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최우수프로그램→조작 논란..시청자 분노 "진짜 골때렸다"[종합]

[스타뉴스 이경호 기자]

2021년 12월 22일 방송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위기를 맞이 했다. 조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그간 시청자들의 응원이 비난으로 뒤바뀌면서다.

지난 24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제작진은 두 차례의 공식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방송 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이었다.

'골때녀'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하였습니다. 저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고 전했다.

'골때녀' 제작진은 "땀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고 했다.

'골때녀'의 조작 의혹은 지난 22일 방송된 FC 구척장신 대 FC 원더우먼의 경기 내용이었다. 방송 후 일부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경기의 전반전, 후반전에서 양팀 선수들과 감독들의 반응 및 스코어와 관련해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방송 내용이 순차적이 아닌,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후, 일부 네티즌들은 앞선 펼쳐졌던 일부 경기도 연출된 장면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골때녀'의 조작 의혹은 네티즌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졌고, 제작진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간 출연자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왔던 네티즌들과 시청자들 중에서는 실망감을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폐지'까지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제작진이 조작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SBS는 조작 논란이 '골때녀'의 12월 22일 방송분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SBS 홈페이지 및 웨이브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고, 앞서 공개됐던 클립영상도 비공개 처리했다. 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 후 이뤄진 후속 조치였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공식 홈페이지

'골때녀' 조작 논란은 제작진이 사과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배성재, 이수근까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터진 것. 배성재, 이수근은 '골때녀'에서 팀 경기 중계, 해설을 맡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방송에서 공개된 내용 중 배성재, 이수근이 한 말들이 경기 내용과도 맞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더불어 배성재, 이수근도 조작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배성재, 이수근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에 '골때녀' 제작진은 24일 오후 다시 한 번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이번 일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출연진과 진행자 두 분 배성재, 이수근님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입니다. 촬영 현장에서 선수들의 열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신 두 진행자 배성재, 이수근 님은 이번 일과 전혀 무관하며, 두 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으니 애써주신 출연진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시청자 여러분과 출연진께 사과드립니다"고 전했다.

이후 배성재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후시 녹음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지난 1년 동안 온갖 것들을 추가 녹음했다. 녹음실에서 각잡고 하는 게 아니라 중계 도중 타임아웃 때 작가나 막내 PD가 크게 읽어달라고 하면 언제적 경기인지 모르고 보이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읽었다"고 밝혔다.

또 "그 부분이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고는 상상 자체를 못했다. 뇌를 거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읽은 건 뼈아픈 실수다. 왜 이런 흐름인지 생각하기엔 한 달이 넘게 지났다. 그 이후로도 여섯 경기가 있었고 비슷한 골이 나온 경기가 많았다. 수근이 형도 똑같이 가져다주는 것을 읽었다"라고 해명했다.

배성재는 조작 논란이 된 FC 구척장신 대 FC 원더우먼의 경기 결과(6 대 3. FC 구척장신 승리)에 대해선 사실이라고 했으며, 승부 조작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너무 충격적이다. 누군가를 비난할 생각하지 않고, 아무 말씀 못 드리겠다. 부끄럽다"고 했다.

배성재까지 '골때녀' 조작 논란에 입장을 밝힌 후에도 '골때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골 때리는 그녀들 갤러리'에서는 다수의 네티즌들이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일부는 '폐지'를 거론하는 등, 그간 즐겨본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작 논란에 휘말린 SBS '골 때리는 그녀들'/사진=SBS

'골때녀'는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에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 6월 정규 편성돼 첫 방송했다. 이후 10월 13일 방송분부터 시즌2로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호응에 시즌1에 이어 시즌2가 바로 방송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이에 지난 18일 열린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골때녀'는 8관왕을 차지했다. 수상 부문 중에는 최우수프로그램상, 감독상, 방송작가상 등도 있었다. 2021년 SBS 예능을 대표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색이 없던 '골때녀'가 '조작'에 휘말리는 문제의 프로그램이 됐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한 실제와 시간과 다른 편집 순서는 최악의 수가 되고 말았다. 일부 네티즌들이 언급하는 "진짜 골때려버렸네"라는 비난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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