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안 오르는 강북 아파트.."2019년 하락장과는 달라"

유엄식 기자 2021. 12.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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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로 집값 양극화 심화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스1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2019년 6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하락장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지역별 시세 흐름이 달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19년 상반기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약세장을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가격대가 낮은 강북권이나 외곽지역부터 상승률이 주춤한 움직임을 보여서다.
이달 초부터 상승률 0% 자치구 등장..."대출규제 여파"
3일 KB부동산 주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4%로 전주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10월 넷째주부터 6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주간 상승률은 지난해 6월 둘째주(0.08%) 이후 76주 만에 가장 낮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9년 6월 둘째주(-0.01%)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123주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강남북 권역을 가릴 것 없이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초부터 상승세가 멈춰 보합을 기록한 자치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11월 첫째주 도봉을 시작으로 중랑, 중구, 종로, 서대문 등에 이어 지난주 마포·성동·강서·관악 등이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 0.00%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 안팎에선 2018년 9.13 대책이 효과를 나타낸 그해 연말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약 6개월간 지속된 약세장과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전체 상승률 하락 전환은 지켜봐야겠지만 거래 비수기에 관망 기조로 상승률이 반등하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연내 서울 외곽지역 자치구 중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지역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시세 흐름이 2019년 하락장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엔 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낙폭을 확대하며 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최근 상승률 둔화 국면은 가격대가 낮은 강북권 등 외곽지역부터 비롯된 까닭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대출규제 역설...중저가 아파트 수요 위축, 강남권 고가 단지 신고가 속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영향으로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요층 위주로 거래됐는데 최근 대출한도 축소,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매수세가 꺾인 것"이라며 "강남권 고가 단지는 예전부터 대출이 금지돼 자체 조달이 가능한 수요층 위주로 거래됐기 때문에 대출을 조여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전용 84㎡가 45억원, 전용 129㎡가 60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직전 최고가보다 3억~5억원 뛴 수준이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졌지만, 강남권 고가주택 수요가 여전히 많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며 1가구 1주택을 유도하는 정책을 하니 똘똘한 한채 수요 쏠림이 나타나며 보유세 부담에도 고가 지역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강남북 아파트값 격차는 더 벌어지고, 신규 진입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1월 서울 아파트 시세 상위 20% 평균가격은 14억5601만원으로 하위 20% 평균가격(5억7094만원)의 4.1배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 하락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는 다소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됐으나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강남권 고가 단지 수요는 견조해 하락 추세로 보긴 어렵다"며 "내년 대선 결과에 따른 부동산 정책 변화, 추가 대출규제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있어 일단은 관망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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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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