닦아내는 수신(修身)의 달인이었다. 비록 소크라테스는 페리클레스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직접 교육하지도 않았고, 자기처럼 훌륭하게 키워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페리클레스가 그로 인해 정치적 타격을 입진 않았다.

심지어 그가 당대 아테네 사교계의 여인이었던 아스파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고 혼외자까지 낳았음에도 이 또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스파시아로부터 파르테논 신전 건축을 비롯한 문화정책에 관한 조언을 받아 이룬 성취는 치국(治國)의 측면에서 페리클레스의 또 다른 장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우리 시대를 위대하게 만들 지도자는 누구일까?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 지도자를 선택하고 육성해야 하는가?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스스로를 만들어나가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페리클레스를 생각하며 우리의 미래를 위한 답을 헤아려 본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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