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 3점슛 2977개.. "이젠 내가 전설"

성진혁 기자 2021. 12. 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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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통산 최다기록 경신
789경기 만에 신기록 세워.. 종전 앨런의 2973개 갈아치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15일 뉴욕 닉스와 벌인 NBA 원정 경기 1쿼터에 역대 3점슛 신기록을 세우자 포효하고 있다. 데뷔 후 경기당 3개 이상 3점포를 꽂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을 포함해 4시즌 정도 더 뛰면 통산 4000개도 가능할 전망이다. 커리의 통산 득점(1만9159점)은 역대 60위다. 이번 시즌 연봉은 4578만달러(약 543억원). /AP 연합뉴스

골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33·188㎝)가 3점 라인 바깥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동료 앤드루 위긴스가 페인트 존에서 빼 준 공을 잡자마자 슛을 했다.

그동안 연습⋅실전을 통해 수도 없이 시도해 몸에 완전히 밴 ‘캐치 앤드 슛(Catch-and-shoot)’이었다. 자신보다 10㎝가 더 큰 뉴욕 닉스의 가드 알렉 버크스가 빠르게 쫓아와 손을 뻗으며 블록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속사(速射)의 달인 커리가 빨랐다. 그가 공을 잡고 림을 향해 던질 때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0.4초. NBA(미 프로농구)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0.55초)을 0.15초쯤 앞선다. 수비수가 예측하더라도 막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NBA의 3점 라인(7.24m, 국제규격은 6.75m)보다 1m 이상 뒤쪽인 8.5m 지점에서 커리가 던진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1쿼터 종료 7분 33초를 남긴 시점이었다.

15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을 메운 관중 1만9812명은 열광했다. 커리가 2974번째 3점슛을 성공하며 지난 10년간 NBA 3점슛 1위였던 레이 앨런(46)의 통산 기록(2973개)을 깼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이상 NBA 3점슛 1위 자리를 지켰던 레이 앨런(은퇴)이 신기록의 주인공 커리를 껴안으며 축하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커리는 양손으로 키스를 날리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환호했다. 동료 케본 루니가 이어진 상대 공격 때 일부러 반칙을 해 경기를 중단시키자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작전시간을 불렀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커리는 “이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결코 나를 가장 위대한 슈터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면서 “이젠 그렇게 말하는 게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여정에 동참해 준 동료 선수들이 없었다면 (기록 달성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커리는 커 감독에게서 기록 달성구를 건네받았고, NBA 선수 출신 아버지 델 커리와 포옹을 했다. 현장에서 방송 해설을 하던 레지 밀러(56)는 “베이브 루스가 롱 볼(홈런)로 야구의 양상을 바꿨듯, 커리는 3점슛으로 농구를 바꿨다”고 말했다. 목소리엔 흥분과 감격이 묻어 났다. 밀러는 역대 3점슛 3위이자, 커리가 어려서부터 우상으로 여긴 NBA의 전설 중 한 명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같은 시대를 풍미한 밀러는 NBA 30팀이 얼마나 ‘넘버 30(커리의 등번호)’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짚었다. 실제로 2009-2010시즌 커리가 등장한 이후 NBA 팀들은 3점슛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센터나 파워포워드 같은 ‘빅맨’들도 외곽슛 능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커리는 현장을 찾은 레이 앨런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커리의 은사인 데이비슨 대학의 밥 매킬럽(71) 감독이 관중석에서 기뻐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NBA 진출을 꿈꾸는 이현중이 현재 매킬럽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커리는 이날 1쿼터 시작 1분 4초 만에 첫 3점포를 넣어 앨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두 번째 3점 시도는 실패했지만, 세 번째 장거리포를 꽂아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커리는 “내가 패스를 받을 줄은 몰랐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쐈다. 이후 여러 감정이 터져 나왔다.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커리는 앞선 두 경기에서 3점슛 29개를 던져 8개만 넣는데 그쳤다. 대기록을 의식한 탓에 평소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워리어스는 14일 인디애나전을 마치고 뉴욕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전세기에 이상이 생겨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다. 닉스전 당일 오전 10시 30분에 비행기에 올라 정오를 넘기고 뉴욕에 도착한 다음 오후 7시 30분 경기를 치렀다.

커리는 팀 내 최다인 22점을 올리며 105대96 승리를 이끌었다. 3점슛은 총 5개(14개 시도)를 터뜨려 통산 기록을 2977개(789경기)까지 늘렸다. 앨런이 1300경기를 뛰며 3점슛 2973개를 넣었으니 커리의 페이스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커리는 이번 시즌 19경기 만에 3점슛 100개를 돌파했고, 27경기에서 145개를 꽂아 평균 5.37개를 기록 중이다. 통산 7번째 3점슛 왕 등극이 유력하다. 통산 3점슛 3000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커리를 앞세운 워리어스는 이번 시즌 리그 전체 승률 1위(82.1%·23승5패)를 달리며 2017-2018시즌 이후 4시즌 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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