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안 나는 '이동식 주택'에 주거지원 공고 낸 농식품부

박수지 2021. 12. 1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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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이주노동자 숙소 개선 대책을 발표한 정부가 영세 농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놓은 '이주노동자 주거지원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농식품부 공고를 보고 이동식 조립주택도 지원대상인 것으로 오해한 많은 농가들이 사업을 신청한 뒤에야 뒤늦게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을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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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주거지원 사업 부진
밀양시 등 사업대상 포기에 '반토막'
속헹 숨진 포천은 지원신청 농가 '0'
이주노동자 7명이 생활하는 경기 북부의 비닐하우스 숙소. 내부에는 망가진 가구와 고장난 가전 등 폐기물이 이주노동자들의 짐과 뒤섞여 잔뜩 쌓여 있다. 박강수 기자

올해 1월 이주노동자 숙소 개선 대책을 발표한 정부가 영세 농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놓은 ‘이주노동자 주거지원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를 새로 짓기 위해 보조금을 신청했던 농장주들조차 건축 허가 및 부지 마련 등을 이유로 대거 중도 포기하면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는 ‘이동식 조립주택’도 지원한다고 애초에 공고를 잘못냈던 것도 농가의 혼란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됐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농식품부가 선보인 농업 이주노동자 주거지원사업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원 사업은 강화된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숙소 지침을 농가가 따를 수 있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이 한겨울인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시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뒤에 도입된 사업이다. 농식품부는 “빈집을 고쳐 쓰거나 이동식 조립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숙소 한 곳당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공고했다.

문제는 농식품부가 ‘이동식 조립주택’도 지원 대상이라고 공고를 잘못 내면서 발생했다. ‘이동식 조립주택’은 컨테이너 등으로 만든 주택을 철근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고정시키지 않고 땅 위에 세워둔 가설건축물이라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농식품부 공고를 보고 이동식 조립주택도 지원대상인 것으로 오해한 많은 농가들이 사업을 신청한 뒤에야 뒤늦게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을 포기한 것이다.

연내 완공이 목표였던 주거지원사업은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경남 밀양시청 관계자는 “지난 5월 숙소 84곳을 사업대상으로 선정했으나 중간에 포기하는 농가가 많아 44곳으로 줄었다. 사업기한을 내년까지 늘려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숙소 30곳을 배정받은 전남 나주시도 26곳을 선정했으나 이탈자가 늘면서 7곳만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숨진 속헹이 일했던 농장이 있는 포천시의 주거지원 농가는 ‘0건’이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7개 농가가 사업을 신청했는데 이동식 조립주택이 건축법상 숙소로 허가를 받지 못해 모두 엎어졌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동식 조립주택이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사전에 건축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자체에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땅을 빌려 농사 짓는 ‘임차농’이 많다보니 정부 지원 사업이 효과가 잘 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임차농들은 보조금을 받아도 새로 숙소를 짓는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밀양시청 관계자는 “(지원 사업)임차농 신청자 자체가 적었고, 그나마도 가족 땅으로 신청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런 농가 의견을 반영해 내년부터는 개별 농가가 아닌 지자체에 지원해 지자체 차원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짓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박수지 박강수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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