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가족사진 넣어 추억 만들기, MZ세대 ‘달력의 귀환’

이영관 기자 2021. 12. 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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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까지 달력 판매 30% 늘어

요즘 새해 달력 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날짜를 확인하면서 달력의 효용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은행, 보험사 등 기업들도 홍보용 달력 제작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선 인테리어용으로 달력을 사거나 반려동물·가족과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달력을 직접 만드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라져가던 달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에 사는 정성훈(30)씨가 아내,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만든 달력. /독자제공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24)씨는 최근 2022년용 동물 캐릭터 그림 탁상 달력을 샀다. 총 12장짜리 이 달력엔 날짜, 요일만 적혀 있고 기념일은 아예 표기도 안 돼 있다. 그는 “사실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기록하기 때문에 달력이 필요하진 않지만 코로나로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동물 그림을 보며 힐링하려고 샀다”고 했다. 달력의 기능이 더 이상 ‘날짜 확인’이 아닌 셈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달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직접 ‘맞춤형 달력’을 만드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경남 양산시에 사는 이수훈(36)씨는 최근 두 아들 사진과 가족들의 생일·제사 등 일정을 담은 내년도 벽걸이 달력 제작을 전문 업체에 맡겼다. 이씨는 “달력은 휴대폰으로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직접 만든 것”이라며 “매년 만들어서 나중엔 손주 사진까지 담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대전에 사는 신유희(25)씨는 반려견의 사진·생일을 담은 ‘나만의 탁상 달력’을 2016년부터 6년째 만들고 있다. 그는 “달력 제작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달력을 손쉽게 만들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매일 아침 달력을 보면서 ‘강아지 간식 값 벌어오자’는 생각으로 출근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달력 제작’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1만2000건이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개성을 표출하려는 욕구가 크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달력 제작이 쉬워지며 생긴 현상”이라며 “일정 관리라는 전통적 기능 대신 인테리어, 가족 간의 소통 등을 높이는 도구로 달력의 기능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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