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떠들썩했던 '무우즙 사건..또다른 '생명과학Ⅱ' 문제들

한민선 기자 2021. 12. 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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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Ⅱ 법적 공방 시작..작년 수능 '정치와법' 논란도 여전
김정선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인가."

1965학년도 서울 전기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이 같은 취지의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은 녹말을 분해해서 포도당으로 바꾸는 '다이스타제'였는데, 학생들은 "다른 보기인 '무우즙'에도 다이스타제가 들어있다"고 반박했다.

중학교 입시가 중요했던 시절, '무우즙파' 학부모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결국 이 판결로 승소한 38명의 학생들이 경기중, 서울중 등에 추가 입학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부정 입학을 한 사례까지 밝혀지며 '무우즙 사건'은 흑역사가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행정소송이 이어지며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올해 수능에서는 '수능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로 인해 생명과학Ⅱ의 성적이 공란으로 처리되는 초유의 일까지 발생했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오류, 이듬해 추가 합격 조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18일 오전 서울의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이 논란이 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를 근거로 '유럽연합(EU)권의 총생산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권보다 규모가 크다'는 항목이 옳다고 봤지만, 수험생들은 "실제로는 NAFTA가 EU보다 총생산액이 크다"고 밝혔다.

당초 평가원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1년 뒤 항소심에서야 법원에서 오류가 인정됐다. 평가원은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고 수험생들을 추가 합격 조치했다. 또 손해배상 판결에 따라 대입에서 탈락했다가 추가합격된 학생들에게 1000만원씩 배상했다. 다만 하향 지원한 학생들에 대한 구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6학년도 수능 국어A 19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도 취지의 행정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수험생들은 △지문의 '~수 있다'와 정답의 '~되어야 한다'는 표현이 다르다는 점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는 내용 등을 근거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2021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정치와법' 5번 문항의 경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을 이끌고 있는 이해황 오르비클래스 국어강사는 "재판부도 변론 종결시 국어학적으로는 오류가 분명해 보인다고 했으나 1심서 패소했다"며 "도무지 승복할 수가 없어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4번 답 외에 3번도 정답으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갑국와 을국의 정부 형태는 각각 전형적인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중 하나이다'라는 지문의 문장이 "갑국와 을국의 정부형태가 다르다"는 주장을 함축하지 않다는 게 주요 요지다.

사상 초유 '공란 성적표…생명과학Ⅱ 법적공방 시작

문제 오류는 해당 수험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순간 수험생들은 시험장에서 당황하게 된다. 이번 생명과학Ⅱ 문제도 그랬다. 한 생명과학Ⅱ 수험생은 "20번 문제에서 10분이나 썼다"며 "그 한 문제 때문에 다른 문제를 푸는 데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해당 문항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지문에서 양수가 나와야 할 특정 개체 수(동물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면서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평가원은 "해당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수험생들은 지난 2일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정답결정처분취소 소송과 정답결정처분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법원이 지난 9일 정답 효력을 1심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수험생들은 생명과학Ⅱ 성적이 없는 '공란 성적표'를 받게 됐다.

20번 정답의 오류 여부는 10일부터 시작되는 본안 소송에서 결정된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법원이 1심 판결을 빠르게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입 일정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대학들과 신속히 협의해 빠른 시간 내에 향후 대입 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이 1심 승소하더라도, 평가원이 항소할 경우 구제 조치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평가원의 빠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교육부와 평가원은 결과가 무엇이든 1심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미리 정해놓기 바란다"며 "행정적 절차나 기관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의도로 판결에 불복해 당국이 시간을 끌거나 혼란을 가중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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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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