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의 아내·한국계 수식어 떼고..오롯이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로

2021. 12. 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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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곡 연주 담은 앨범 '원더월드'
동요 엄마야 누나야·반달도 수록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긴 여정이었어요. 음악은 제게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예요. 새로운 친구와 사랑,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얻게 됐으니까요.”

여덟 살에 독일 대회에서 상을 타며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열 살엔 독일 비스바덴 국제 피아노 대회에서 수상했고, 열여덟 살엔 베를린 필하모닉 관현악단과 협연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여느 연주자와 다르지 않은 길을 걸었지만, 자신의 이름보다 더 큰 이름을 수식어처럼 달았다.

지난 2019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郞朗·39)의 결혼 소식은 한국에서도 화제였다. 그의 아내인 지나 앨리스(Gina Alice·27·사진)가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이다. ‘랑랑의 아내’로 더 알려진 지나 앨리스가 오롯이 그의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최근 자신의 음악 세계를 담은 첫 앨범 ‘원더월드’(Wonderworld)를 내놨다. “일상생활에서 각자의 원더월드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앨범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화상으로 만난 지나 앨리스는 “이번 앨범은 연주자로서 큰 도전이자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곡가들이 만든 40여곡이 수록됐다. 드뷔시의 ‘달빛’을 비롯해 사티의 ‘짐노페디 1번’, 브람스의 ‘자장가’, 슈만 ‘트로이메라이’, 파헬벨 ‘캐논’, 쇼팽 ‘녹턴 2번’,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 등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출 익숙한 곡들이 담겼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테마곡인 ‘인생의 회전목마’는 “히사이시 조가 제일 좋아하는 버전의 피아노 악보를 직접 보내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앨범에는 자작곡 ‘앙코르’, 랑랑과 함께 연주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번’과 ‘왈츠 15번’, 한국 동요는 물론 중국 음악도 실었다. “사람들이 겪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에 빗대 여러가지 곡들을 선택”했다. 광활한 원더월드를 엮은 만큼 과정은 ‘고행의 길’이었다.

“앨범을 작업하는 주어진 14일 동안 각기 다른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연주하는 것은 도전이었어요. 작곡가의 스타일을 파악해 연주에 녹여내야 했는데, 이 모든게 도전이었어요.” 남편 랑랑은 앨리스의 근사한 항해를 함께 하는 든든한 조력자였고, “앨범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앨리스는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저의 우상이 매일 곁에 있다는 것부터 행복하다”며 “앨범을 준비할 때도 랑랑은 14일 내내 스튜디오를 방문해 도와주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한국에 살았던 적은 없지만, 앨리스는 “한국과 깊이 연결돼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제 절반이 한국인인 만큼 한국은 제게도 큰 의미를 가져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가르쳐주셨어요. 쓸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조금 할 줄 알아요. 한국 음악과 문화와 음식과 모든 것을 사랑해요. 정말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 마음은 앨범에도 함께 담았다.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우리나라 동요인 ‘엄마야 누나야’, ‘반달’도 앨범에 실었다. 앨리스는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불러줘 한국 동요에 친숙하다”며 “‘엄마야 누나야’는 따뜻함과 슬픔이 담긴 깊이가 있는 곡이고, ‘반달’은 따뜻하고 자연과 연결된 느낌인데, 마치 온 세상을 안아주는 듯하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 음악을 앨범에 수록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아들에게 한국 동요를 자주 들려주고 있어요. 앨범을 준비할 때 아이가 (한국 동요를) 열심히 집중해 들으며 좋아하더라고요. 나중에 더 많은 곡을 들려주고 싶어요.”

음악과 함께 하지 않는 날이 없던 앨리스는 “음악이 내게 좋은 친구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앨범은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기쁨, 사랑, 슬픔 등 모든 감정을 음악에 녹여냈어요. 매일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 이 앨범이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들어주세요. 음악을 통해 자신과도 연결되고, 모두가 서로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앨리스는 내년 2월 랑랑의 콘서트와 ‘원더월드’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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