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동산]③ 집값 상승세 잡은 것은 부동산 정책 아닌 금융 정책이었다
2021년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중동(靜中動)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모두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2·4대책 외에는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1년에 6개가량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조용한 한 해였다.
대신 정부는 3기 신도시와 지난해 8·4대책, 2·4대책 등에서 발표한 공급량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같은 공급 계획에도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고, 집값 상승세는 부동산 정책 당국이 아닌 금융·통화 당국의 돈줄 죄기가 본격화되고야 둔화하기 시작했다.
◇ ‘2·4대책’이 낳은 나비효과… “재건축 시장만 더 뛰었다”
올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지난 2월 발표한 200만 가구 규모의 공급 계획인 2·4대책뿐이다. 2·4대책은 공공이 주도해 도심에 고밀도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아래서 2·4대책이 가지는 함의가 크다고 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4대책은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부분적이나마 규제 완화로 돌아선 기조가 2·4대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2·4대책은 노후 도심의 고밀개발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공공 택지 개발을 통한 3기 신도시보다 더 핵심적인 공급대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2·4대책은 공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한계도 보였다. 윤지해 연구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까지 줬지만 공공이 개입한다는 점 때문에 후보지는 많았어도 시장의 호응을 얻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2·4대책은 오히려 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서울의 집값을 자극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2·4대책 자체는 공공주도 개발이기에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민간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민간을 통한 정비사업을 강조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압구정·잠실·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는 날개를 달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4대책 이후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정책과 시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이전의 대다수 대책과 달리 공급 확대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같은 변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이 변수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에 부합한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관료 출신의 노형욱 장관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면서 적극적인 정책 제시보다는 시장 안정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 상승세 잡은 것은 부동산 정책 아닌 금융 정책
정부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통해 부동산을 진정시키려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세 수용성보다 세 부담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니 시장에서 불만이 나왔고, 이에 1주택자에 대해 세 부담을 경감시켜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금 역시 부동산 시장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윤지해 연구원은 “결국 연간 단위로 보면 올해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정책도 유의미한 효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던 부동산 상승세를 둔화한 것은 기획재정부나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대책이었다.
이은형 연구원은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가 시장의 매수 수요를 상당 부분 억눌렸다는 점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도 “지난 7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 규제가 적용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며 “대출 규제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규제 역시 경기변동이나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또다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성 있는 효과를 담보하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정공법만이 해답이라고 본다.
이은형 연구원은 “정부는 각종 세 부담을 통해 기존 매물의 매도를 유도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됐다”며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보다는 시장 원리에 따른 정책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공급량 확보와 수요 억제라는 틀에서 보면 정부의 현재 정책은 큰 방향에서 옳다”면서도 “다만 기존 주택 시장에서 매물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아무것도 없다.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확대나 대출 규제는 매물을 유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주택자의 매물을 끌어낼 방안을 만들지 않으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만 더 어렵게 만들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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