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수용소서 태어난 걸작.. 청중은 음표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기자 2021. 12.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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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월 15일, 독일 북동부 지역 괴를리츠의 한 포로수용소.

영하 20도에 달하는 혹한의 날씨였지만 약 5000명의 프랑스군 포로와 나치 독일군 장교가 음악 연주를 듣기 위해 수용소의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포로수용소의 생활은 추위와 배고픔, 공포로 참담한 나날이었지만 메시앙은 지금이야말로 생명력과 인간성 회복을 위한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1941년 1월 15일, 괴를리츠 포로수용소 강당에선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초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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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올리비에 메시앙

파이프 오르간 1시간 레슨 후

일주일만에 바흐곡 연주한 신동

31세때 독일군 포로… 혹독한 삶

바이올린·클라리넷·첼로·피아노

4중주 작품 만들어 연주회 열어

1941년 1월 15일, 독일 북동부 지역 괴를리츠의 한 포로수용소. 영하 20도에 달하는 혹한의 날씨였지만 약 5000명의 프랑스군 포로와 나치 독일군 장교가 음악 연주를 듣기 위해 수용소의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난방기구 하나 없이 차디찬 무대 위로 4명의 음악가(포로)가 등장했다. 첼로의 에티엔 파스키에, 클라리넷의 앙리 아코카, 바이올린의 장 르 불레르 그리고 남루한 군복을 걸친 사나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피아노에 자리했다. 바로 ‘현대 음악의 성자(聖者)’라고 불리는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이었다.

메시앙은 프랑스 아비뇽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하던 영문학자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메시앙의 음악적 재능을 간파했고 그가 10세가 되던 해에 정식 음악교육을 받게 해 준다. 그리고 불과 1년 뒤인 1919년, 메시앙은 11세의 나이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해 마르셀 뒤프레와 파울 뒤카에게 작곡을 배웠다. 그가 처음 파이프 오르간을 접했을 때 단 한 시간의 레슨을 받고 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바흐의 오르간 곡을 능수능란하게 연주해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21세가 되던 1929년, 메시앙은 파리 트리니테 성당(성 삼위일체 성당)의 오르간 차석 연주자로 취임하고 1931년에는 상임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됐다. 작곡가로서도 활발한 연구와 창작에 매진했는데 특히 동서양의 리듬과 미분음(반음보다 작은 음정을 사용하는 음악), 새소리의 음악적 묘사에 열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31세의 메시앙은 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독일군에게 붙잡혀 전쟁포로 신세가 된다. 포로수용소의 생활은 추위와 배고픔, 공포로 참담한 나날이었지만 메시앙은 지금이야말로 생명력과 인간성 회복을 위한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메시앙이 뛰어난 작곡가라는 걸 알았던 독일군 장교 하우프트만 카를 알버트 브륄은 그에게 노역을 면제해주고 대신 연필과 종이를 줘 작곡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당시 포로수용소에는 첼리스트 파스키에, 클라리네티스트 아코카, 바이올리니스트 불레르가 함께 수용돼 있었는데 메시앙은 이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실내악의 편성으로는 이례적이지만 당시 연주가 가능한 악기가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뿐이었기 때문에 이들로 구성된 4중주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1941년 1월 15일, 괴를리츠 포로수용소 강당에선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초연됐다. 연주를 위해 독일군이 내어 준 첼로는 줄이 하나 모자란 세 줄뿐이었고, 고물 수준의 업라이트 피아노는 눌러지지도 않는 건반이 더 많았지만 4명의 음악가는 혼신을 다해 50분간의 연주를 이어나갔다.

훗날 메시앙은 이날의 초연을 이렇게 회상했다. “지금껏 그 어떠한 청중도 그들처럼 높은 주의력과 이해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 메시앙은 파리로 돌아가 파리음악원의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또한 세계 각지를 돌며 새소리를 채보해 새소리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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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곡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메시앙의 대표작이자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실내악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요한계시록 10장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으로 그리스도가 재림하기 전 세상을 향한 심판의 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총 8악장으로 1악장 수정의 예배, 2악장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보컬리제, 3악장 새들의 심연, 4악장 간주곡, 5악장 예수님의 영원성에 대한 찬양, 6악장 일곱 대의 트럼펫을 위한 광란의 춤, 7악장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무지개 무리, 8악장 예수님의 불멸성에 대한 찬양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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