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1억7000만원, 마포 2억2000만원 '뚝'.. 찬바람 부는 부동산

정순우 기자 2021. 12. 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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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4구 10월 실거래가 내려가
서대문·은평구도 가격 떨어져
잠실 1억7000만원, 마포 2억2000만원 '뚝'.. 찬바람 부는 부동산
대세 하락인가 일시 조정인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포구 등 인기 주거지에서 10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한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울에서 한 달여 만에 실거래 가격이 1억원 이상 내린 단지가 나오고, 올해 아파트 값이 급등한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상승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과 동남권(강남 4구)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한 달 전보다 각각 0.5%, 0.03% 떨어졌다. 이 지역들의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한 것은 ‘2·4 공급 대책’ 직후인 올해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실거래가 지수는 실제 거래된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으로, 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다만 거래량이 너무 적을 때에는 일부 비정상적 거래에 의해 상승·하락 폭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전체의 10월 실거래가 지수는 9월보다 0.42% 올랐다. 7월 실거래가 상승률(2.01%)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내린 수치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북권(노원·강북·중랑구 등) 실거래가 지수 상승률은 7월 2.46%에 달했지만, 10월엔 0.18%로 줄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8월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확산 등이 실거래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 12층 매물이 지난달 중순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동, 같은 크기인 윗집(13층)이 10월 20억원에 팔렸는데 한 달 만에 1억5000만원이 내린 셈이다. 이 아파트 전용 59㎡ 역시 올해 8월 실거래가보다 5500만원 내린 13억9500만원에 최근 계약됐다. 단지 내 한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끊기다시피 해 호가(呼價)를 확 내린 급매물만 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년간 과열 일색이던 서울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각종 통계 지표에서 매수 심리 감소와 가격 안정 또는 하락세가 확인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종전 최고가 대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실거래가가 떨어진 사례도 포착된다. 정부는 이런 통계를 인용해 “집값이 확실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락 전환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과 “일시적 조정”이라는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잠실 실거래가 2억 내리기도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송파구와 마포구 같은 인기 주거지에선 직전 최고가보다 1억~2억원 내린 매매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집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가 지난달 24억5000만원에 팔렸다. 한 달 전 기록했던 동일 면적 최고가(26억2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낮다.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59㎡의 실거래가도 10월 17억원에서 지난달 14억8000만원으로 내렸다.

전체 아파트 매매에서 하락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며, 10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종전보다 가격이 내린 비율은 30.1%로, 9월(23.6%) 대비 6.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30일까지 신고된 11월 거래 중 하락 비율은 41.3%로 10월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다른 통계에서도 서울의 집값 안정세가 확인된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0.08%로 4월 넷째 주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관악(0%), 강북(0.01%), 도봉(0.02%), 금천(0.02%) 등은 아파트 값 상승이 사실상 멈췄다.

서울 밖의 상황도 비슷하다. 10월 초 0.4%가 넘던 경기도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은 이번 주 0.11%로 축소됐고 화성(-0.02%), 동두천(-0.03%)은 가격이 내렸다. 세종(-0.47%)은 5월부터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대구(-0.03%)도 5주 연속 하락세다.

◇본격 하락이냐, 단기 조정이냐

집값 하락을 뒷받침하는 통계 지표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집값 고점론’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집값이 확실히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이라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값 하락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데이터노우즈의 김기원 대표는 “지난 8년간 집값이 계속 올랐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수 수요가 사라져 상승 동력을 잃었다”며 “내년부터는 본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주택 수요자가 대출을 활용해 추격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세 하락을 단정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가 밀린 것이지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입주 물량 부족, 전세 시장 불안 등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 단기 조정 후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 기관과 민간 연구소도 내년 전국 집값이 2~5%가량 오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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