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의 김헌동 힘 싣기? "반값 아파트, 강남 3억대 가능" 근거는
김성달 경실련 국장 "무주택자 위한 정책 해야"
김헌동의 서울시 집값 해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현 정부 국토부·여야 대선공약에도 포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장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이동하게 된 김헌동 신임 사장이 취임과 함께 '5억 원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부동산 대책으로 제시했다.
김헌동 사장이 몸 담았던 경실련의 김성달 정책국장은 17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SH뿐 아니라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하겠다는 게 공약에 들어 있다"며 "무주택자들을 위한 정책에서 소통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통계청에서 어제 2020년 주택 소유 통계를 발표했는데 무주택자와 다주택자가 더 늘었고, 주택 보유율은 더 떨어졌다"며 "주택은 계속 공급하는데 다주택자가 계속 사재기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토지 공공보유 유지...건물값만 받아 분양"
김헌동 SH사장이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구현하기 위해 내세우는 방식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서울 시내 집값이 비싼 것은 입지 문제이기 때문에 국공유지의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유지하고 그 위에 집을 지어 건물값만 받아 싸게 분양한다는 개념이다. 입주자는 토지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40년 임대로 살 수 있고, 계약을 갱신하면 80년까지 가능하다는 게 경실련 측의 설명이다.
김 국장은 "소비자는 건물값만 부담하고 토지 임대료는 월 임대료 조성원가 수준으로 낼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기존의 공공 아파트 분양가보다 더 떨어지고 반값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다달이 임대료가 나가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국장은 "지금 서울 집값을 내려면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아야 되고, 대출 이자 비용들이 매월 나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그런 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토지임대료는 오히려 더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공급이 시도된 바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서는 'LH 사태' 책임을 지고 짧은 임기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적극 확대를 주장한 정책이다. 대선후보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주택'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원가주택'도 사실상 땅값을 빼고 건물값만 받는다는 개념 면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해석된다.
강남구 반발 예고... "유주택자 민원만 받아서야"
김성달 국장은 강남에 '5억 원 아파트'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경실련은 3억 원도 가능하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과거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들었다. "이명박 정부 때 강남·서초 보금자리에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아파트를 LH가 공급했는데 31평 건물값이 1억5,000만 원이 채 안 됐고, 월 토지 임대료가 31만 원이다"며 "그 당시 한 평당 600만 원 정도에 공급이 된 거고, 저희는 그때도 비싸다고 했다. 공공에서 거품을 빼는 노력을 하면 지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 내 '5억 원 아파트'의 사업 부지로는 "서울의료원 부지, 세텍(서울무역전시장) 부지, 수서공영주차장 부지 등 국공유지가 가능하다"면서 "국토부가 2020년에 발표한 8.4 대책에서 서울 시내 11만8,000호 정도가 국공유지를 활용해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시민을 위한 주택을 나오게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지는 김헌동 사장도 10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장소지만 강남구는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불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사업'이 계획돼 있고 세텍 부지 또한 비슷한 개발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김 국장은 "유주택자들의 집값 하락의 우려에 대한 민원만 해결하고자 한다면 서울 시민을 위한 정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수요자, 비싼 돈으로 무리해서 들어가니 시세차익 요구하는 것"
경실련과 김 국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거 토지임대부 주택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토지임대부 공급의 대표 사례인 강남·서초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분양가 대비 10억 원이 뛴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앞으로 새로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공공 환매만 가능하도록 법을 바꿨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새로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소유권을 완벽하게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세차익'을 얻기 쉽지 않다는 게 외려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김 국장은 이 순서를 거꾸로 봤다. 구매자들이 시세차익을 원하게 되는 것이 현재 집값 수준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수요자들이)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는 것은 너무 비싸게 사셨기 때문이고, 대출, 영끌까지 해서 무리해서 들어갔는데 떨어지면 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면서 "시세차익을 요구하는 것이 고분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서초 보금자리 주택에 가 봤는데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제 입주자들은 내가 원하면 평생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원가의 적정 분양가로 들어가면서 평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원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신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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