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는 거 알아" 75세 나훈아, 코로나 시국에도 건재한 가왕의 품격(종합)


[뉴스엔 황혜진 기자]
가왕 나훈아(75)는 건재했다.
나훈아는 12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구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Again 테스형'(어게인 테스형)를 개최했다. 서울 공연은 17일부터 19일까지 총 5회 공연으로 펼쳐진다.
이번 콘서트는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나훈아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의 라이브를 듣기 위해 남녀노소 관객들이 매서운 추위와 눈을 뚫고 모여든 것. 덕분에 인기 아이돌 가수들조차 입성하기 녹록지 않은 KSPO DOME이 빈 좌석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메워졌다.
무대에 오른 나훈아는 '아담과 이브처럼', '잡초', '남자가 사랑이 그리울 때' 무대를 연달아 선보이며 공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테스형!', '홍시', '사내', '공',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고장난 벽시계', '명자!', '잡초',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 '무시로', '청춘을 돌려다오', '18세 순이' 등 지난 55년간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은 숱한 히트곡을 정성 들여 열창했다. 가사에 걸맞은 표정 연기와 춤사위 역시 일품이었다. 공연 초반 잠시 마이크 소리가 나오지 않는 음향사고가 발생해 다소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 덕분에 되레 음원을 틀어놓은 것처럼 완벽했던 노래가 깔아놓은 녹음본이 아닌 생생한 라이브였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팬서비스도 남달랐다. '청춘을 돌려다오' 무대를 앞두고 "여러분의 청춘을 되돌려드리겠다"고 선언한 나훈아는 입고 있던 재킷을 시원하게 벗어던지고,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로 꼽히는 흰 민소매 상의에 찢어진 청바지를 매치한 옷차림으로 무대 곳곳을 누볐다. 공연 중반부에는 중앙 무대에서 돌출 무대로 이어지는 이동식 무대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원거리 관객들과도 가깝게 소통했다. 청춘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활력의 공연이었다.
무대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영원한 아이돌'다웠다. 나훈아는 "여러분. 난 날마다 운동한다. 보면 딱 알겠지 않나. 난 나잇살을 용서 안 한다. 나잇살이 이런 데(허리 뒷부분) 나온다. 전에 여기 생겨서 없애려고 난리를 쳤다. 난 여러분 앞에 재롱을 부려야 하는,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배나 나오고 나잇살이나 먹고 그러면 여러분이 어떻겠나. 딱 보는 순간 본전 생각나는 거다"고 밝혔다.
열정적인 공연에 관객들은 환호 대신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어깨를 들썩거리거나 가볍게 춤을 추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포착됐다. 나훈아는 "여기까지 오셨는데 마스크를 하고 박수만 치고 있으려고 하니 이것도 참 웬만한 일이다. 혼자 가만히 생각을 해봤더니 그래도 무슨 소리라도 해야 하는데"라며 "우리 서로 말을 놓자. 내가 말을 하면 무조건 입을 다물고 '음', 노래를 불러도 '음'이라고 소리라도 내야. 지금부터 서로 말을 트자. 집에 가서 얘기해라. 이제 나훈아랑 말 트기로 했다고"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콘서트를 강행한 이유도 밝혔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 변이종 오미크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실내 공연을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11월부터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추진 중이고, 해외 가수들은 물론 국내 일부 가수들도 이미 철저한 방역 하에 공연을 안전하게 개최하는 데 성공한 만큼 나훈아 공연도 더 이상 연기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나훈아는 "내가 다 안다. 오늘 온 분들 마스크 한 2~3개 하고, 집에서 실컷 표 사주고. '이때 무슨 구경 간다고 난리인가'라고 구박하고 가지 말라고 하고. 그럴까 봐 어디 산에 갈 일 있어서 잠시 갔다 온다고 하고 거짓말하고 온 사람 있는 거 내가 다 안다"고 밝혔다.
나훈아는 "내가 그 속을 다 알기 때문에 우리 식구들한테 '오늘 오시는 분들이 죽을 각오 하고 온 사람들인데 우리는 어찌해야겠냐고. 이분들은 한 번 죽으러 왔으니까 우리는 두 번 죽자고 했다. 오늘 잘할 거다. 진짜 잘할 거다. 우리 식구들 전부 정신 바짝 차리고.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나훈아는 "여러분. 내가 일기장을 세어 보니까 마흔한 개더라. 1년에 한 번씩 일기장을 쓰니까 마흔한 개면 41년 동안 일기를 썼다는 거다. 어젯밤에도 공연 끝나고 일기를 썼다. '참 힘든 하루였는데 예상외로 박수를 많이 쳐 주셨다. 내일은 또 어떨까. 잘 되겠지?'라고 썼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안다. 욕을 먹는 것도 알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도 안다. 근데 해야 한다. 내가 모범적으로만 잘해야 한다"며 "우리 식구들뿐 아니고 수 만 명의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아까운 인재들이 지금 배달을 하고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다. 설명은 안 드리겠다. 내가 욕을 먹으면서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오케스트라 밴드는 물론 댄서, 공연 진행요원, 보디가드 등 대규모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이날 콘서트는 철저한 방역 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안심콜은 물론 방역 패스(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혹은 48시간 내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를 의무화했다. 공연장 내부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함성 금지, 떼창 금지, 거리두기 등이 필수였다.
나훈아 단독 콘서트 'Again 테스형'은 부산, 서울 공연에 이어 대구 공연으로 이어진다. 24일부터 26일까지 대구 EXCO에서 진행된다.
(사진=예아라 예소리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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