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점점 모양새 갖춰가는 집..그래도 갈 길은 멀어

한겨레 2021. 11.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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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너도 한번 지어봐]너도 한번 지어봐: 단열과 방수
종도리 올리는 상량식 끝내고
집에 옷 입히는 외벽 공사 시작
나무 구조 보완 위해 더 꼼꼼히
가족의 화목, 건강, 부귀를 바라는 글을 적은 상량보. 임호림 제공

집 짓는 일은 꼬임의 연속이다. 1층 보강이 끝나고 2층 계단실 옆 벽이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2, 3층의 목구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애초 건축 계획과 작업 일정이 틀어지면서 급하게 수정하다 보니 공정이 겹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해체를 마무리하려는 철거팀과 작업 동선을 확보하려는 목수팀, 일명 ‘토르’팀과 ‘텍사스 전기톱’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철거팀이 해머로 벽을 때리다 보니 부서진 시멘트 조각이 목수팀으로 날아갔고, 목수팀이 길쭉한 구조목을 옮기다가 철거팀과 어깨가 부딪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쪽은 서로에게 들릴 듯 말 듯 육두문자를 중얼거리다가 결국 멱살을 잡기 직전까지 갔다. 건축주는 사태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가까운 슈퍼마켓에 뛰어가 사 온 캔커피와 차가운 생수로 당과 수분을 보충시켜드렸지만 철거팀이 철수할 때까지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거북과 용의 의미

남쪽에서는 비 피해가 컸다고 하는데 서울에는 장마인지 아닌지도 모를 비가 며칠 다녀가고 곧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목구조를 세우는 동안은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피할 그늘이 없다. 먼지를 막기 위해 공사장을 둘러친 가림막 사이로는 더위를 식혀줄 바람도 지나가지 못한다. 현장의 온도계는 40℃를 오르내린다. 가만히 있어도 속옷까지 젖을 만큼 더운 날씨에 목수들이 흘리는 것은 ‘구슬땀’이라는 짧은 단어로는 다 옮겨 적을 수 없다.

2층 바닥에서 시작한 목공 작업은 3층 지붕 아래 가장 높은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는 ‘종도리’(상량보)를 올리는 것을 기점으로 마무리를 향해 달려간다. 종도리에 붙이는 상량문의 양 끝에는 거북 귀(龜) 자와 용 용(龍) 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도록 써넣는데 풍수에서 네 방향을 상징하는 동물 가운데 호랑이와 주작은 불을, 거북(현무)과 용은 물의 기운을 가지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대부분 나무로 집을 지었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재난인 화재로부터 집을 지켜달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상량문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며 모자람 없이 부유해 널리 베풀며 살기를 기원하는 글을 적어 고사를 지냈다.

뼈대를 마련했으니 이제는 살을 채우고 옷을 입힐 차례다. 지붕을 포함해 완성된 목구조 바깥쪽에 오에스비(OSB·oriented strand board)라는 합판을 붙여 외벽의 형태를 잡는다. 건축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합판인데, 얇게 켜낸 나뭇조각을 직각으로 겹친 뒤 방수성 수지로 강하게 압축해서 만들기 때문에 강도와 경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요즘은 구조 마감용으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질감을 살려 내장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단단히 고정한 외단열재. 임호림 제공

이중 삼중, 막고 바르고

오에스비 벽과 뼈대(목구조재) 사이에는 통신선 및 전기배선용 파이프, 상하수도관, 환기 배관 따위를 설치한다. 사람의 몸으로 치자면 신경계, 순환계에 해당한다. 다음은 내단열재로 글라스울(glass wool)을 채워 넣을 차례다. 내부에 미세한 공기층을 가지고 있어 가벼우며 단열성이 높고 흡음, 방음 성능이 좋은데다 일정한 규격으로 생산되어 시공하기도 간편하지만, 호흡기에 해로운 유리섬유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시공할 때는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방진복과 방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채워 넣은 뒤 다시 오에스비로 마감한다. 합판 사이에 생기는 틈과 벽면이 꺾이는 곳, 글라스울을 채우기에 좁은 곳은 우레탄폼을 주입해 단열성을 보강한다. 단열은 온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구실이지만 거꾸로 바깥의 열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도 한다. 더위가 정점을 찍는 한여름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내단열벽이 완성되자 안쪽에서는 예전만큼의 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에스비 바깥쪽에 외단열 작업을 하기에 앞서 외벽에 방수시트를 붙인다. 특히 직접 비를 맞는 지붕에는 글라스울을 채워 넣기 전에 안쪽에도 미리 방수시트를 붙여 이중으로 보호해야 한다. 지붕용으로는 흔히 듀폰사의 타이벡(Tyvek)이라는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데, 고밀도 폴리에틸렌섬유로 만든다. 외부로부터의 습기를 막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의 습기를 바깥으로 통과시키는 기능이 있어 건축물 안쪽의 물맺힘을 방지한다.

외벽용으로는 벤저민 오브다이크(Benjamin Obdyke)사의 하이드로갭(Hydrogap)이라는 방수시트를 썼다. 이 제품 표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수많은 돌기가 튀어나와 있는데, 외단열재와 닿을 때 공기층을 형성해 보온과 단열 성능을 높이는 구실을 하면서 내부의 습기를 빼내는 기능을 한다. 외부에 노출되는 3층 베란다는 2층 안방의 지붕이 되고 빗물이 빠져나갈 우수관을 설치한 뒤에 콘크리트로 덮어야 하기 때문에 두꺼운 열성형 방수시트를 시공한 뒤에 방수도료를 덧발랐다.

목구조 사이에 채워 넣은 글라스울. 임호림 제공

기능성 소재 다양하게 활용

오에스비 바깥으로는 고압축 경질 우레탄보드를 붙여 외단열을 완성한다. 내단열이 두꺼운 스웨터라면 외단열은 한겨울 추위에도 끄떡없는 다운 패딩에 비유할 수 있다. 외벽 보온 단열보드를 붙일 때는 디스크 파스너(disk fastener)를 나사못으로 조여 단단히 고정한다. 단열보드 시공이 끝나면 내단열과 마찬가지로 비어 있는 틈새에 우레탄폼을 주입해 막은 뒤 튀어나온 것들을 깎아내 고른 표면을 만든다. 그 위에 거즈처럼 생긴 메시 섬유를 덧대고 1차 미장을 하고 나면 더 깨끗한 표면을 만들 수 있다. 창호를 설치하고 나서 외벽은 스타코플렉스(Stuc-o-flex)라는 기능성 마감재를 바르는 것으로 마감하게 된다. 아크릴 폴리머라는 소재로 만들어 탄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외부의 물을 차단하면서 내부의 수증기는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표현하기도 쉬워 우리 집에는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색에 약간 거친 질감을 섞어 바르기로 했다. 단점이라면 외단열보드 위에 곧바로 바르는 것이라 외벽의 단단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1층 벽면은 오염과 파손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짙은 회색 철판을 둘러 걱정을 조금 줄였다. 단열과 외벽 작업이 끝나가면서 집은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구경 나온 이웃 한분이 이제 다 지은 거냐고, 이사는 언제냐고 물어보셨다.

“천만에요. 안쪽은 이제 시작인걸요!”

임호림(어쩌다 건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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