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부가가치 20배 소재 국산화에 도전, 쓰리에이씨

홍승표 스톤브릿지 이사 2021. 12. 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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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코너에서는 현업의 벤처캐피털 심사역이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 정보를 직접 공유합니다.

사무실 책상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가 대략적으로 감이 잡힌다. 남산타워가 깨끗하게 보이면 매우 좋음, 흐릿하게 보이면 나쁨, 안보이면 최악. 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해 봐도 거의 비슷하다.

2016년도 어느 날 집에서 아내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미세먼지와 관련한 내용이 나왔다. 아내는 내 업무에 대해 알기에 나에게 미세먼지 관련 기업을 찾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다음날 바로 여러 관련 기업 검색을 통해 몇 군데 콜드콜을 했지만 연결은 되지 않았다. 역시나 콜드콜은 쉽지 않구나 하고 포기할까 하다가 홈페이지에 있는 회사 이메일로 미팅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 쓰리에이씨라는 공기청정기 필터 생산 회사의 고정곤 팀장이라는 분이 답장이 왔고 미팅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첫 만남은 2016년 5월 가산동 쓰리에이씨의 작은 회의실이었다.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고정곤 팀장은 회사 현황과 업계 동향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당시 매출 180억 수준이었지만 기술 개발에 상당히 집중하는 회사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 입장에서는 바로 투자를 하고 싶어 제안을 했지만 고정곤 팀장은 좀 지켜보자는 답변이었다.

그 이후로 짧게는 분기 혹은 반기 별로 아니면 정말 아무 때나 서로 목적없이 연락하고 저녁때 만나 소주도 한잔하면서 어느새 형 동생이 되어 있었다. 이미 회사를 검색하는 사이트에서 주주명부를 조회 이후 대충 느낌은 있었지만 알고 보니 고정곤 팀장은 회사의 최대주주(오너)였고 실질적인 대표였다. 나이가 나와 4살차이 밖에 나지 않아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쌓여가는 대화를 통해 고정곤 대표(현재는 대표이다)는 다양한 신기술분야 뿐만 아니라 내가 종사하고 있는 VC 분야 같은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고민고민을 하던 고정곤 대표는 투자에 대해 얘기를 꺼내 놓았다. 마침 나는 스톤브릿지벤처스로 이직 후 첫 팀 펀드를 결성한 상태였고, 망설이지 않고 쓰리에이씨를 펀드의 첫 투자로 밀었다.

태국 공장에서 라인 가동 살태를 살펴보는 고정곤 쓰리에이씨 대표 /스톤브릿지 제공

◇일본 활성탄 소재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화를 만든 기업

3AC[Activated Carbon, Air Cleaner, Aqua Cleaner]라는 사명은 Activated Carbon(활성탄) 기술을 이용하여 Air(공기) 와 Aqua(물)을 정화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정곤 대표는 관련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활성탄을 삼성전자 가전 사업부에 직접 넣어보고 싶은 생각에 쓰리에이씨를 창업했고 처음엔 기술력이 없어 일본 K社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자체 생산 없이 수입에만 의존하다 보니 납기, 가격 등에 있어 불안정하고 무시를 당하다 보니 꼭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하고 예전부터 활성탄을 연구하던 교수님을 찾아 그 교수님 제자와 함께 쓰리에이씨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연구가 끝나갈 무렵 일본 K社는 쓰리에이씨가 직접 연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납품을 중단하였으나 다행히 쓰리에이씨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여 K社 제품을 국산화하여 납품에 성공하였다.

우리가 쓰는 공기청정기 필터는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히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다. 특히 쓰리에이씨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프리필터와 활성탄필터는 기술력이 더 필요하다. 가장 먼저 먼지를 걸러주어 본격적인 청정 작업 이전에 쓰이는 필터라 프리필터라고 하며 공기청정기 내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머리카락이나 털 등 비교적 큰 먼지를 거르는 역할을 한다. 쓰리에이씨의 프리필터는 필라멘트 극세사를 24~48 가닥 수준을 꼬아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타사 PP 메쉬 프리필터 대비 압력손실이 적고 집진성능이 월등히 우수하며, 성능평가를 통해 동일 강도에서 더 많은 풍량을 여과시킬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형의 송풍모터를 사용 가능하며 이에 전력 소모 절감, 소음감소, 원가 절감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

