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가며 30년 살던 집 팔았는데.. 종부세 400만 → 1억6200만원
4년 전 청약에 당첨돼 올해 4월 서울 성동구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A씨는 지난 23일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확인하고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400만원이 채 안 됐던 종부세가 무려 1억6200만원 나온 것이다. 담당 세무서에 확인하니 30년 넘게 살던 이전 아파트를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을 넘겨 지난 8월에 처분한 탓에 2주택자가 돼 세금이 늘었다는 설명이었다. 작년까지 1주택자로서 받던 장기 보유, 고령자 공제 혜택(70%)이 모두 사라졌고, 종부세율도 뛰었다. A씨는 “이사 날짜에 맞춰 집을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처분이 늦어진 것”이라며 “임대 소득을 챙긴 것도 아니고, 불과 4개월 2주택자였던 셈인데 몇 년치 연봉을 세금으로 내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올해 종부세가 급증한 가운데, 일부 납세자는 작년보다 수십~수백 배 늘어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정당하며, 대다수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주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거나, 처분하기도 어려운 고향 집을 부모에게 증여·상속받은 사람처럼 투기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루아침에 ‘세금 폭탄’을 맞은 납세자들 사이에서 “가혹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시골 ‘宗家’ 때문에 종부세 130배 폭증
25일 만난 70대 B씨는 “작년에 1만1240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145만9140원으로 130배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던 B씨는 5년 전 은퇴 후 거주할 목적으로 강원도 평창의 작은 단독주택을 한 채 샀다. 그리고 3년 전 아버지에게 경북 안동의 종가(宗家)를 증여받으면서 3주택자가 됐다. 작년까진 버틸 만했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고 다주택자 종부세율이 종전 최고 3.2%에서 6%로 뛰면서 세금이 폭증했다. 가족과 떨어져 안동에서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며 사는 B씨의 월 소득은 국민연금(58만원)을 포함해 100만원이 채 안 된다. 그는 “종부세에 재산세까지 더하면 300만원이 조금 넘더라”며 “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걷어가는 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냐”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와 노원구에 소형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진 50대 C씨도 지난해 3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183만원으로 60배 늘었다. C씨는 “종부세 때문에 한 채를 팔려고 해도 양도세 내고 전세금 돌려주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세입자에게 월세를 좀 받으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의 아파트에 살면서 서울 마포구 다가구주택 한 동(棟)을 임대로 주는 D씨 역시 올해 내야 할 종부세가 1억101만 원으로 지난해(110만원)의 92배로 뛰었다. 정부가 작년 ‘7·10 대책’을 통해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임대 사업자의 등록을 일괄 말소하면서 졸지에 다주택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다가구주택은 구매자가 없어 처분하기도 어렵다.
◇종부세만 ‘일시적 2주택자’ 배려 없어
전문가들은 현행 종부세가 다주택자 징벌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투기 목적이 없는 서민이나 중산층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허점으로 꼽힌다.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는 1년 내에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에 입주하면 다주택자 중과를 피할 수 있지만, 종부세는 예외를 두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재산 총액에 관계없이 보유한 주택 수만으로 세금을 중과하는 것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서울에서 공시가격 11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지방에 3억원짜리 주택 3채를 가진 사람은 367만원을 내야 한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향 집을 상속받거나 노부모 부양을 위해 집을 한 채 더 사는 경우, 근무지가 멀어 부부가 따로 사는 경우 등 불가피하게 다주택자가 되는 사례가 넘치지만, 정부는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세금 더 걷는 데만 혈안인 지금의 종부세는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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