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 국내 첫 개인전..'조명'·'원근법 연구' 등 전시

노자운 기자 2021. 12. 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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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내년 4월 17일까지 대규모 전시
'구명조끼 뱀'·'옥의'·'조명' 등 선보여

거대한 뱀 한 마리가 굽이치며 천장 위를 긴다. 길고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형상은 뱀보다는 용인 양 위압감을 자아내며, 장엄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붉은 빛과 푸른 빛이 뒤섞인 이 형상을 올려다보면 백 벌은 족히 넘는 구명조끼가 뱀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구명조끼 뱀’은 중국 출신 미술가 겸 영화감독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2019년작이다. 그리스 남동쪽 레스보스 섬에 난민들이 벗고 간 구명조끼 140벌이 재료가 됐다. 구명조끼의 주인이었던 난민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구명조끼만이 난민들이 남긴 흔적이 돼, 예술가의 손으로 박제된 채 영속성을 얻었다.

아이 웨이웨이 작 '구명조끼 뱀(2019)'.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오는 11일부터 내년 4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아이 웨이웨이의 개인전이 열린다. 1957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아이 웨이웨이는 현재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회화와 사진, 영상, 건축, 공공미술, 도자 출판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이 웨이웨이는 특히 중국 공산당에 저항한 반체제 예술 활동과 인권 운동으로 잘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거침 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다 스튜디오가 강제 철거되는 수난도 겪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의 키워드는 ‘인간미래’다. 10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아이 웨이웨이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목표와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공동체에 가져와야 한다는 책임감 및 의지를 다룬 작가”라며 키워드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 웨이웨이의 2016년작 '빨래방'. 난민 캠프에서 수집한 옷가지와 신발에 번호를 매긴 뒤 전시했다. /노자운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미술(컨템포러리 아트)에서 휴머니즘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난민에 대한 아이 웨이웨이의 연민이 엿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6년작 ‘빨래방’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의 이도메니 난민 캠프에서 작가가 수집한 옷, 신발 등을 전시한 작품이다. 난민들이 남기고 간 옷가지와 신발을 베를린 스튜디오에 운반해 세탁·수선한 뒤 번호를 매겨 분류했다. 성인의 옷은 물론 신생아가 입었던 옷과 어린이용 드레스도 포함됐다.

로힝야족(미얀마에 거주하는 무국적의 인도·아리아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 ‘로힝야(2021)’,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쇄된 중국 우한의 모습을 담은 ‘코로네이션(2020)’도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아이 웨이웨이의 '원근법 연구(1995~2011)'. /노자운 기자

저항과 비판 정신이 표현된 작품들도 대거 공개된다.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제작된 ‘원근법 연구’ 사진 연작은 아이 웨이웨이의 명성을 높여준 대표작이다. 중국 천안문과 미국 백악관, 프랑스 파리 에펠탑 등 전세계 여러 도시의 상징적 장소를 찾아가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사진을 촬영했다.

2009년작 ‘조명’도 저항 정신을 표현한 대표적인 사진 작품이다. 쓰촨 대지진 발생 후 시민 조사단을 꾸려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정부를 비판하다 공안에게 연행되자, 그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순간을 기록했다.

아이 웨이웨이의 '조명(2015)'. /국립현대미술관

2011년작 ‘민물 게’는 도자기로 만든 작품이다. 지난 2010년 상하이시 당국에 의해 스튜디오를 강제 철거 당한 아이 웨이웨이가 인근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상하이 명물인 민물 게 요리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해당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민물 게(河蟹, he xie)의 발음이 중국 정부의 슬로건인 ‘화해(和諧, he xie)’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국가 권력과 검열을 풍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외에도 전통과 현재를 연결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징더전(景德鎭)의 도자기를 활용한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2017)’이 대표적인 예다. 징더전은 남조 시대부터 도자기를 생산해온 곳으로, 중국의 도자 전통을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다. 아이 웨이웨이는 징더전에서 제작한 청자에 난민의 모습을 상감(象嵌)해 전통적 재료로 현대의 소재를 묘사해냈다.

아이 웨이웨이의 '옥의(2015)'.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작품 중 하나인 ‘옥의(2015)’도 공개된다. 한나라 황제의 무덤에서 출토된 옥 갑옷을 본따 대나무로 제작했다. 대나무로 연을 만드는 중국 전통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길이가 12미터(m)에 달하는 대형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6전시실 안에 띄워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그 외에도 미술관 마당에 높이가 6미터(m)에 달하는 ‘나무(2015)’를 전시했다. 중국 남부 산악 지대에서 뒤틀린 나뭇가지와 그루터기, 뿌리 등을 수집해 이어 붙여, 완전한 나무의 형상으로 재구성했다.

아이 웨이웨이의 '나무(2015)'.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아이 웨이웨이는 대륙의 기질을 보여주는 큰 스케일과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가”라며 “그의 작품 세계는 전통과 현대, 사회와 현실 같은 중요한 키워드를 생각하게 만드는 한편 고정관념에 대한 끝없는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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