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을 내려오는 나무의 생명력..최고령 조상 나무 님

2021. 11.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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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방식으로 측정한 오래된 나무들의 나이는 5000년에서 1만 년에 가깝다.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로 확인한다고 하지만, 그러려면 나무를 죽여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그래서 탄소14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를 측정하는 ‘탄소-14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1‌ 비자림최고령 나무의 나이는 약 800살
제주도 비자림의 최고령 나무의 나이가 약 800살이다. 비자림을 걷노라면 500살 넘은 비자나무도 많이 볼 수 있다. 비자림 최고령목은 그러나 양평 용문사의 1100살 된 은행나무나, 우리나라 공식 최고령목인 정선의 1400년 주목을 만난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삼국시대에 태어나 여태 살아 있다니,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몇 백 살, 천 여 살의 나이가 대단해 보이긴 하지만, 진짜로 오래 살고 있는 나무들에 비하면 나이 축에 끼지도 못한다. 호주 태스매이니아의 휴안파인의 나이는 1만500살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생명이 그렇게 산 것은 아니다. 본래의 생명은 4000년쯤 살았고 가지치기 즉, 무성생식을 통해 같은 품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땠든 생명이 끊기지 않고 살아있다. 사람으로 치면 죽을 사람의 유전자를 이용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 삶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미국 팜스프링스 근처 사막에서 발견된 크레오소트 덤블은 같은 원리에 의해 1만1700년을 살고 있다. 이렇게 복제되어 생명을 이어가는 경우 말고, 단일 생명으로 긴 세월을 사는 나무들도 적지 않다. 일본 야쿠시마섬에서 발견된 줄무늬삼나무繩文杉는 그 뿌리가 9550년 동안 자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위가 많은 바닷가에서 태어난 이 줄무늬삼나무는 그 척박한 땅에서 근 1만 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화이트마운틴에 사는 강털소나무는 5000여 년을 살고 있다. 싯타르타가 해탈과 득도를 이룬 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그 보리수나무의 보리수는 2200년이 넘은 고령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푸릇푸릇하게 잘 살고 있다.
5000년도 더 산 미국의 그레이트 베이슨 브리슬콘 소나무Great Basin bristlecone pine(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5000살이 넘은 캘리포니아 화이트마운틴의 강털소나무 므두셀라Methuselah(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나무가 오래 사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활동의 즐거움은 인간의 관점에서나 그렇지 생명의 관점에서는 에너지 소모에 불과하다. 그러나 산불, 바이러스, 동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강력 셀룰로즈가 진화했다. 예를 들어 피톤치드 성분은 동물, 바이러스 등 외부로부터의 악성 공격을 막아내는 성분이다. 숲을 산책하며 피톤치드를 흡입하면 스트레스와 염증이 완화되고 심폐기능이 좋아지는데,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노루, 사슴, 곰, 새 등 온갖 동물들에게도 전해지는 선물이다. 일설에 의하면 오래 사는 나무들은 주로 척박한 지역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생명을 이어가는 데만 집중한다. 나무들의 영양분 확보 전략도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 종족 번식과 영양분 독점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개미를 이용해 포름산을 살포하도록 유도해 적대적 식물을 죽인다. 화학전이다. 뿌리를 통해 탄닌 같은 성분으로 땅을 적셔 다른 식물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모든 식물이 당하고만 사는 건 아니다.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독점하면 키 작은 풀들은 최소의 빛만으로 살아가도록 진화했다. 햇볕, 바람, 땅의 기운 등만 따져보면 거의 땅바닥에 붙어 사는 잡초나 고사리 따위는 벌써 멸종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잡초를 뽑으며 앞으로 전진하면 뒤에서 어느새 새 잡초가 나오고 있고 고사리는 2억5000만 년에서 최고 5억4000만 년 전 고생대 때부터 지금까지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 사는 나무가 지구에 맞춰 진화를 한 것과 별도로, 세상의 모든 식물들 또한 그 각각의 수명과 관계없이 지구의 가장 오래된 어르신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지구의 식물과 지구로부터 배운 순리가 아니었을까.

[글 이누리 사진 이누리, 위키미디어커먼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6호 (21.11.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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