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지도 못하게 해놓고선 종부세 피할 수 있었다는 정부..국민만 봉?
정부가 최근 종합부동산세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 98%는 전혀 고지서를 받지 않아 무관하며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 대상자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이 종부세를 두고 '세금 폭탄' 공세를 벌이는 것에 대해 "폭탄이라는 용어는 예측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부각한 표현"이라며 "하지만 이번 종부세는 충분히 오래전부터 예고했고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길이 있었다. 폭탄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98%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종부세 고지서가 아예 배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작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당시 종부세율 3.2%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2019년 12·16 대책 당시 제시한 4.0%보다도 2.0%포인트 높았다. 이와 함께 양도세율을 최대 75%까지 높이는 방안을 올해 6월 1일까지 유예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1주택자의 경우 시세 16억원∼20억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평균 종부세가 27만원이다. 제 주변에 25억원∼2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12년간 보유한 분도 종부세 72만원이 나왔다고 하더라"라며 1주택자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500cc급 그랜저 승용차 자동차세가 65만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25억원 아파트에 72만원 세금을 부과하는 게 폭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수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지대인 지방에 우선 배분된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긍정적 측면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1주택자 양도세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는 1주택자는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충분히 시장이 안정되기 전에 정책 시그널이 잘못 전달돼 안정을 해칠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최근 고지된 종부세에 대한 반발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들에게 세금이 폭탄처럼 투여된다는 표현은 좀 지나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라며 "종부세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 굉장히 귀하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 기준을 공시지가 기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해 국민 대부분은 종부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종부세 폭탄론에 정면 반박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서 "제가 당 대표가 돼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시가 16억원)으로 상향시켰다. 즉 16억원 이하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며 "전 국민 98%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종부세가) 세금 폭탄이라면 무차별 폭격이 아닌 정밀 타격"이라며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 분들은 상위 1.8%다. 시가 16억원이 넘지 않으면 종부세 부과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 폭탄이라고 느낄 만한 분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호소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는데, 일부러 집값을 올려놓고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종부세 피하려고 1주택자도 집을 팔아야 하나", "빌라 현금 청산 당한다고 하는데 임대차 3법 때문에 세입자 동의 못 받아 팔지도 못했다", "절벽으로 밀어놓고 뛰어내리라는 게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냐" 등 불만을 터뜨렸다.
작년 정부의 7·10 대책에 따라 등록임대주택이 강제(자동) 말소된 집주인은 올해 종부세 부담이 대폭 치솟았다. 서울에서 아파트 2채를 10년 이상 임대사업등록 해놓고 보유했던 집주인 A씨는 작년 7·10 대책에 따라 등록 임대가 말소된 뒤 1년 만에 13배 급등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주택 유형에 따른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 확대 등으로 A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같이 이번 연도 자진·자동말소 임대주택 사업자는 국세청 추산 약 3만3000명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 죽이고 갈거야" 전 여친 집서 흉기난동 부린 30대…경찰, 삼단봉으로 체포
- `배달 오토바이 사망사고` 방송인 박신영 내달 첫 재판
- 10대 과외 학생 수차례 성폭행한 50대…2심서 감형, 그 이유가
- 계모에게 맞아 숨진 3살 아동…`복부에 심한 충격으로 사망` 소견
- "마스크 써달라"했다가…뺨 맞고 퍽 쓰러진 편의점 알바생
- 러시아, 우크라 미사일 공격… 심각해지는 전황
- "文 정부 빚잔치 후유증, 재정준칙 도입 필요"…與 `이재명식 포퓰리즘` 겨냥
- 세금 안내려고 코인까지 동원… 국세청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
- LG화학, 美 엑슨모빌과 리튬 공급 업무협약… 최대 10만톤 확보
- 이광형 총장 연임 도전하나… KAIST 총장발굴위 본격 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