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명산] 깊은 자연림 속에 감춰진 영남알프스의 심장!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2021. 12. 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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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배내봉 966m
밝얼산 정상에 서면 배내봉에서 뻗어내린 오두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남알프스는 3개 광역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군으로 그 광활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영남알프스는 날이 차가워지면 산골짜기마다 단풍이 수를 놓고, 산릉과 평원에는 하얀 꽃대를 세운 억새가 춤을 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배내봉을 올랐다.
배내봉은 낙동정맥의 마루금에 자리한다.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에서 남쪽으로 뻗어가는 산줄기가 배내고개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배내봉을 연결고리로 간월산을 거쳐 이어간다. 울주군에서 세운 배내봉 표석에는 ‘해발 966m에 위치한 배내봉은 영남알프스 심장부라 불린다. 1,000m가 넘는 가지산과 신불산, 간월산 등 영남알프스 명산들을 연결하는 고리로, 옛 사람들은 이곳을 오르는 길을 ‘하늘길’이라 부르기도 했다. …밝얼산 또는 석남사 방향에서 오두산으로 올라 배내봉으로 오르는 코스 등은 아직까지 등산객 발길이 뜸한 곳으로 자연림 그대로의 산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고 새겼다.
오두산을 올라서기 전 로프가 걸린 능선 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난코스.
사실 배내봉 산행은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데다 산행의 즐거움도 달라진다. 이는 배내봉이 영남알프스의 심장부일지는 몰라도 산행은 주변의 산과 연계하지 않고는 별 의미 없는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사람들이 조금 덜 붐비는 영남알프스 언저리의 오두산과 밝얼산을 연계한 약 14km의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의 기·종점인 울주군 상북면 양등입구 시내버스정류장에서 하천에 걸린 양등교를 건넌다. 양등마을 입구에는 표석과 편의점이 자리하고 길은 개울을 끼고 이어진다. 마을 가운데 고목의 느티나무가 가지를 펼친 아래 양등경로당(마을회관)이 있다. 경로당에서 오른쪽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담벼락에 ‘영모재·국수송 가는 길’이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허물어져 가는 영모재永慕齋는 이곳 출신으로 한국 민속학의 선구자이며, 해방 후 조선산악회(지금의 한국산악회) 창립회장을 지낸 석남 송석하石南 宋錫夏(1904~1948) 선생의 문중인 은진송씨 재실이다.
배내봉에서 밝얼산을 향해 내려서면 밝얼산 일대는 물론 멀리 언양읍내가 훤히 조망되는 바위지대다.
영모재를 지나 배수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 들면 국수송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잠시 후 대나무가 무성한 산길에 보호수로 지정된 거목의 소나무가 산객의 눈길을 끈다. 수령이 200~250년 된 이 노거수老巨樹는 높이가 15m, 나무 둘레가 4.9m다. 대나무 숲길을 벗어나 병원(정토사) 갈림길을 지나면 전망 좋은 바위를 만난다. 바위에 오르면 오두산 동릉 너머로 나중에 밟게 될 밝얼산 능선이 소의 등처럼 부드럽게 뻗어 내린다. 그 왼쪽으로 길천 산업단지와 언양읍의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
산길은 너무나 한적하다. 능선을 따르는 숲길이 또렷해 갈림길에서만 주의한다면 길 잃을 일은 없다. 은진송씨 묘지를 지나면 매봉산(472.5m) 팻말이 걸린 소나무를 만난다. 옛날 해일이 일어났을 때 산꼭대기가 매 한 마리가 앉을 만큼만 남고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서 볼 때는 산봉우리가 확연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숲속에 그저 밋밋한 둔덕처럼 보인다.
오두산의 널찍한 산정에는 정상석이 있지만 주변 전망은 좋지 않다.
묘지 두 곳을 차례로 지나면 오른쪽으로 주변이 열리는 전망 터를 만난다. 가지산과 쌀바위, 멀리 문복산 능선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 오른편에 고헌산이 우뚝하다.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송곳산(481m)에 닿는다. 이름 그대로 송곳처럼 뾰족하다. 어떤 사람은 뾰족한 것이 붓끝 같아 문필봉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망이 좋아 가야 할 오두산이 머리 위에 보이고, 능동산과 가지산, 산비탈을 휘돌아 석남터널로 이어지는 24호 국도를 비롯한 주변의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자락은 아직 푸른색이 그대로이나 높은 산등성이에는 단풍으로 산의 빛깔이 제법 불그스레하다.
커다란 정상석이 자리한 배내봉은 전망이 좋아 영남알프스의 산산골골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정상 서면 영남알프스 산산골골 다 보여
산길은 밀봉암 갈림길을 지나 528m봉을 넘으면 경사가 가파르다. 짧은 암릉에 로프가 걸린 능선 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 한동안 숨을 헐떡이며 힘들게 이 코스를 지나고 나면 어느새 오두산鼇頭山(825m) 정상에 서게 된다. 산의 형상이 자라 머리를 닮았다는 오두산. 널찍한 산정에는 정상석이 있지만 주변 전망은 좋지 않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배내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숲길을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는 오두메기재에 이른다.
