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78] 여수 서대찜
맛있는 것은 그냥 두지 않는다. 제철을 연장하거나 무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그것도 안 되면 철을 넘나드는 조리법을 만들어낸다. 계절에 많이 생산되는 식재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여수 서대 조림은 어디에 속할까. 제철에 잡아 급속 냉동했다가 해동해서 회무침을 하거나 말렸다가 조림을 한다. 생물로 탕을 하는 것도 좋지만 꾸덕꾸덕 말려서 쪄내면 딱딱하지 않고 푸석푸석함도 없다. 반찬이나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일부러 점심시간이 지난 시각에 가게를 들렀다. 바쁠 때 혼자 가면 미안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없다. 생각대로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칠순의 안주인은 조금만 일찍 왔다면 자리가 없었을 거란다. 섬마을이 고향인 주인은 친정어머니에 이어 2대에 걸쳐 서대만 만지고 있다. 여수에서 가장 흔한 서대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지금도 서대회와 찜뿐이다<사진>.
“서울 놈들이 찜도 잘 먹고 회도 잘 먹네.” 마실을 나온 이웃 할머니가 그릇을 싹 비우고 나간 서울 손님들을 보고 한마디 했다. 전주에서 왔다는 열댓 명도 서대찜과 서대회를 맛있게 먹고 나갔다. 2인분을 시키고, 조리를 하는 동안 비법을 물으니 특별한 것이 없고 ‘그냥 한다’고 답한다. 그리고 식초는 직접 막걸리 식초를 만들어 쓰고, 액젓은 섬으로 이루어진 여수 남면에서 어장을 하는 분에게 부탁해 가져온단다. 식초와 액젓이면 음식은 끝 아닌가. 손맛이야 어머니 때부터 했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다.
반찬은 돌산 갓으로 만든 물김치와 양념 김치 두 종류에 콩나물무침과 멸치 그리고 홍합을 넣은 미역국이다. 늘 같은 반찬이다. 음식이 나올 무렵 나이가 많은 부부가 아들과 함께 들어왔다. 주인과 잘 아는 사이인지 서로 안부를 물으신다. 손님은 이곳에서 서대회무침을 먹고 나서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며 찾으신다고 한다. 내가 찜을 먹는 것을 보고, 회도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그릇에 덜어주었다. 단골집에 가면 나눌 수 있는 이야기와 정이 있어 좋다. 너무 맛있다는 말에 안주인이 문을 열고 “먹고 싶으면 자주 와. 나 죽고 없으면 후회하지 말고”라며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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