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갑순 前 세무학회장 "가상자산 섣부른 과세는 시장실패 위험"
현재 체계로 과세 1년 유예는 미봉책 지적
"3~5년 정도 낮은 수준의 거래세 적용이 합리적"
정부의 역할은 투명하고 안전한 시장 조성에 있다. 섣부른 과세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감소시켜 시장 실패 위험이 크다.
한국세무학회장을 지낸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사진)가 1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내년 가상자산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25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소득세율 20%를 적용했다. 기타소득이란 상금·사례금·복권당첨금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득’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과세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인지, 금융상품인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과세를 서둘러 하는 것은 납세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이란 구체적 형태가 없는 자산으로 특허권, 저작권, 영업권 등이 해당한다.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을 적용할 시 가상자산에 투자해 이익이 났을 땐 과세가 되지만, 손실이 났을 땐 주식처럼 결손금이 이월 공제되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김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 소득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득’에 해당하지 않고 외형적으로 상장된 주식 거래소득과 가장 유사하다”며 “현행 과세 방안은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 구분의 원칙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회계기준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해석했어도 세법에서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들도 사업소득이 아닌 경우 양도소득(자본이득)으로 가상자산을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가상자산 과세 논의와 연구가 깊었던 덕분에 모두 과세 범위나 기준이 비교적 명확했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영국도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취급해 과세하지만, 가상자산 성격에 따라 사업소득과 자본이득으로 구분을 하고 과세 취급을 달리한다.
또 현재 정부 정책으로는 가장자산 세금을 피할 수 있는 허점도 많아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우려다. 특히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김 교수는 “해외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시 과세할 방법이 없어 국내 거래소에서 빠져나가는 투자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여야 모두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는 주식 거래와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최대 5000만원까지 공제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주장이다. 현재는 연 250만원까지 공제할 수 있다. 정부도 결국 정치권의 압박으로 결국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재의 가상자산 과세 정책을 단순히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의 차원에서 이뤄진 과세 유예는 종교인 과세나 미술품 과세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상자산 과세 계획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면 재검토 과정에서 가상자산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사례를 반영한 종합 대책을 마련한 뒤에나 가상자산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P2P 거래를 통한 조세회피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 과세 한계 ▲1년 동안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이뤄지는 수십만건의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 과세 문제 ▲리워드 코인(보상형 코인)과 취득가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취득 원가를 0원으로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 ▲직간접적으로 채굴하는 가상자산의 취득원가 입증 문제 등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여러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충분히 검증을 거친 가상자산 과세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3~5년 정도는 목적세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의 거래세면 충분하다”며 “여기서 마련된 재원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갑순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 학사·석사·박사를 마친 이후 한라대학교 교수로 일하다 지난 2002년부터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임 중이다.
교수로 일하면서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감사원 회계자문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 한국세무학회 원장도 역임하며 세제 발전에 힘써웠다.
주요 저서로는 ‘기업의 조세전략과 세무회계연구’, ‘분개법 원리로 배우는 세법개론’, ‘IFRS 회계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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