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과 현대음악, 정반대라고? 자유로운 해석 가능한 건 똑같죠"
바흐부터 진은숙까지 넘나들어.. '천년 아우르는 소프라노' 찬사도
소프라노라면 보통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 여주인공을 꿈꾸게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서예리(45)는 거꾸로 평소 접하기 힘든 바로크음악과 현대음악이라는 양 날개로 나는 성악가다. 작고한 프랑스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1925~2016)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도 ‘천년을 아우르는 소프라노’. 시차가 나는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의미다.
서예리는 5일 인터뷰에서 “고음악과 현대음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작품들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범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성악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해석을 자유롭게 불어넣는 설렘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예리의 음악적 행보가 남다른 이유가 있다. 독일 베를린 국립 예술대(UDK)에서 유학 중이던 2001년 베를린 방송 합창단에 합격한 뒤 5년간 정단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에는 인스브루크 페스티벌에서 고음악 거장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바로크 오페라를 통해서 솔로 가수로도 데뷔했다. 그 뒤로 유학 생활과 합창단, 솔로 활동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숨 가쁘게 병행했다. 서예리는 “방송 합창단은 중세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모든 작품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익힐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는 독일 다름슈타트 음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다름슈타트는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현대음악 축제와 전문 강좌를 개최해서 ‘유럽 현대음악의 요람’으로 불린다. 1950년대 후반 백남준과 윤이상도 다름슈타트에서 존 케이지 같은 거장을 만나고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려나갔다. 서예리에게도 최적의 둥지인 셈이다. 그는 “도시나 학교에서 진취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고 학생들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소 발표회를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우리 시대 작품을 연주하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7~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화클래식 무대에서도 색다른 시도를 선보인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부르면서 서예리가 딸 역을, 바리톤 김승동이 아버지 역을, 테너 홍민섭이 내레이터 역할을 맡아서 일종의 상황극처럼 연출하는 것. 바흐의 이 칸타타는 커피를 사랑하는 딸과 이를 걱정하는 아버지 사이의 신경전을 유머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2부에서는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 페르골레시의 종교곡인 ‘스타바트 마테르(성모 애상)’를 들려준다. 그는 “바로크음악도 흥겨움으로 가득한 바흐의 ‘커피 칸타타’부터 슬프고 비장한 페르골레시의 종교곡까지 다채로운 면모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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