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자 쉼터로! 웹툰작가&개발자 부부의 집

서울문화사 2021. 12. 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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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인 웹툰 작가의 일상은 치열하게 흘러간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표정을 주고, 선과 색과 단어로 그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웹툰 작가 소영은 데뷔작 《오늘도 핸드메이드》를 시작으로 《모퉁이 뜨개방》, 한국관광공사의 브랜드 웹툰 《오늘, 걸을까?》를 연재한 작가다.

핸드메이드를 근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소영 작가의 집에는 손으로 만든 따뜻한 물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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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소영과 개발자 호진 부부는 집에서 일한다. 둘은 각각 서재와 거실로 출근하고, 업무가 끝나면 동네를 산책하는 일상을 보낸다. 이들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동네부터 인테리어 자재와 가구까지 신중히 선택했다. 적어도 10년에서 15년 동안은 이 집이 두 사람을 위한 소우주이자 일터가 되어줄 것이다.


소영 씨의 최근작《소장》은 환경에 해를 입히기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기에 사랑스럽다는 소영 작가의 성찰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이다.

연재 중인 웹툰 작가의 일상은 치열하게 흘러간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표정을 주고, 선과 색과 단어로 그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명료하게 전하기 위해 편집팀과도 수시로 소통한다. 매일 오디션을 치르듯 콘티를 짜고, 선을 그리고, 밑색을 깔고 다시 수정하고…. 그러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흐른다. 웹툰 작가 소영은 데뷔작 《오늘도 핸드메이드》를 시작으로 《모퉁이 뜨개방》, 한국관광공사의 브랜드 웹툰 《오늘, 걸을까?》를 연재한 작가다. 그의 웹툰을 보다 보면 노란 조명을 켠 방 안에 앉아 있는 듯 포근한 기분이 든다.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느껴지는 작화와 등장인물의 다정한 말씨까지. 네이버 목요 웹툰 평점순 1위, 단행본 발간, 모바일 타이쿤 게임 출시 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만화로 위로를 받았는지 말해준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소영, 호진 부부. 따뜻한 결을 지닌 빈티지 원목 가구에 관심이 많은 이 부부는 부산의 미미화와 직구 웹사이트에서 가구를 골랐다.


베란다로 향해 있는 벽면을 타공해 빛이 들도록 시공한 침실은 오로지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다.

일과 삶이 흐르는 집 어느 아침, 소영 씨가 거실로 출근한다. 옅은 회색 타일 바닥과 1인용 패브릭 소파, 빈티지 원목 가구, 1980년대 생산된 이케아 조명이 걸린 미니멀한 공간이다. 작고 여문 손으로 종이와 세필 만년필을 고르고, 투명한 잉크 병을 열어 펜 끝에 조심조심 잉크를 묻히고 종이 위에 사각사각 그림을 그려나간다. 반대편 서재에는 남편 호진 씨가 있다. 2단짜리 서가와 업무용 책상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오후면 서향의 창에서 따듯한 빛이 들어오는 방이다. 타닥, 타닥, 경쾌한 타건 소리를 뽐내는 키보드에 손을 얹어 컴퓨터의 언어로 한땀 한땀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 오전 업무가 끝나면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직업은 언뜻 전혀 다른 결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뜨개질을 하듯 한코 한코 무언가를 완성해나가야 비로소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핸드메이드를 근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소영 작가의 집에는 손으로 만든 따뜻한 물건들이 있다. 손뜨개 코스터, 사이드보드 위 티슈 케이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하나씩 열어보는 어드벤트 캘린더…. 그의 웹툰 속 표현 그대로 손으로 만든 무언가는 ‘나만 알기엔 너무 재미있고, 나만 보기엔 너무 예쁘고, 나만 느끼기엔 너무 따뜻한’ 것이다.

동네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실의 창. 부부는 일이 바빠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날에도 이곳에서 바깥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동네의 미감 《모퉁이 뜨개방》을 연재하던 10개월간, 소영 씨는 일주일 내내 하루 12시간씩 일을 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콘티를 짜고, 선과 색을 입히는 작업을 모두 혼자 하다 보니 자신을 돌볼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집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면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아 번아웃이 오기 쉬워요. 그 무렵 남편도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홈 오피스로 기능할 주거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이들이 생각한 이상적 홈 오피스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주거 지역이 밀집한 조용한 동네일 것, 두 사람이 종일 한집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도록 집기를 최소화 한 공간일 것, 집에서도 바깥을 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을 것. 성북구의 한 아파트는 이들이 찾던 집이었다. 오래된 한옥 단지가 즐비했던 동네에는 대학가, 성곽길이 있고 십수 년 된 노포들과 아파트 단지, 근대식 한옥 주택과 유적지가 섞여 있다. 부부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품은 데다 특유의 적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닌 집에 매료됐다.

동네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실의 창. 부부는 일이 바빠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날에도 이곳에서 바깥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웹툰 작업은 대개 거실에 자리한 컴퓨터에서 한다.

일에 잠식되지 않는 재택근무자 이들은 오래된 아파트의 거실에 자리한 커다란 창을 옛 서울의 정겨운 풍경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이 걸려 있는 듯한 집으로 고쳤다. 비가 올 때, 눈이 올 때, 노을이 질 때 가장 아름답다는 창밖 풍경을 병풍처럼 두른 이 집에서 두 사람의 일상이 고요히 흘러간다. “식사 시간을 빼고는 각자의 일에 몰입했다가, 저녁 때면 함께 성곽길이나 도서관으로 산책을 가요. 일하는 동안 집안일에 신경을 덜 쓸 수 있도록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를 들여서 이런 일상을 보내는 게 가능해진 거죠. 가구도 최소화해 두 사람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집으로 만들었어요.” 소영 씨와 호진 씨는 언젠가 또 한 번 번아웃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지친 마음을 집에서 보듬고, 회복할 수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소영 씨는 텀블벅을 통해 또 하나의 만화집 《소장》을 출간했다. 오롯이 팬들을 위해, 그리고 그 자신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컴퓨터 작업을 최소화하고, 하나하나 세필로 그려 손맛이 살아 있다. 그가 만든 또 하나의 핸드메이드나 다름없다. 이 집에서, 이 만화를 그리며 작가가 얻은 위안과 평화는 또 누군가에게로 잘 전해질 것이다. 손으로 만든 얼기설기한 물건에 애정을 느끼는 사람, 손으로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에게.

거실에 앉아《소장》과《모퉁이 뜨개방》을 보고 있는 부부. 소파 곁에는 소영 작가가 손으로 직접 바느질한 티슈 케이스가 있다.


소영 씨의 대표작이기도 한 《모퉁이 뜨개방》은 텀블벅을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서점에서 구하는 게 힘들어 독자들이 웃돈을 주고 중고장터에서 거래를 한다는 소식에 소영 작가는 내년 초 2쇄를 결정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과 다이닝 룸.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살 집으로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미니멀하게 꾸몄다.

에디터  : 박민정  |   포토그래퍼  : 김덕창  |   디자인‧시공  : 카멜스페이스 디자인 스튜디오(www.camelspa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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