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초기기업의 ESG투자 어려움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2021. 11. 1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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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명실공히 올해 한국 증시 최고의 스타다.

석 달 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후 주식시세는 지난 11월15일 기준 54만8000원, 시가총액 약 26조원으로 13위에 올랐다.

이른바 스타트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화려함 이면에는 이런 살풍경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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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변호사

크래프톤은 명실공히 올해 한국 증시 최고의 스타다. 석 달 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후 주식시세는 지난 11월15일 기준 54만8000원, 시가총액 약 26조원으로 13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단일 제철소인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를 보유한, 조강생산량 세계 6위인 포스코가 시총 25조원이 안 되고(코스피 14위), 한국 1위 정유회사이자 3000개 넘는 주유소를 운영하며 화학·윤활유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이 시총 22조원 정도다(코스피 19위).

크래프톤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주식투자를 하지 않거나 게임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회사이름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다. 지금의 크래프톤을 만든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라는 MMO(Massive Multiplayer Online) 슈팅게임이다. 외딴 섬에서 최대 100명의 플레이어가 다양한 무기와 전략을 사용해 마지막 1명이 살아남는 순간까지 전투를 하는 게임이다(나무위키 참조). 일본의 원작을 따라 배틀로열 장르의 게임이라고도 하는데 최근 히트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역시 넓게 보면 같은 장르의 드라마다.

이 게임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세계 최대 게임유통채널인 스팀에서 가장 빨리 100만장이 팔리고 가장 빠르게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게임이다. 여전히 조단위 매출을 올리며 해외매출 비중이 90% 이상이니, 옛말로 외화벌이 효자산업인 것이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크래프톤이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군에 속하게 됐지만 창업한 지 14년밖에 안됐다는 점은 그 자체로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어쩌면 몇 년 전 창업자들의 결단으로 깨끗이 사라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크래프톤의 모체인 '블루홀스튜디오'는 네오위즈의 세이클럽, 검색엔진 첫눈의 스타 창업자 장병규와 게임업계 출신 창업자들이 공동창업한 회사다. 그런데 이들이 야심차게 출시한 최초 대작게임 '테라'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이후 경영상 난관에 봉착하자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2014년 무렵 회사를 매각하려 한 것이다. 이것을 막은 사람이 당시 김강한 대표이사였고 블루홀스튜디오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오늘날 크래프톤이 될 수 있었다('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펴냄).

올해 크래프톤의 상장 즈음에 출시된 이 책은 '실패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실패로 점철된 기록의 연속이다. 물론 '배틀그라운드'로 대박이 난 후에야 이것이 우리에게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달리 말해 회사가 겨우 매각되거나 사업이 망했다면 그들의 실패는 기록조차 되지 못 했을 것이다.

'크래프톤 웨이'를 읽어내는 매우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여러 실패 중 처음 해야 했던 '감원의 풍경'에 주목했다. 지식노동과 인재를 강조한 이들 경영진도 2013년 260명의 직원 중 약 20%를 감원해야만 했다. 그들은 신속히 감원 대상자를 결정하고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지만 다행히 큰 반발이 없었다고 한다. 구조조정 즈음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죽은 사람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에게 인격이 있나요. 일단 살아야 인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스타트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화려함 이면에는 이런 살풍경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 무수한 기업의 죽음들을 목도하면서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의 고민 역시 깊을 수밖에 없다.

한 심사역이 2021년의 화려한 크래프톤이 아니라 2013년의 블루홀스튜디오를 심사했다면 그들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요즈음 쉽게 말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따위의 '좋은 말'을 구조조정을 앞둔 경영진 앞에서 단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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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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