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이민자를 위한 성인교육-언어

이철규 2021. 12.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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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11월 마지막 주 주말, 트리에 불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달 여의 긴 크리스마스 행사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을 학기 시험 준비로 분주하지만 12월 중순 방학과 2~3주간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기다리고 있어 마음만은 설렌다.

노르웨이 통계청(SSB)의 202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 인구 대비 이민자 비율은 14.8%이다. 이민자는 2011년에 최고치인 79,498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이민국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스웨덴, 시리아, 소말리아, 터키, 이라크, 덴마크 등 유럽과 중동 국가이며 아시아에서는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의 이민 비율이 높다.



◆노르웨이 이민자 추이(위): 이민(녹색), 이주(검정), 순이민(파랑, 노르웨이로 이주한 사람에서 타국으로 이주한 사람을 뺀 숫자) / 노르웨이 이민자 이민 목적 자료(아래) (북유럽 시민은 통계에서 제외): 일(녹색), 가족(검정), 난민(파랑), 교육(노랑) ©노르웨이 통계청(SSB) 인구 통계 자료

노르웨이 이민은 일을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가족 이주, 난민,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노르웨이 거주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정부에서는 인구의 10% 이상 되는 이민자를 위한 다양한 성인 교육을 제공해 이들이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자를 위한 성인 교육은 사회 학습 교육과 언어 교육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난민이나 교육을 받지 못한 이민자를 위한 특수 교육과 초등학교 교육 등 사회적 약자들이 노르웨이 사회에 적응 할 수 있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이민자와 이민 가족들 입장에서도 일이나 사업 등 경제 활동을 시작해 재정적 독립을 얻기 위해서는 노르웨이어 및 노르웨이 사회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유학이나 단기 거주를 하는 경우와 달리 노르웨이로 이민을 생각한다면 취업과 개인 사업, 현지인과의 결혼 등을 통한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상황이다.

세계 곳곳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 그렇듯 노르웨이도 사회, 경제 활동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런 사람 간의 관계는 언어를 통해 이뤄지고, 타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 학습은 삶의 뿌리일 수밖에 없다. 취업이든, 사업이든, 학업이든, 노르웨이에서 이민자의 삶을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언어의 바탕 없이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노르웨이 이민자 성인 교육 분야의 노르웨이어 교육에 대한 방향과 목표를 알아보고, 담당 교사를 만나 이민자를 위한 언어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OSLO) 인근 오스 지자체(Ås Kommume)에서 운영하는 이민자 학습 센터를 찾아 노르웨이 언어 교육 담당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르웨이 오스 지자체(Ås Kommume) 건물 2층에 위치한 성인 교육센터(Voksenopplæringen)(위)와 교육센터 정문 입구(아래) ©이철규

11월 중순, 갑자기 추워진 초겨울 날씨에도 노르웨이 언어와 사회, 문화를 배우려는 이민자들의 열정으로 오스 학습센터(Ås Læringssenter) 강의실의 열기는 뜨겁다.

오스 학습센터에서 노르웨이어를 가르치고 있는 베다나(Bedane) 선생님을 만나 노르웨이 이민자 대상 성인 언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오스 고등학교(Ås videregående skole)와 성인 교육센터(Voksenopplæringen)에서 노르웨이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스 학습센터(Ås Læringssenter)의 베다나 선생님 ©이철규

Q: 베다나 선생님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베다나(Bedane Bekuma Terefe)입니다. 저는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영어 교육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을 받고, 2003년부터 교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2013년에 노르웨이로 이민 와서 노르웨이어를 처음 배웠어요. 2016년부터 이민자를 대상으로 노르웨이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노르웨이에 이민 온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보람 있어요.

Q: 이민자들을 위한 노르웨이어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무엇이며, 교육은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되나요?

성인 이민자들이 일을 하거나 더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노르웨이어 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본 목표예요. 이곳 이민자 성인 학습센터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 성인을 위한 특수 교육, 노르웨이어와 사회 교육을 제공해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있는데, 난민과 난민 가족들을 포함해서 그들 중 일부는 노르웨이에 일을 하러 오거나 공부를 하러 와요. 또 일부는 노르웨이인과 결혼한 가족들이에요. 노르웨이 정부에서 지정한 일정 기준을 갖추면 무상으로 교육이 진행돼요.

Q: 노르웨이어는 다양한 방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언어를 배우나요?

노르웨이어는 2개의 표준어 보크몰(bokmå), 니노르스크(nynorsk)와 북부 지방의 사미어 등 넓은 지역만큼이나 많은 지역 방언(landsmål)을 갖고 있어요. 이민자들은 보크몰이나 니노르스크 같은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언어를 배워요.

Q: 노르웨이어와 영어는 비슷한가요? 영어를 기반으로 노르웨이어를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영어와 노르웨이어 모두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게르만어를 기원으로 하고 있어요. 언어의 기원이 같다 보니 두 언어는 유사점을 갖고 있어요. 영어를 배우는 것이 단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영어를 기반으로 노르웨이어를 배우려고 할 때 두 언어가 유사하더라도 발음과 억양 등이 다르기 때문에 노르웨이어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노르웨이 이민자 학습센터의 수업 풍경은 어떤가요?

