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집값 안정 길목..집 사라고 권하고 싶지 않아"
"집 꼭 사야하면 사전청약 권유"
"당장 재건축 규제 풀면 시장불안 우려"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확실히 안정세로 접어드는 길목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쪽으로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 (집을) 서둘러 사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정부가 경고한 대로 지금이 집값 고점이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 “객관적인 시장 지표를 보면 그렇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장관은 앞으로 집값 추이는 공급과 금융의 문제에 달려있다며 정부 대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공급대책이 총 205만호 규모인데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다 합친 30만호의 7배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물량”이라며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차례 올리는 등 코로나19로 늘어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수치를 예언처럼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안정적인 길로 가는 길목”이라며 “예민한 시기인데 앞으로 이 안정세가 더 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이 집을 살 때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둘러 사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최근 3기 신도시 등에서 사전청약을 하는데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면 사전청약을 두드려보시는 게 어떨지 권유한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대책이 서울 외곽에 집중돼 있고 도심 공급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3080 플러스 대책(2·4대책)이 도심에 부족한 물량을 공급하는 대책”이라며 “올해 초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피부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장관은 “도심에 재개발·재건축을 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과거 서울에서 성공한 재개발을 조사하니 기간이 평균 13년 걸렸다”며 “복잡한 소유관계를 조정하고 지자체 인허가 과정을 대폭 줄여 공급을 빨리해보자는 게 3080 플러스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어 정부 정책 방향과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꺼냈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경제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용한 바 있다.
노 장관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고 민간이 해도 되는 재건축 등의 사업은 공공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오랫동안 진척이 안 되던 지역에 사업성을 높여주고 갈등을 줄여주는 게 공공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심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돼야 한다는 데 대해 서울시와 생각이 같다”며 “서울시와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급대책을 놓고 부딪히거나 이견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당장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시장이 민감한 상황인데 (규제 완화) 대책을 바로 시작하면 당장 공급 효과는 없으면서 기존 주택값만 올라가는 등 시장 불안이 생긴다”며 “최근 힘들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시장을 또다시 불안하게 하는 것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조여 정작 필요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전체적으로 가계대출은 관리하되 실수요자는 보호해야 한다”며 “급한 전세대출이나 입주 단지의 집단대출 문제 등 정책 모기지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 이번 가계대출 관리 대책에서 제외했다. 꼭 필요한 분에게 구김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나리 (lo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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