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예산 '역대 최대'라지만.. "효과 의문. 사업 방식 바꿔야"

유병훈 기자 2021. 12.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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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2년도 예산안이 확정된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예산과 기금은 사상 최초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이중 상당수가 주거 안전망 강화에 쓰일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 없이 실제 주거복지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결국 주택 시장의 안정이라는 것이다. 또 사업의 방향을 주택 공급쪽으로 바꾸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내년도 국토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토부의 내년 예산은 25조978억원, 기금은 35조7017억원으로 모두 60조7995억원 규모다. 올해보다 3조7420억원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예산 중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22조7913억원, 주거 복지 분야는 38조82억원을 배정받았다. 60%이상의 예산이 주거 복지에 투입된다. 특히 주거 복지 예산은 지난 2018년 2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55% 이상 늘어난 수치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21만 가구 공급을 통한 주거복지 로드맵 달성을 위해 건설·매입·전세 임대주택 예산이 22조7613억원으로 확정됐다. 주거급여 예산 역시 선정기준이 중위소득 46%까지 확대되면서 2조1819억원으로 올해 1조9879억원보다 1940억원 늘어났다.

이 밖에도 청년층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월세를 최대 12개월 동안 월 20만원까지 지원하기 위한 청년 월세 특별지원 예산이 821억원이고,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 제공을 위한 공공자가주택 시범사업 90억원도 신규 반영됐다.

액수로는 ‘역대급’이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주거난에 시달리는 소외계층·서민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이 나온다. 집값과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오른 상태이다 보니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건설·매입·전세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의 경우 정부의 의지에도 공급 물량 다수가 비(非)아파트·소형 평형 위주라 시장이 원하는 수요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올해보다 3조 1539억원이 증액됐지만, 시장 수요에 맞는 주택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단가인상을 반영한 것인 만큼 앞으로도 시장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월 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 월세 특별지원 예산도 마찬가지다. 최근 월세 인상폭을 생각하면 큰 힘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격은 123만4000원으로 지난해 10월 112만원보다 10% 넘게 올랐고, 전국 주택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승률이 0.32%로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공공자가주택 사업은 3기 신도시와 2·4대책 공급분에 적용되기 전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정부는 이익공유형·지분적립형·토지임대부 등으로 유형을 세분화했지만, 소유권 제한이나 입지상 문제로 주거 소외계층에게서도 관심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된다. 예컨대 지난 2007년 첫 도입 당시에는 경기 군포시에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됐지만 전체 물량 중 92.4%가 미분양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거복지 사업이 일정 부분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공급에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공공성과 예산 제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호되지 않는 주택을 공급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정책이 성공한다고 볼 수 없고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주택 공급의 경우 수혜자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고, 공공자가주택 사업 역시 시범사업으로서 어쩔 수 없이 포함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모든 주거 복지 제도가 정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장 수요에 맞는 공급을 통해 주택 시장의 가격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예산 편성을 늘려 지원 혜택을 늘리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외면당한 사업들이라도 당장은 주거 소외 계층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사자들에게 외면받을 바에야 차라리 (복지) 대상 가구를 줄이더라도 시장에서 선호되는 제대로 된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면서 “하지만 궁극적인 주거복지는 결국 시장 스스로 양질의 주택을 많이 공급해 서민들까지 가격 부담 없이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도 “주거 소외계층을 대량 양산한 환경을 조성해놓고 주거 복지 예산을 늘렸다고 홍보하는 것은 병 주고 약 주는 일”이라며 “예산을 늘려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견해가 갈릴 수 있으나, 정말 주거 안전망을 이루고 싶다면 그 돈으로 1가구라도 더 공급할 방법을 찾는 게 빠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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