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종부세 내라고?' 일시적 2주택자, 뿔난 이유는
"투기목적 아냐" 불만..매도·매수자간 실랑이도
"이사 한 번 하려다 세금으로 수백만원 날리게 생겼네요."(한 대형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종부세를 확인한 일시적 2주택자들이 잔뜩 뿔났습니다. 주택 처분을 앞두고 있는 '일시적' 다주택자인데 일반 다주택자와 똑같은 세율의 종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죠.
일시적 2주택자는 이사 등 갈아타기 실수요가 대부분인데요. 곧 팔게 될 주택에 많게는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니 '우리가 투기꾼이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매도가 힘들어질 전망이라 우려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6월은 이사 가는 날? 아니, 이사 피하는 날!
지난 22일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는데요.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과세가 반영된 만큼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확 커졌습니다.
반면 1주택자들은 비교적 여유로웠는데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납세대상 중 1주택자의 72.5%는 시가 16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공시가격 11억 초과~17억원 이하, 과세표준 6억원) 소유자로 평균 세액이 50만원 수준에 불과했거든요.
그러나 일시적으로 두 채를 갖고 있는 1주택자도 다주택자와 똑같은 세율의 종부세를 부과받으면서 부담이 늘었습니다.
종부세는 매년 과세기준일인 6월1일 현재 소유자가 부담하게 되는데요. 이는 일시적 1주택자에도 동일하게 적용, 종부세 과세 기준일에 불가피하게 일시적 2주택 상태였던 1주택자도 다주택자에 준하는 종부세가 고지됐습니다.
일시적 2주택자는 이사 등 실거주 목적으로 2채를 소유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사를 나가고 들어오는 날짜가 서로 맞지 않을 경우 새 집을 사놓고 나중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곤 하는데, 그 사이 과세기준일이 껴 있으면 두 채 분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거죠.
가령 5월에 새 주택을 사고 6월에 기존 주택을 판다고 해도 6월1일 기준으로 2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2주택분의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이에 일시적 2주택자들은 투기 목적의 매수가 아닌데도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가 무서워서 과세기준일인 6월 근처에는 이사를 피하려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는데요.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실거주 목적으로 이사를 하려는 건데도 다주택 수준의 종부세가 부과되니 종부세 피하려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며 "매도자는 6월1일 이전에 등기를 넘기려 하고 매수자는 그 이후에 등기를 넘겨받으려고 옥신각신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선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며 서울 주택시장이 7개월 만에 매도우위 시장으로 진입했는데요. 주택 매수 관망세인데다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려고 해도 매매가 지연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점점 커지는 조세저항…"종부세 근본적으로 손봐야"
일시적 2주택자의 이같은 불만을 공감하지 못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시적 2주택은 처분을 앞둔 주택인 만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거든요. 종부세 혜택까지 주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현행법은 일시적 2주택의 경우 신규 주택을 취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주는데요. 기존주택과 신규주택 모두 조정지역에 위치할 경우 취득 시점에 따라 매도기한이 다릅니다.
2018년 9월13일 이전에 취득했으면 3년 내, 2018년 9월14일부터 2019년 12월16일 사이에 취득했으면 2년 내 매도해야 되고요. 2019년 12월17일 이후 취득했으면 1년 내 기존주택을 팔고 신규주택에 1년 내 전입해야 합니다. 또 2020년 6·17대책에 따라 같은 해 7월1일부터는 1주택자가 새로운 주택을 매입하면서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대해선 6개월 이내 전입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오락가락'입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보유기간 리셋'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5항에서 최종 1주택이 됐을때부터 양도세 비과세 요건(보유 및 거주기간)이 다시 시작되는 제도입니다. 국세청은 일시 2주택에 대해 보유기간 리셋을 적용하지 않기로 특례를 정했는데 이달 2일 기재부가 이를 뒤집는 유권해석을 내놨거든요. 일시적 2주택자들의 볼멘 소리가 점점 커지는 대목입니다.
이 외에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오래 거주했던 집을 상속받은 경우도 종부세 때문에 급하게 집을 처분해야 하는 등 여러 불합리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며 조세 저항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는 법무법인 수오재에 의뢰해 조세불복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위헌 소송을 차례로 진행하기로 하며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요. 연대에 따르면 지난 22일 전국에서 1000여명이 위헌 소송 인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불합리한 사례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종부세 취지를 감안할 때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부세를 부과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며 "종부세 부과 제외를 한 뒤 향후 매각을 안 했을 경우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식의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만 소장은 "종부세를 올리면 양도세를 완화해줘야 하는데 둘다 부담이 큰 상황이라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일시적 2주택을 비롯해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는게 과세 취지에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처럼 세금은 올리는데 집은 팔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세입자에게 조세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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