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연말연시, 어떻게 보내야 할까

박주연 기자 2021. 12. 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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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 국민 70%가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진작에 어긋났다. 델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2월 18일부터 전국에서 사적모임을 최대 4명으로 제한하고 식당·카페 영업시간도 밤 9시까지 규제하는 등의 거리 두기 강화방안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코로나19 이전이었다면 흥겹게 북적일 연말연시를 2년째 조용히 보내게 된 것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안도했던 기대가 실망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연말연시를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은 뭘까.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장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부장이 추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마음 : 셀프 모니터링하라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제안된 에너지 프로젝트의 CEO인 토니 슈바르츠(Tony Schwartz)의 ‘마음 다루기 4가지’를 변형한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첫째는 마음 상태 모니터하기, 둘째는 마음 쉬게 하기, 셋째는 마음의 차분한 활력 불어넣기, 넷째는 긍정적인 마음의 보호막 만들기로 돼 있는 가벼운 활동이다.

김 교수는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며 지내는 것이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음의 보호막이 찢겨나가지 않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자신과의 긍정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그래, 힘든 날인데, 오늘도 기본은 충분히했다’, ‘그래, 요즘 참 버티기 힘든 날인데, 내가 잘 버티고 있다’라는 긍정적 마음의 보호막은 면역력도 높이고, 우울의 나락으로 마음이 떨어지지 않게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벗어날 수 없음과 변화 없음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엇이라도 해서 스트레스에서 탈피하는 순간의 경험을 뇌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이후 유사하거나 심지어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변화가 크거나 거창하다고 스트레스로부터 탈출이 더 잘 된다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한다. 상황에 대한 대처는 물론 변화의 주도권이나 통제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가 추천하는 작은 변화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까운 주위의 행복한 사람을 만나 목적 없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소소하고도 신변잡기적인 대화를 목적 없이 하다 보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을 갖는 게 매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상실감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 레저 등 무언가로 채우는 것으로 극복한다. 이때 크기보다 빈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해보자’는 의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돈은 상실감을 채우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선물이 더 효과적이다. 뭘 하겠다거나 사겠다는 ‘위키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는 게 도움이 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8가지 마음가짐 지침을 제시했다. 그 핵심에 대해 심민영 부장은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사회구성원 간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는 백신 접종이나 거리 두기에 관한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포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감염병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주위 사람에게 털어놓으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2 운동 : 정신력과 체력은 같은 에너지로부터 나온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정신력과 체력은 같은 에너지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다.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정신력도 같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경일 교수는 “따라서 우울감도 운동으로 상당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스 등 실현 가능한 가벼운 운동들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라고 권한다. 그는 “하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육체를 탈진시킬 정도의 움직임은 더 큰 우울감을 일으킬 수 있다”며 “호흡이 약간 거칠어질 정도의 작은 운동을 여러 번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스트레칭하기, 맨손체조, 플랭크하기, 좋아하는 가수 노래에 맞춰 춤추기, 요가, 줄넘기, 훌라후프, 자가 물리치료(마사지 볼)를 추천했다.

김현수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의 운동이 가지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시기에 약보다 좋은 운동은 3대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3대 중요성은 면역력 강화, 비만 예방, 자신감 상승의 효과들이다. 그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효과를 거두는 효율적인 방법은 홈트레이닝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에 기반을 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3가지 효과뿐 아니라 커뮤니티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반전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홈트를 위한 운동복 매출이 증가했다. 실내 운동 애플리케이션 유료 결제도 늘었다. 김 교수는 “제자리 걷기도 좋다. 스을 포함한 온갖 거실 운동을 애플리케이션과 연결하고 일정한 목표를 달성해 배지를 획득하고 여러분이 속한 커뮤니티에 보고하고 자랑하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바디프로필에 도전해보라. 바디프로필도 코로나19 시기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라”고 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3 생활습관 : 깨지기 쉬운 만큼 바로잡아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가장 큰 위기는 ‘생활습관의 위기’라고 경고한다. 이 변화는 신체적 변화지만, 우울, 불안과 관련이 깊고, 모두 심각한 수준의 건강 위험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소장 지선하)가 지난해 9~10월 20~65세 남성 768명, 여성 73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2020년 1월)과 이후(2020년 10월)의 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 건강 행동 변화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활동량(남성은 ‘신체 활동 중’ 35.9%, ‘중단’ 48.7%, ‘비활동’ 15.4%, 여성은 ‘신체 활동 중’ 29.1%, ‘중단’ 47.0%, ‘비활동’ 23.9%)은 감소했다. 음주량은 일부 줄었지만, 흡연량(월 흡연 빈도: 25.9→26.1회, 하루 평균 흡연량: 11.6→11.9개비)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가 지난 3~5월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6%가 코로나19 시기에 체중이 3㎏ 이상 증가하고 운동 빈도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면장애와 우울증의 증가로 심혈관장애 발생의 위험은 훨씬 높아졌다.

