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다른 싱크대, 로봇이 척척 만든다

성유진 기자 2021. 1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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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 용인 스마트공장 가보니
경기도 용인 현대리바트 스마트 공장에 있는 로봇 설비. 로봇과 자동 재단기가 목재를 미리 입력된 정보에 따라 규격대로 잘라낸다. 코로나 이후 가구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구 업체들이 생산 라인에 산업용 로봇 같은 첨단 자동화 설비를 잇따라 도입해 맞춤형 가구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현대리바트 가구 생산공장. 한편에 무인(無人) 지게차가 옮겨 온 41가지 종류의 합판이 쌓여 있었다. 천장에 달린 팔 모양의 산업용 로봇이 그중에 회색 목재를 정확히 골라내 생산 라인 쪽으로 옮겼다. 이후 로봇과 자동 재단기가 함께 목재를 미리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자르고 구멍을 뚫었다. 이렇게 다듬어진 목재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다음 공정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이번엔 작업대 옆에 설치된 로봇이 모서리에 색깔을 입혔다. 이렇게 절단과 도색 작업을 모두 끝낸 목재 6개가 한 박스에 담겼다. 이 목재를 서로 끼워 맞추기만 하면 세로 60㎝, 가로 30㎝의 주방 상부장이 완성된다.

이 작업이 끝나자 로봇 설비는 자르는 톱날의 위치를 바꿔 세로 50㎝, 가로 60㎝ 상부장을 만드는 공정으로 스스로 변신했다. 장진용 현대리바트 생산운영팀장은 “예전엔 공정이 달라질 때마다 사람이 하나하나 세팅을 바꿔야 했다”며 “이 과정을 기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지고 불량률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가 18일 IT 기술을 입힌 자동화 생산 시설 ‘스마트 팩토리’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기존 용인공장 땅에 5층, 총 8만5950㎡ 규모의 복합 제조·물류센터를 지었는데, 현대리바트는 이 중 3층(1만7000㎡)을 스마트 공장으로 만들었다.

◇단일 생산 어려운 구조, 스마트 공장이 해결

이날 둘러본 스마트 공장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자재는 무인 셔틀(지게차)이 나르고, 설계 정보만 입력하면 3D(입체) 설계 도면과 예상 자재 소모량이 자동으로 산출된다. 설비 라인도 공정에 맞춰 자동으로 세팅된다. 로봇은 가로 2.5m, 세로 1.5m 원판을 어떻게 자를지까지 스스로 결정한다.

이 공장의 총 6개 생산라인 중 한 곳은 맞춤형 가구 생산에 특화돼 있다. 고객이 현대리바트가 제공하는 23종 규격 외에 다른 사이즈의 가구를 주문하면 이 라인에서 기계가 고객을 위한 단 하나의 가구를 만든다.

박스를 들어 적재하는 '파렛타이징' 공정 모습. 로봇이 완제품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제품의 하중을 고려해 다양한 각도로 쌓는다. /현대리바트

원래 가구 공장은 자동화의 한계가 뚜렷한 곳이었다. 일반 제조 공장에선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동일한 제품을 대규모로 찍어 낸다. 하지만 가구는 규격이 제각각이다. 매번 사람이 수작업으로 가구 규격을 입력하고, 설비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불량률이 올라간다.

현대리바트는 여러 개의 관절을 가진 산업용 로봇을 제조 현장에 설치했다. 여기에 정해진 정보를 입력하면, 로봇이 그에 맞게 자동적으로 물체의 크기를 인식해서 자른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라인 같은 곳에 투입되는 산업용 로봇을 가구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는 2017년부터 4년간 총 1475억원을 투자해 이 공장을 지었다. 현대리바트 연간 순이익이 연평균 3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5년치 이익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 설비 이후 현대리바트 스마트 공장의 생산성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현대리바트가 옛 방식으로 운영하는 2공장은 100여 명이 주방 가구 기준 연간 5만 세트를 생산하지만, 스마트 공장에선 50여 명이 27만 세트를 생산할 수 있다. 1인당 생산성이 10배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코로나가 키운 가구 시장, 자동화도 빨라져

가구 시장이 커지며 업계 전반적으로 자동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한샘은 안산 공장에 가구 발주부터 생산, 설치, 물류 전 과정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들어온 주문 정보를 바코드에 이식하면 자동으로 재단, 가공, 포장이 이뤄져 다양한 규격의 가구로 자동 제작되는 시스템이다.

해외 가구 업계는 이미 스마트 공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는 현지 공장을 사람이 거의 필요 없는 자동화 공장으로 운영하고 있고, 유럽 최대 고급 주방 가구 업체 노빌리아도 이미 2012년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맞춤형 고급 가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가구 업체들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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