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톨릭 주교단, "'신자 바이든'에게 영성체 거부' 안' 한다"

김재영 2021. 11. 1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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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낙태 찬성하는 카톨릭 대통령에게 영성체 거부 움직임
카톨릭 내 보혁 갈등…개혁적 교황에 대한 반감 묻어나

[바티칸=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29일 바티칸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옆에서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웃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의 카톨릭 주교단이 카톨릭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영성체 성사를 일단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46명 째 미 대통령인 바이든은 존 에프 케네디에 이어 두 번째로 카톨릭 미국 대통령이 되었지만 취임식 날 주교단의 환영은커녕 악담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고 카톨릭 신도의 큰 영예라 할 수 있는 성체 배령을 거부 당할 위기까지 놓였다.

카톨릭 교회는 낙태 반대를 철칙 중 철칙으로 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여성의 낙태권을 찬성하고 옹호, 주창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20일 바이든 취임식 날 미국주교회의 의장인 호세 고메스 로스앤젤레스 대주교는 성명을 통해 새 대통령이 "무엇보다 낙태, 피임, (동성애) 결혼 및 성별 젠더 영역에서 윤리적 악을 선양하고 인간 생명과 위엄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교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월 주교단 고위 신부들은 화상회의와 투표를 통해서 어떤 카톨릭 신자와 어떤 상황에서 영성체를 허락할 것인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투표 결정했다.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낙태주의자 바이든 대통령에게 영성체를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확실히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예수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빵과 포도주를 미사 접전 후 배령하는 것은 카톨릭의 영예이나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성당 안에 들어오는 사람 누구나 영성체가 허용된다는 (틀린) 상식이 있을 정도로 평상적인 성사였다. 그런데 카톨릭 신도가 대통령이 되면서 영성체가 아주 특별한 것으로 부각된 것이다.

미국 카톨릭 고위신부들 중 보수파는 낙태 찬성의 바이든에게 영성체를 거부하고 싶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독실한 카톨릭으로 매주 성당에 나가는 바이든은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낙태를 찬성해왔지만 그간 한 번도 성당서 영성체를 거부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0년 대선 유세 중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성당으로부터 낙태권 찬성자에게는 줄 수 없다면서 성체배령 거부를 당했다.

이에 영감을 받아 미 카톨릭 보수파는 주교회의를 통해 바이든에 대한 영성체 거부를 가이드라인이란 명목으로 확실히 명문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17일 볼티모어 주교단 회의의 비공개 논의와 투표에서 보수파의 의지가 관철되지 못했다.

주교회의가 과연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까지 영성체 거부를 명시할 것인가에 여러 언론이 주목해왔다. 2년 만의 첫 대면회의에서 주교회의는 보수파에게 실망스럽게도 바이든이나 낙태 찬성 정치인들을 거명하지 않고 추상적인 선에서 영성체 의미를 되새기는 데 그쳤다.

이름을 적시하는 대신 투표를 통해 통과된 가이드라인은 카톨릭 공인들에게 개인적 신앙과 공적 활동 간의 윤리적 일치를 시범보이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카톨릭 신자면 정치가로서도 카톨릭의 원칙인 낙태를 공공연하게 반대해야 된다는 것이다.

영성체를 낙태 반대자에게 제한하려는 미국 카톨릭 지도자들과는 달리 13억 세계 로마 카톨릭 신자를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성체가 결코 "완벽한 신도하게 주는 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바이든에 대한 영성체 반대 움직임이 있자 미국주재 교황청 대사는 영성체가 "특별한 소수"에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영성체 문제를 주목해온 뉴욕 타임스는 미국 주교회의의 가이드라인 사태는 카톨릭 내의 보수와 개혁 세력 간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수 세력의 창 끝은 바이든을 넘어 개혁적인 프란치스코를 겨누고 있다고 암시했다.

미국에서 카톨릭은 전 인구의 25% 정도로 개신교 비중 45%에 크게 못 미친다. 그래도 7000만 명이 넘으며 1만7000개가 넘는 교구에 주교단의 고위 신부 260명에 추기경만 15명이 임명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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