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에게 자유를"..메타버스에서 뜨거웠던 케이지프리 페스티벌 [참가기]

고은경 2021. 12. 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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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더타운서 강연·체험프로그램·기자회견도
공장식 축산 폐해와 케이지프리 달걀  알려
2,731개 기업  케이지프리 선언..한국도 동참을
"사람들이 좀 더 싼 달걀, 고기를 찾는데 이건 마치 신용카드를 긁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싼 것 같지만 나중에는 기후위기 등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황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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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열린 동물자유연대 케이지프리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케이지에 갇힌 닭을 풀어주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21일 오전 10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메타버스(디지털 가상공간)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개최한 케이지프리(Cage free∙방사사육) 페스티벌황윤 영화감독이 등장했다. 야생동물과 농장동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황 감독은 이날 강원도의 한 농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 '돈수'의 성장과정과 채식을 어려워하는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을 담은 생활밀착형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제작 과정과 산란계 농장 방문 기록 등을 통해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농장동물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가상공간 속 강의실에 앉은 참가자들은 강의를 경청하며 채팅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키보드로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황 감독의 강의가 끝나고 아바타를 강연장에서 '세리머니 존'으로 이동시켰다. 강연장에서 오른쪽 출구로 차례차례 나가면 된다는 주최측의 설명이 더해졌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에선 들을 수 없는 설명이었다. 세리머니 존으로 이동시키니 세계적인 케이지프리 운동 연대체인 OWA(Open Wing Alliance)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엔젤 라우의 강연이 이어졌다.

엔젤 라우 OWA 아시아 지역 담당자가 한 해 50억 마리의 닭이 1조 개의 달걀을 낳는다는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자연 제공

OWA는 63개국에서 각국 80개 동물단체와 연계하며 케이지프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라우는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우는 "연간 50억 마리의 닭이 1조 개 이상의 달걀을 낳는다"며 "이 가운데 60%가 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이끌어 낸 케이지프리 성과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산업의 점진적 개선을 통해 동물학대가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우리의 선택이 50억 마리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닭의 한살이를 비누로 만들고, 닭과 병아리 그리는 샌드아트 체험도

동자연은 닭이 모래목욕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샌드아트 키트를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발송했다. 키트를 활용해 샌드아트를 완성한 모습. 고은경 기자

두 차례의 강의가 끝나고 아바타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봤다. 각각의 전시부스에 들르자 케이지프리에 대한 설명, 동자연 보호소인 '온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의 소식을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아바타를 'KAWA 파크'로 이동해 달걀부터 병아리, 닭이 되는 과정을 비누로 만들어보는 비누 만들기와 모래를 활용해 닭과 병아리 그림을 만드는 샌드아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재료는 이미 우편으로 받아 놓았다.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30분 단위로 진행됐고, 활동가들의 설명을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비누와 샌드아트를 만드는 동안 산란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채일택 동자연 정책팀장은 "닭이 모래목욕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샌드아트 키트를, 산란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 위해 닭의 한살이를 비누로 만들어보는 키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화면을 통해 비누 만들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동자연 제공

이후 OX 게임존에서는 케이지프리 달걀에 대한 퀴즈를 풀어보는 시간이 마련됐고, 이후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통신망의 문제로 중간에 시간이 다소 지체된 부분도 있었지만 아바타를 통해 박수를 치고 춤을 추며 행사에 동참하는 형식이 흥미로웠다.


전 세계 2,731개사 케이지프리 선언... 비알코리아 등 한국도 동참 촉구

게더타운에서 열린 케이지프리 기자회견. 동자연 제공

한편 동자연은 이날 비알코리아의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에 케이지프리 달걀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 8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소유한 던킨브랜즈의 모기업인 '인스파이어'가 케이지프리에 대한 글로벌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채 팀장은 "비알코리아의 국내 케이지프리 정책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하고 공문을 발송했지만 어떠한 회신도 하지 않고 있다"며 "해당 기업들의 제품이 연말연시에 대목이라는 점과 대부분의 케이지 생산 달걀 난각번호가 4번(배터리케이지)에 해당한다는 점에 착안해 '배스킨&던킨_4지 마세요' 캠페인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케이지 달걀은 한 마리당 A4 한 장 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들이 낳은 것이다. 산란계 닭들은 좁은 케이지 창살에 반복적으로 몸이 부딪혀 깃털이 빠지거나 상처를 입고, 만성 염증에 시달리며,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른 닭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지적이 커지자 해외 다수 기업들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케이지프리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20일 현재 케이지프리를 선언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2,731개사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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