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이전으로 돌아간 법인 매매비율.. "규제로는 한계"
법인의 아파트 매매·매수 비율이 지난해 6·17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 대책을 통해 법인의 부동산 투기를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법인의 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규제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거래 주체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법인에 의한 전국 아파트 매매 비율은 12.42%, 그중 매수 비율은 7.84%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이자, 지난해 법인의 부동산 투자를 차단한 6·17대책 발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6월의 법인 매매 비율은 12.84%, 매수 비율은 7.90%였다. 특히 매수 비율은 6·10대책 당시보다 높아져 법인의 매수세가 강함을 보여줬다.
지난해 5월 법인의 아파트 매매 비율이 14.86%, 매수 비율이 10.20%까지 치솟자 정부는 법인의 아파트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연이어 대책을 발표했다. 6·17 대책에서는 법인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7·10대책에서 법인을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율과 취득세율을 대폭 올렸다.
당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율은 지난해 9월 0.83%까지 떨어졌고, 매매 비율 역시 지난 2월 6.0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얼어붙은 법인 매매는 그러나 지난 3~4월을 지나면서 빠르게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6·10대책이 나온 후 1년 3개월 만에 원상 복구됐다.
거래량 자체도 적지 않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법인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법인이 1년간 전국적으로 매입한 주택은 모두 4만6858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동산 매매업 또는 임대업을 하는 부동산 법인이 주택을 매수한 건은 3만6500건으로 전체 법인 매매의 80%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법인 규제에도 법인 매매가 되살아난 까닭을 여전히 법인으로 매매하는 것이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개인의 경우 양도세율이 최고 70%인 데 비해, 법인의 경우 단타 거래를 해도 기본 세율 10~25%에 최대 20%포인트가 더해져 최고세율이 45%”라며 “(45%도) 여전히 높은 세율이지만 개인의 양도세율에 비하면 부담이 덜해 법인으로 투자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년에 개인 양도세를 손봐 양도세율을 내리기 전까지는 법인을 통한 아파트 매매 증가추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 축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양도세와 함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는 취득세 중과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법인들의 투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집중된 청주·충주·제천의 충북은 지난 1월 법인 매매 건수가 282건에서 9월 672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의 법인 매매거래는 181건에서 105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다만 고준석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법인과 외지인들의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 매집 사례를 정밀 조사하기로 해 저가 아파트에 대한 법인의 매수세는 다소 사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법인의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는 잘못됐다면서도 법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법인 등록을 원천 봉쇄하지 않는 한 법인의 부동산 투자를 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전체 거래량을 따져보면 법인의 투자 비율은 매우 낮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국소적으로 나타난다”면서 “지난해 법인 거래가 크게 줄었어도 집값 상승률은 오히려 더 가팔라졌다. 법인을 잡는다고 시장이 안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고준석 교수는 “규제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지거나 풍선 효과가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일부 법인의 잘못된 행태는 규제로 잡을 것이 아니라 공급을 통한 미분양으로 손실을 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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