활성탄 필터는 카본필터라고도 불리며 냄새뿐만 아니라 각종 유해가스 (암모니아, 초산, 아세트알데이드, 톨루엔, 폼알데하이드 등)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유해 가스는 우리가 보통 아는 헤파필터를 통해 거를 수 없으며 이러한 가스가 걸러지지 않고 유입되면 가스 입자들이 서로 반응하여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제거가 중요하다. 쓰리에이씨의 활성탄 필터는 동사가 특허를 보유한 Microencapsulation 코팅 기술을 통해 1개의 활성탄에서 복수의 유해 물질 흡착이 가능하여 타사 대비 월등한 유해가스 제거 효율을 보인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쓰리에이씨는 국내 삼성전자, SK매직, 코웨이, 위니아 뿐만 아니라 미국 GE社 일본 샤프, 명품가전으로 불리는 발뮤다에도 납품이 되고 있다. 필터는 공기청정기 뿐만 아니라 에어컨, 냉장고, 청소기, 에어드레서 등의 가전에도 다양하기 떄문에 쓰리에이씨 제품은 거의 모든 가전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정수 필터를 개발 완료하여 삼성전자 미국 向 제품 냉장고 정수기 필터와 SK매직 정수기 필터를 공급하게 되어 Aqua Cleaner 분야도 활발하게 영업 중이며 태국법인에서는 삼성전자 공기 청정기 본체 생산 관련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사업 또한 가동중이다.

쓰리에이씨의 활성판필터 /쓰리에이씨 제공

◇소비자에게 더 깨끗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

쓰리에에씨의 연구소는 일반 중소기업의 수준이 아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소 설비 및 측정 시험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KS, CA 규격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메이저 국가 규격 측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비 보유 및 운영 노하우를 통해 삼성, 코웨이, SK매직 등의 고객사가 개발한 제품에 대한 성능평가 의뢰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기관에서의 성능 평가 의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고객사의 성능평가 의뢰를 수행하면서 고객사의 연구개발 방향이나 향후 제품 개발 기능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동사의 연구 및 제품 개발에 큰 무형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연구소 측정실에서 벗어나 KOLAS(한국인정기구) 인증기관으로 인증을 준비중에 있다.

쓰리에이씨는 또한 국제 기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동사는 국내 중소기업 중 유일한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필터규격 부문 멤버이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모든 전기 전자 및 관련 기술에 대한 국제 표준 및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1년에 1~2회 멤버국 간의 회의를 통해 2-3년에 한번씩 변경되는 국제 표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국내의 경우 삼성, LG, 코웨이 등이 멤버이며 해당 규격을 토대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국제 규격에 대한 정보를 최전선에서 접할 수 있고 규격 변경 전에 연구 개발을 통해 사전에 제품화 작업을 진행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고정곤 대표는 최근 한단계 높은 위원회인 국제표준화기구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위원으로도 임명되어 필터관련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활성탄 응용제품인 바이오필터, 먹는필터도 개발중이다.

쓰리에이씨 제품은 이렇게 상당한 연구개발과 인증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는 삼성전자 공기청정기를 쓰고 있어 네이버를 통해 구매하려고 검색하면 정품 필터가 아닌 호환 필터가 엄청나게 많이 뜬다. 심지어 정품인 것처럼 포장해 놓은 제품들도 많다. 필터는 내가 마시는 공기와 물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어떤 성분이 포함되어 필터 역할을 하는지 안전 및 품질 인증을 받은 정품을 쓰는 것을 권한다.

또한 쓰리에이씨가 공급하는 회사의 제품 (삼성전자, 코웨이, SK매직, 위니아) 외에는 아직도 일본 제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산화가 이루어졌고 기술력과 품질력을 상당기간 인정받은 제품이라면 국내 가전업계에서 일본 제품 보다는 국산제품 도입이 더 원활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깨끗한 공기, 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상당한 노력을 하는 회사는 국내 쓰리에이씨가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우리 세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공기와 물을 연구하는 기업은 투자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고 100년 기업이 되길 기대해본다.

◇ 짧은 인터뷰/고정곤 창업가의 ‘부가가치 20배’를 향한 도전

고정곤 대표 /쓰리에이씨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사회 생활은 무역회사에서 시작했습니다. 여러 제품을 팔다가 활성탄을 수입하면서 이 시장을 알게 됐어요. 정말 니치하지만, 꼭 산업에 필요하고 뾰족한 시장. 활성탄은 중국, 필리핀에서 원재료가 생산됩니다. 이 가치를 1원이라고 한다면 일본, 독일 기업들이 이걸 원재료를 가공해서 최대 20원에 팔고 있습니다. 기술만 있다면 부가가치 확대가 어마어마한 시장이더군요.”

“누가 활성탄을 쓰는지 봤더니 지금은 가전제품에 저희 제품을 쓰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등 국내 모든 가전 업체들이 일본 활성탄을 수입해서 쓰더군요. 경쟁자 수가 그만큼 적은 시장이죠. 기술 바탕으로 조금더 싼 가격, 조금더 나은 제품을 만든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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