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디자인하다] 유리수와 무리수, 수학에서 만난 무한의 비밀

2021. 12. 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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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잠깐 눈을 감고 숫자를 하나 떠올려 보시겠어요? 혹시 √2(루트2)와 같은 무리수를 생각한 분이 계신가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대부분 자연수나 분수 같은 유리수를 생각하셨겠지요. 유리수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수입니다. 0과 자연수(1,2,3,…), 음의 정수(-1,-2,-3,…)를 통틀어 정수라고 합니다. 정수는 물론 유리수입니다. 정수로 만든 분수도 마찬가지로 유리수입니다. 유리수 말고 무리수라는 수도 있어요. 무리수는 정수의 비로 표현할 수 없는 수입니다. 분수로 나타낼 수 없으며, 소수로 풀어내면 규칙 없는 수의 배열이 무한히 나타나는 수입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이 무리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전해집니다.

유리수와 무리수는 모두 무한히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리수보다 무리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트럭 몇 대에 축구공을 가득 실어와 바닷가 모래사장에 뿌려 놓는다고 가정해보면, 마치 축구공이 유리수이고, 모래알이 무리수가 된다고 할까요? 무리수는 유리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유리수와 무리수로 가득 차 있는 수직선을 향해 다트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절대로 유리수를 맞힐 수 없습니다. 수직선에서 유리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0%입니다. 무리수가 100%를 차지하고 있어요. 수학적으로 유리수는 수직선의 아무런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 것이죠. 100여 년 전에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1845~1918)가 밝혀낸 사실입니다. 무한은 다 똑같은 무한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한에도 개수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살펴봤는데요. 같은 논리로, 아무리 크다고 해도 반드시 더 큰 것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작다고 해도 그것보다 작은 것이 있습니다. 동양의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보겠습니다. 중국의 고전인 맹자(孟子)의 '진심장(盡心章)'에는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를 어려워한다(觀於海者 難爲水)"는 구절이 나옵니다. 바다라는 큰 물의 존재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집니다. 물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지요. 이어서 "성인의 문하에서 공부한 사람은 학문에 대하여 말하기 어려워한다(遊於聖人之門者 難爲言)"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진리의 범위와 크기도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독일의 수학자인 미하엘 슈티펠(Michael Stifel·1486~1557)은 "무리수는 무한의 구름 속에 숨어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유리수보다 훨씬 더 많은 무리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바로 떠올리는 수는 유리수입니다. 일상에서 무리수를 쓸 일은 거의 없지요. 우리의 인식 너머에 더 큰 세상이 존재하는 겁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은섭 '10일 수학(중등편, 고등편)' 저자·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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