이민자의 노르웨이어 수업은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분류돼요. 노르웨이어를 배운 경험이 없거나 적은 성인을 대상으로 읽고 쓰는 기본기를 배우는 기초반 수업부터 시작해요. 이민자의 언어 수준에 따라 A1부터 B2까지 학습 레벨을 분류해요. 성인 이민자들을 위해 특별히 교재와 워크북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요. 이민자들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온라인 자료들이 있고, 다양한 학습 교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사위와 학습게임판을 활용한 노르웨이어 수업(위), 무상으로 제공되는 컴퓨터를 활용한 노르웨이어 수업(아래) ©이철규

Q: 노르웨이어 읽기, 쓰기, 말하기 등 간단한 학습 순서나 학습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람들이 언어를 배울 때 개인차가 있어요. 언어 학습 전략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데 한 가지 방법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성인 이민자가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접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어요. 대부분의 노르웨이어 학습자들은 학습 센터와 집에서 언어 학습을 위한 인터넷을 사용하고, 노르웨이어 뉴스를 듣고, 노르웨이어 영화를 보고, 노르웨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부하고 운동을 하면서 빠르게 노르웨이어를 체화할 수 있어요.

Q: 이민자들의 노르웨이어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며, 어학 시험비는 무료인가요?

성인 이민자를 위한 노르웨이어 시험은 1년에 4번 진행해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대화하기 등 이민자들은 자기의 학습 수준에 맞는 시험 레벨(A1~ B2)을 선택해서 시험을 봐요. 처음 1회에 한해 시험비는 무료이고, 그다음부터는 시험 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Q: 이민자들과 함께 수업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이민자 학습 센터에서 제가 맡은 수업은 A1-A2 레벨의 노르웨이어 기초반이에요. 폴란드, 이집트, 나이지리아, 터키, 태국, 필리핀, 브라질 등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노르웨이에 온 이민자들과 함께 수업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서로 알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롭죠. 학생들 중에 생일인 사람이 있으면 함께 케이크도 나누고, 다양한 언어와 지역별 노래로 생일을 축하해요. 모국어는 다르지만 함께 노르웨이어를 익히며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웃음)



◆생일을 맞은 학생을 축하하며 함께 케이크를 나누고 있다. ©파트마(Fatma Can)

Q: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얻기 위한 노르웨이어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는 노르웨이어가 필수예요. 18세에서 67세 사이인 경우, 일반적으로 노르웨이 시민이 되기 전에 노르웨이어와 사회 과목에서 승인된 교육을 일정 시간 이상 이수하고 노르웨이어와 사회 과목 시험을 통과해야 영주권을 받을 수 있어요. 노르웨이어 수준은 학습자의 연령과 체류 허가를 받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영주권을 위한 최소 레벨은 A2예요.

Q: 노르웨이 한국 유학생이나 이민을 준비하는 한국 사람들이 노르웨이어를 배울 때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노르웨이어와 한국어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에게는 노르웨이어의 발음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이 듣고 반복적으로 발음을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거주하더라도 노르웨이 영상 자료나 인터넷 어학 자료를 활용할 수 있어요. 노르웨이 국영 NRK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언어 학습이 가능해요. 요즘은 언어 교재와 교육의 질이 높아졌어요.



◆한국에서도 노르웨이어 듣기 학습이 가능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예시-어린이를 위한 노르웨이어 학습 문화 컨텐츠로 노르웨이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은 이민자들의 언어학습에 도움이 된다. ©노르웨이 국영방송 NRK SUPER(nrksuper.no)

인터뷰 돌아보기

새로운 나라를 알아가려면 그 나라의 언어부터 배워야 한다. 갓난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배우는 모국어는 짧은 유년 시절에 체화돼 자연스레 나와 하나가 된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제 2의 언어, 제 3의 언어를 배우는 속도는 느리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민자 비율이 높은 노르웨이의 성인 교육은 언어와 사회 교육을 중심으로 이민자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성인 교육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정보화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는 언어 교육은 이민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는 영어로 실제 대부분의 노르웨이 사람들이 영어를 병행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관광이나 일시 거주 시에는 영어만으로도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유학 후 취업, 가족 이민, 사업 이민 등 장기 체류 시에는 현지인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정 서류가 노르웨이어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노르웨이어 학습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바로 번역해 주고, 다양한 언어 발음 앱이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영국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이 이야기한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말은 더 이상 실감 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어 학습자들이 번역 앱, 발음 앱 등을 언어 학습의 보조 수단이 아닌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으로 활용하다 보면 언어 학습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

상대방을 알려면 상대의 눈을 보고, 자기 자신을 알려면 호흡과 명상으로 사색하라는 옛 선인들의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번역해주고 이야기까지 해주더라도 사람이 서로의 눈을 마주보는 생명의 교감 없이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인류의 원초적 소통 방식인 언어는 지구별 곳곳에서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한 수많은 이방인들에게 공기나 물과도 같을 것이다. 오늘도 어학을 위한 이민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친절한 인공지능 번역기와 발음 앱이 인류에 독(毒)이 될지 약(藥)이 될지 모르는 미래는 미스터리(Mystery)이다. 그러니 현지인들과 눈을 마주하는 언어 학습을 통해 나의 이야기(My story)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노르웨이 오스 = 이철규 글로벌 리포터 global279@gmail.com

■ 필자 소개

현 의료기기 유럽지역 에이전트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 자문위원

전직 마이스터고 산학겸임교사

전직 의료기기 업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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