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12억? 혼란스러운 고가주택 기준..그래서 얼마야?
주먹구구식 규제 결과물..일관된 기준 필요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11억원으로 상향한데 이어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고가주택 기준이 갈수록 '들쑥날쑥'해지고 있다.
주택을 살때와 팔때, 보유할때 부과되는 세금기준액과 산정방식이 제각각이고, 대출과 특별공급 등의 고가주택 기준도 달라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의 기준이 되는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9억·12억? 공시가·시가? 복잡한 고가주택 기준
지난 2일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08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되며 정해졌던 고가주택의 기준이 13년만에 12억원으로 변한 것이다.
주택을 팔 때 부과하는 양도세의 과세기준은 12억원으로 오른 반면 살 때 부과하는 취득세 기준은 9억원이다. 현재 실거래가 9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 취득세는 최대 3.5%까지 부과되고 있다.
지난 10월 개편된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경우 고가주택의 기준가격을 15억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15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최고 수수료율인 0.7%를 내야 한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때 부과되는 고가주택 기준도 다르다. 종합부동산세는 1가구 1주택자 기준으로 공시가격 11억원을 과세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 9월7일 1가구 1주택자 기준 추가공제액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면서 기본 공제액 6억원과 합쳐 1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보유세인 재산세도 공시가격 9억원을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한다. 지난해 말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 과세구간별 표준 세율에 0.05%포인트를 경감한 특례 세율이 적용되는 혜택이 신설됐다. 지난 6월29일에는 이같은 특례적용대상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됐다.
과세 기준액을 정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양도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지만 종부세와 재산세는 공시가격을 통해 과세하고 있다. 공시가격 11억원에 현실화율 70%를 적용하면 약 15억7000만원이다. 내년 현실화율이 상승하는 것을 고려하면 양도세와 종부세의 고가주택 기준금액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집값은 물론이고 이같은 고가주택 기준의 상향 추세에도 대출과 특별공급에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점은 그대로 9억원이다. 지난 2019년 12·16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이 9억원 이상일 경우 40%에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의 경우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도 안된다.
특별공급 기준도 9억원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평형은 이전기관 공급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별공급 물량이 배정되지 않는다. 이는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13일부터 시행(주택청약 공급제도 개선안)됐다.
내년 분양이 예정된 둔촌주공(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 분양가도 3.3㎡ 당 3700만원을 넘으면 전용 59㎡ 총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1488가구에 달하는 특별공급 물량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집값 상승 반영하고 일관된 기준 있어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제각각인 고가주택 기준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규제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단기간내 정형화된 고가주택 기준가격대를 만들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론 최근의 시장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모두 따로따로 주먹구구식 적용을 하다 보니 기준이 복잡해졌다"며 "고가주택이라는 정형화된 기준을 만들고 일괄적으로 매년 공시가격이 발표될 때 고가주택도 같이 발표해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당장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출 등에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은 최근 수년간의 집값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은 10억8000만원으로 이미 11억원에 가깝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11개구 아파트의 지난달 중위매매가격은 13억1313만원이다. 강남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고가주택 기준인 12억원보다 1억원 이상 앞서 있다.
이은형 한국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가주택 기준이 다른 것은 지금까지 부동산 관련 규제를 그때그때 막 만들다가 생긴 결과로 조정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해 부동산 취득, 보유, 매도 전체 단계에 걸쳐 금액선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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