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빛 억새의 파도 따라…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열풍

밀양/김준호 기자 2021. 11.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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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지난 17일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사자평 억새 군락지. 재약산 7분 능선을 휘감으며 드넓게 펼쳐진 413만㎡(125만평) 평원에 억새의 파도가 일렁거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가 사자 갈기를 닮아 사자평”이라는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빽빽한 햇살[密陽]’을 뜻한다는 지명처럼 태양 아래 시시각각 금빛,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에 눈이 부셨다. 윤삼준(56) 경남산악연맹 전무는 “하늘과 맞닿은 사자평의 가을 억새 풍경을 ‘광평추파(廣坪秋波)’라고 부른다”고 했다.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는 뜻. 윤구균(57·충북 청주)씨는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능선과 억새 풍경이 황홀하다”고 했다. 동갑내기 친구 셋이 함께 왔다는 윤광수(64)씨는 “남성적인 야성미가 살아 있는 억새밭”이라고 했다. 사자평 억새군락지는 영남알프스의 여러 억새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영남알프스는 경남 밀양시·양산시, 경북 경주시·청도군, 울산 울주군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아홉 산의 높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가 사자 갈기를 닮아 사자평이라 불리는 곳. 경남 밀양시 재약산 능선을 휘감으며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에 금빛, 은빛 파도가 일렁거렸다. 영남알프스의 여러 억새밭 중 규모가 가장 큰 사자평에서 저물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펼쳐진 억새의 향연에 눈이 부셨다. /김동환 기자

◇사자 갈기 닮은 고원에 국내 최대 억새밭

사자평은 6·25전쟁을 피해 피란 온 화전민들이 잡목과 억새를 태워 개간하고 살던 곳이었다. 화전민들이 모두 떠나 방치됐지만, 사자평의 가치를 새로 발견한 밀양시가 최근 10년간 억새 군락지 복원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35억원을 들여 재약산 산들늪 국가 생태탐방로(4.4㎞)를 조성했다. 한 해 평균 50만명 이상이 재약산과 사자평을 찾는다. 박상준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해설사는 “사자평엔 2006년 환경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고산 습지가 있다”고 말했다.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고산 습지 일대는 자연 생태의 보고(寶庫)다.

전문가들은 재약산 사자평 억새 길 감상 코스로 두 가지를 추천했다. 산행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산객은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좋다. 영남알프스의 장엄한 산군(山群)을 감상하며 1.8㎞ 구간을 10분 정도 지나면 해발 1020m 상부 승강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사자평이다. 표충사 뒷길로 올라가는 코스는 흑룡·구룡·층층폭포를 지난다. 길이 다소 험하고 사자평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폭포수가 주는 청량감이 산행의 고단함을 말끔히 씻어준다.

◇'산악관광 메카’ 꿈꾸는 밀양

밀양시는 재약산 일원을 영남알프스의 중심, 대한민국 대표 산악관광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산림청이 추진하는 등산과 트레킹 전문 교육기관인 국립등산학교를 유치했다. 2023년까지 산내면 삼양리 일원에 국비 50억원을 투입해 강의실과 교육장, 체험 시설, 숙소를 건립한다. 또 재약산과 사자평이 위치한 단장면에는 32억원을 들여 다양한 전시 및 교육, 체험 공간을 갖춘 인공 고산습지생태관을 조성한다. 오흥쾌 밀양시 산림녹지과장은 “천혜의 산림 자원을 기반으로 관광시설을 확충하며 환경도 복원하고 있다”고 했다. 밀양시는 전시관과 휴게시설, 교육장을 갖춘 영남알프스 생태관광센터도 계획하고 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등산 교육과 문화를 선도하고, 산림 치유와 산악 레포츠 메카로 거듭나는 밀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사자평 억새 군락지

◇9봉 완주자에겐 기념 은화

영남알프스 전역의 억새를 두루 감상하고 싶은 관광객은 ‘하늘 억새 길’ 종주 길을 선택하면 된다. 30㎞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억새 탐방 길로, 총 5개 구간에 걸쳐 이어진다. 이른 새벽 서둘러 출발하면 하루 만에 주파하기도 하지만, 능선에서 야영하거나 신불산 자연휴양림이나 인근 숙소를 이용해 1박 2일간 여유롭게 억새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영남알프스는 늦가을 억새로 이름 높지만, 사시사철 찾아도 좋은 핫 플레이스다. 최근 울주군이 영남알프스 아홉 봉우리를 완등한 사람에게 인증서와 기념 은화를 주면서 산악인들의 마음에 도전의 불을 지폈다. 기념 은화는 지름 3.8㎝, 무게 31.1g으로 6만5000원 상당의 순은 제품이다. 밀양의 재약산과 천황산을 비롯해 가지산·간월산·신불산·영축산·고헌산·운문산·문복산 등 9개 산 정상 표지석 앞에서 인증 샷을 찍어 카카오톡 ‘영남알프스 완등’ 채팅창에 올리면 받을 수 있다. 올해 기념 이벤트에 지금까지 완등자 2만8900여 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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