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근조'..이제 한글로 된 경조사 봉투 어떠세요?
[경향신문]
보통 사람들은 지인 등의 결혼식에 갈 때 ‘祝 結婚(축 결혼)’이나 ‘祝 華婚(축 화혼)’ 이라고 쓴 통부에 축의금을 넣어 혼주에게 전한다. 장례식에 갈 때는 ‘賻儀(부의)’ 또는 ‘謹弔(근조)’라고 쓴 봉투에 부의금을 넣는다. 대부분 한자로 글씨를 쓴다. 이런 한자로 된 글씨가 인쇄돼 있는 봉투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흰 봉투를 이용하는 경우 글씨를 몇 번씩 다시 쓰곤 한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를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왜 이렇게 어려운 한자 봉투를 쓰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냥 관행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시민들이 여기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쓰기 좋고, 읽기 좋은 한글을 놔두고 왜 어려운 한자로 경조사 봉투의 글씨를 쓰느냐는 것이다. 세종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도시이름을 지은 곳이다. 당연히 한글을 소중하게 여기고 한글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쏟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글 전담 조직도 갖고 있다.
세종시는 시민들로 구성된 한글사랑동아리가 최근‘한글 경조사 봉투’ 쓰기 운동에 나섰다고 19일 밝혔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한글사랑도시 세종 사업단’의 지원을 받는 이 동아리는 어려운 한자 대신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한글로 경조사 문구를 쓰기로 하고 ‘한글 경조사 봉투’를 제작·보급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동아리는 ‘결혼’, ‘근조’ 등 경조사용 봉투 이외에 ‘용돈’, ‘감사’ 등의 문구가 들어간 봉투를 제작, 세종시청 민원실, 세종시 조치원청사, 보람동·아름동·도담동·종촌동·새롬동·고운동·다정동·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등에서 배포하고 있다.
봉투의 모양이나 색, 글씨체 등은 동아리의 구성원들이 직접 정했다.
한편 한글사랑 동아리는 한글 경조사 봉투 쓰기 운동 이외에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 공모 등 한글 사랑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아름다음 우리말 간판으로‘마음아리 아동심리 상담센터’, ‘카페 봄’, ‘한울 작은도서관’ 등을 선정한 바 있다.
세종시는 지난달 9일 한글날에 한글사랑도시 비전을 선포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정심을 높이기 위한 각종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시민들이 직접 만든 한글 경조사 봉투가 보다 많이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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