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서 기름 뽑는' 에코크레이션 "ESG 매력 앞세워 2023년 상장"

2021. 12. 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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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 인터뷰
폐플라스틱 녹여 산업용 기름 생산
100t당 6만리터 기름 추출 가능
기술력 인정받아 SK그룹서도 투자
내년부터 이익 본격화..2023년 상장 도전
"대표적 ESG 성장기업 매력 보여줄 것"
이 기사는 12월 12일 13: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폐플라스틱은 수거해 처리만 해줘도 환경부가 폐기물 처리 지원금을 t당 17만원가량 지급할 정도로 처치가 안 돼서 난리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넘쳐나는 쓰레기를 하루에 100t씩만 처리해 기름을 만들어 팔면 환경을 보전하면서 매일 5000만원 이상 벌 수 있습니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기름을 생산하면 폐기물 처리지원금 뿐만 아니라 기름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10년 설립된 에코크레이션은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열분해 플랜트를 만들고 있다. 재활용 기름과 이를 생산하는 열분해 플랜트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100t당 약 6만리터의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용 경유 수준의 품질로 평가받는 이 재활용 기름은 리터당 약 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에코크레이션은 일회용 컵, 포장용 필름, 비닐봉투, 폐마스크 등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을 원재료로 쓰고 있다. 플라스틱을 직접 태우지 않고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 플라스틱을 녹이는 방식을 통해 기름을 생산한다. 제조과정에서 직접 개발한 두 가지 촉매를 사용해 플라스틱 포장재에 붙은 잉크 성분과 황, 염소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오염 발생 없이 기름을 생산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촉매 제조기술은 앞으로 10년 동안 따라잡을 곳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지난 8월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으로부터 68억원을 투자받았다. SK지오센트릭이 새 먹거리인‘도시유전’사업을 키우기 위해 에코크레이션에 손을 내밀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에코크레이션이 생산한 재활용 기름을 사들여 화학제품 제조원료로 사용하고 있할 계획이다. 도시유전 사업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에코크레이션은 SK그룹 외에도 NH투자증권, 키움증권, SL인베스트먼트, SJ투자파트너스 등 여러 기관투자가를 투자자로 두고 있다.

에코크레이션은 SK그룹의 투자를 받은 후 다른 기업들로부터도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 공급계약을 맺어놓은 열분해 플랜트만 약 600억원어치다. 이 회사는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 청라에 있는 첨단산업단지인 하이테크파크에 신규 열병합 열분해 플랜트 제조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2월 말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00대 이상의 플랜트를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재활용 기름을 생산해 가공·판매하는 별도의 공장도 2023년 준공될 예정이다.

에코크레이션은 지난해 11억원인 매출이 올해 70억원, 내년엔 5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 실현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과 기술력 검증에 10년 이상 걸리면서 오랫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19억원을 냈다. 전 대표는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문과 기술협력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간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도 버텨가며 완성한 기술이 이제부터 대규모 수익을 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활성화 정책도 에코크레이션의 성장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현재 0.1%인 폐플라스틱 발생량 중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30년까지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규모는 연간 1만t에서 90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 의무 대상 산업단지 안에 열분해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도 개정할 예정이다. 에코크레이션은 지난해 5월 환경부 연구과제로 충북 옥천과 전남 광주에 폐플라스틱 열분해 플랜트 1기씩을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5월 환경부로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 촉매 기술에 대한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에코크레이션은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하반기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상장 과정에서 2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대표는 “최근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최선상에 있으면서 큰 폭으로 성장하는 기업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상장 이후엔 에코크레이션을 도시유전을 넘어 완벽한 친환경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에코크레이션은 내년년 하루 처리량 30t 이상의 연속식 열분해 설비를 상용화하고 2023년 이후엔 수소 등 무공해 연료를 제조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기름이라도 결국 연소 과정에선 환경을 오염시킨다”며“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만드는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2023년 성공적으로 IPO를 끝낸 뒤 수소 제조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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