오두메기는 상북 거리오담(간창, 거리, 하동, 지곡, 대문동, 방갓)에서 오두산 기슭을 휘돌아 배내고개를 잇는 우마고도이다. 밀양과 원동에서 물목을 거둬들인 장꾼과 보부상, 소 떼를 모는 소장수들이 큰 장이 서는 언양으로 가던 통로였다. 그러니까 이 산길이 밀양에서 언양으로 넘나들던 옛길인 것이다. 오두메기재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는 오솔길로 접어들자 단풍이 터널이라도 이룬 양 시야를 감싼다. 숲길이 끝나고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폐헬기장을 지나 주능선에 이르러 곧장 배내봉에 닿는다.
배내봉 주변은 지금까지의 숲속과는 다르게 초원지대로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를 볼 수 있다. 특히 커다란 정상석이 자리한 배내봉에 올라서면 사방 어느 곳 하나 막힌 곳 없는 전망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가지산을 비롯한 문복산, 고헌산, 신불산, 간월산, 재약산, 천황산, 능동산, 운문산 등등 영남알프스의 산산골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뿐이랴! 산을 울타리로 삼고 삶의 터전을 일궈온 마을과 전답들의 풍경도 아늑하고 평화롭다. 하산은 정상석 뒤쪽 능선 길이다.
내려서자마자 지나온 오두산 능선과 진행할 밝얼산 일대는 물론 멀리 언양읍내가 훤히 조망되는 바위지대다. 하산길 역시 갈림길이 많다. 그렇지만 능선을 놓치지 않는다면 길을 잘못 들 일은 없다. 궂은 날씨지만 옅은 안개와 컬러풀한 단풍의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다. 예상치 못한 단풍 터널에 이어 하늘을 가릴 정도의 색색으로 물든 수목이 눈을 즐겁게 한다. 거기에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은 발걸음마저 가볍게 한다. 폐헬기장인 듯 널찍한 공간에 세운 조그마한 돌멩이에 ‘가메봉 765m’라고 손글씨로 적은 표석이 앙증맞다.
밝얼산 능선은 하늘을 가릴 정도의 색색으로 물든 수목이 눈을 즐겁게 한다.
능선 길 좌우는 급경사다. 왼쪽은 지곡이고, 오른쪽은 골짜기와 높은 벼랑이 매우 험한 저승골이다. 일순간 저승골 너머로 시야가 트인다. 간월산 능선 아래로 간월공룡과 그 뒤로 신불공룡이 보인다. 배내봉에서 밝얼산을 지나 봉화대가 있는 언양 부로산까지 이어지는 이 긴 산 능선을 이 지역에서는 ‘긴등長登’이라 한다. 배내골 사람들이 언양장을 오가던 교통로였던 옛길이 지금도 군데군데 희미하게 남아 있다. 등산로 역시 옛길과 같이 가되 봉우리로 오르는 몇 곳에서만 잠시 따로 간다. 옛길을 따르다가 능선 길로 올라 밝얼산(739m)에 닿는다.
검은색 표석이 자리한 정상부는 바위봉이다. 밝고 신령스런 얼이 깃든 산이라는 뜻의 밝얼산은 한자로 ‘박월산朴月山’이다. 배내봉만큼은 못하지만 주변 전망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배내봉에서 뻗어내린 오두산 능선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너른 언양 벌판은 물론 그 벌판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하산길을 잘 찾는 일이다. 좌우 능선 따라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진행 방향은 왼쪽 능선 길이다. 오른쪽은 등억리로 가는 길.
폐헬기장을 지난 호젓한 산길은 552m봉을 넘으면 순정마을 갈림길. 직진해 대덕사 방향 능선 길로 잇는다. 한 차례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지나면 김해김씨 묘지를 만나고 이내 대덕사 절집에 이른다. 절을 벗어나 고샅길로 대문동 마을회관을 지나 ‘대문동’ 마을 표석을 만난다.
농로를 걸으며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본다. 가운데 산골짜기를 두고 양팔을 벌린 듯한 산등성이가 부채꼴이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산이 마치 치마를 두른 것 같다 하여 ‘치마디미’라고도 한다는데 과연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작은 하천을 건너 상북(거리, 양등)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을 질러간다. 길 없는 길을 따라 출발지로 되돌아오니 꼭꼭 숨었던 해가 그제야 얼굴을 내민다.
산행길잡이
상북면 양등입구 버스정류장~양등교~양등 경로당~영모재~국수송~매봉산~ 송곳산~오두산~배내봉 정상~가메봉~밝얼산(박월산)~대덕사~대문동~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양등입구 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교통
언양읍내에서 울산 시내버스 323번, 328번, 338번, 355번, 807번을 타고 상북면 양등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숙박(지역번호 052)
배내봉 산행의 숙식은 언양읍에서 해결하는 것이 편하다. 언양읍내에는 미다스모텔(254-4402), 파크모텔(264-0177), 큐모텔(263-0173) 등 깨끗한 숙소가 많다. 언양은 한우 불고기가 유명한데 우체국 옆 진미불고기(262-5550)가 제법 알려져 있다. 언양 전통시장 인근의 언양 옛날곰탕(262-5752)은 소머리국밥과 곰탕이 주메뉴. 놀부대감집(254-9289)의 돌솥밥과 생선구이, 할매국수(262-5759)의 국수도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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