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내 마음을 받아 줘.. 이웃과 환경까지 생각한 선물이야

송혜진 기자 2021. 12. 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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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주고 받아도 마음 편하게.. 연말에 뜨는 '가치 선물'
제주 편백수로 만든 천연 탈취 정화수 제품 ‘희녹(hinok)’. 이 제품의 홀리데이 에디션은 손뜨개 목도리를 목에 감고 있다. 쉽게 버리지 않는 포장재를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hinok

제주 편백수로 만든 천연 탈취 정화수 제품 ‘희녹(hinok)’의 박소희(41) 대표는 연말 선물용 제품을 출시하면서 쓰레기가 가급적 나오지 않는 포장을 고민했다. 팀의 막내가 이때 떠올린 것이 한겨울 가로수에 둘러주는 나무옷이다. 여기에 착안해 제품 스프레이 병을 감싸는 손뜨개 목도리를 만들었다. 앙증맞고 따스해 보일 뿐 아니라 함부로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하기도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니트 섬유 디자이너 ‘화아’에게 디자인을 부탁했고, 경기도 구리에서 손뜨개 공방을 운영하는 김봉자 할머니에게는 만드는 작업을 맡겼다. 지역 주민과 손 잡고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다. 박 대표는 “상생이나 환경보호 같은 말까지 쓰는 건 민망하지만, 기왕이면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 쓴선물을 내놓고 싶었다”면서 “손뜨개 목도리에 쓰인 털실은 자연 방목한 양에서 채취했고, 표백처리를 하지 않고 염색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물을 사용한 것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가치 선물’이 주목 받고 있다. 연말에 선물을 주고 받을 때도 주변 공동체와 환경에 끼치는 영향까지 신경 쓰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 잇따라 나오는 추세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을 지향하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 각종 쓰레기와 자투리를 활용해서 생산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모아놓은 선물 편집매장도 속속 생기고 있다.

◇하나를 주고 받아도 마음 편한 ’가치 선물’

서울 성수동 ‘그린워커스’에서 열리는 ‘메리트래쉬마스(Merry Trashmas)’ 팝업에서 판매되는 닥터브로너스의 제품. /닥터브로너스

서울 성수동 ‘그린워커스’ 매장 1층. 31일까지 ‘메리트래쉬마스(Merry Trashmas)’라는 이름의 임시 매장을 운영한다.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제품을 주로 모아 연말 선물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키링부터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비누·화장품·액세서리를 모아 놓았다. 이곳 관계자는 “선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불필요한 쓰레기가 나온다. 이를 가급적 최소화한 제품을 연말 선물로 제안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유기농 화장품 업체 ‘닥터 브로너스’는 고체 비누 ‘퓨어 캐스틸 바솝’을 100% 재활용지로만 포장해서 내놓는다. 포장지에 새기는 글귀나 그림은 모두 수용성 잉크로 인쇄했다. 액체비누 ‘퓨어 캐스틸 솝’의 용기는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한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만 사용한다.

발트글라스의 구상나무 에디션.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위스키 유리병을 잘라 컵과 화분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발트글라스

‘발트글라스’는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병들을 활용해 컵이나 꽃병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업체다. 올해 연말에는 ‘구상나무 에디션’을 출시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제주 구상나무 군락지 복원을 위해 기부한다. 홈페이지에서 제품에 붙은 번호를 확인하면 실제 구매한 상품의 수익금이 어디에 기부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녹여서 만든 '우프 바이 베럴스'의 반려동물 배변봉투 홀더 키링. 키링 몸통으로 배변봉투 입구를 막고 키링에 달린 와이어링을 활용해 어디에든 편하게 걸 수 있도록 했다. /우프 바이 베럴스

반려동물 전문 제품을 취급하는 ‘우프바이베럴즈’는 배변봉투 홀더 키링을 내놨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녹여서 만든 알록달록한 키링이다. 수거한 배변봉투 입구를 막는 용도로 쓰인다. 와이어링을 함께 달아 어디에나 편하게 걸 수 있도록 했다.

‘희(H22)’는 버려지는 비닐을 사용해 가방이나 지갑 같은 제품을 만드는 업체다. 보통 비닐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보지만, ‘희’는 비닐이 가볍고 물과 오염에 강하다는 장점을 주목, 파우치·쇼퍼백·메신저백·화분·분갈이매트 같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도 뛰어든 ‘가치선물숍’

가치 선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대기업도 가치 선물을 모아서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친환경 제품만 따로 모아서 파는 편집숍 ‘그린 프랜즈’를 열었다. 온라인에선 ‘멜팅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임시 편집숍도 열었다. 해방촌니트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그루’의 울 니트 머플러,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아유’의 패딩코트 같은 제품을 판매한다.

패션회사 LF는 자사 온라인몰 안에 지속가능한 패션 상품만 따로 모아 판매하는 코너편집숍 ‘러스’를 열었다. 동물 성분을 쓰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아떼’,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가방 ‘플리츠마마’, 친환경 공정을 거친 유기농 면으로만 옷을 만드는 ‘스페이드클럽서울’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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