김현수 교수는 “일상생활 유지하기, 100일간 지속하기(새벽에 일어나기, 다이어트하기, 공부하기 등 목표 지속), 취미 스터디 모임 등 함께하는 프로그램 참여하기, 함께하는 앱 활동 찾아하기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시기에 깨지기 쉬운 생활습관을 잡기 위한 심리이고 권장할 만한 활동”이라고 추천한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4 자기계발 : 배우고 익혀라

대면을 줄이고 저녁에 사람들과 식사나 음주를 하는 일이 크게 줄면서 직장인의 경우 퇴근 후 책을 읽거나 그림이나 악기를 배우거나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불안감이 생긴 직장인, 주부, 자영업자 중에는 자기계발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학위 과정을 밟거나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특히 패스트캠퍼스(fastcampus.co.kr), 일공일캠퍼스(www.101campus.co.kr) 등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유료 온라인 강의도 활황이다. 쿠팡플레이는 무료 교육 콘텐츠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다물어클럽, 해커스, YBM, EBSLang 등이 제작하는 교육 콘텐츠에 이어 지난 8월에는 파고다, 에듀윌, 문정아중국어, 스탭업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콘텐츠를 새로 입점시켰다. 이들 강의는 유료로 제공되지만,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이라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5 관계 : 더 소소한 소통이 필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직장과 학교는 물론 모든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꺼리게 됐다. 대면이 줄면서 관계의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는 상황이다. 반면 온라인으로 확장된 네트워크는 과거의 끈끈하고 밀착된 관계를 좀더 느슨하고 다양한 관계로 이동시켰다. 김경일 교수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우선 벗어나야 한다”며 “직장은 물론 가족 구성원끼리도 공유하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일수록 점점 더 사회, 조직, 가정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자충수를 두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심민영 부장은 “전화나 e메일, SNS 등을 통해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코로나19 시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문제로 인해 겪게 되는 불면증이 많다 보니 코로나섬니아(coronasomnia)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코로나(corona)와 불면증(insomnia)의 합성어다. 김경일 교수는 “잠 못 드는 그 심연에는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거리 두기의 장기화로 장사가 되지 않거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근심 모두 결국에는 그 결과로 인해 내가 사람들로부터 고립될 것이라는 걱정과 관련이 된다”며 “미래의 고립에 대한 불안은 오늘밤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느껴지게 돼 강한 불면의 고통을 겪게 한다”는 것이다.

수면 전문가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음식을 삼가라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 대학의 토마스 조이너 교수와 그의 제자인 멜라니 홈 박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지난해 84개의 수면 및 우울감 관련 연구를 취합해 20만명 이상의 조사대상자에 대한 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첫째,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수록 외로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진이 종단적(연구한 집단을 일정 기간 추적해 반복 측정)인 것들만 따로 추려 메타분석 해보니,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증폭된 외로움은 더욱더 잠자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은 불면의 밤을 초래한다. 셋째,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주위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감사하고 소소하지만 따뜻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수면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외롭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코로나섬니아는 결국 더 따뜻하게 주위 사람들과 공존하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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