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임금명세서' 무조건 줘야 한다..내 월급 꼼꼼히 따져보세요

박태우 2021. 11. 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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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뉴스AS] 근로기준법 시행령 의결..19일부터
고용노동부 제공

“병원에서 일합니다. 월급 통장을 보고 야간수당, 휴일수당 일부 금액이 빠진 것 같아서 병원에 연락했더니, 병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추가 나이트근무를 한 것도 빠져있고요. 월급명세서도 주지 않아서 확인할 길이 없는데,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2021년 9월)

“아웃소싱 도급직으로 일합니다. 7월부터 월급이 갑자기 줄어들어 회사에 전화했더니 주 52시간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동료들과 같이 계산을 해봤는데도 이상했지만 다음 달 월급을 보고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월급도 50만원 적게 들어와 회사에 얘기를 했더니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매달 26일 이상 근무하고, 특근과 연장도 많은데 억울합니다. 급여명세서에는 자세한 내용이 쓰여 있지 않습니다.” (2021년 9월)

평소보다 적은 월급을 받았는데 제대로 지급됐는지 알 길이 없는 노동자들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상담한 내역이다. 하지만 오는 19일부터는 이러한 분쟁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사업장 규모·업종·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공제내역이 적힌 임금명세서를 임금 지급 때 노동자에게 함께 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내용을 담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19일부터 시행된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임금명세서 교부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모든 노동자에게, 카톡메시지로도 가능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 등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는, 일용직·시간제·전일제 등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19일 이후 임금지급분부터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 임금명세서에는 △이름·생년월일·사원번호 등 노동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임금 지급일 △임금 총액 △기본급·수당·상여금·성과금 등 임금의 구성항목별 금액 △출근일수·노동시간 등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의 구성항목별 계산 방법 △근로소득세·고용보험료 등 공제 항목별 금액 등 공제내역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명세‘서’인 만큼 ‘서면’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서면에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포함된다. 임금명세서에 들어갈 항목들이 모두 포함됐다면 “홍길동 님께 2021년 11월25일에 총 48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2021년 11월 총 근로시간 48시간에 대해 시간당 1만원 지급하였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관계없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부는 임금명세서 작성 프로그램을 노동부 누리집에 탑재해 인사노무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사업장의 임금명세서 작성을 돕기로 했다. 임금관련 정보를 누리집에 직접 입력하면 임금명세서가 자동으로 작성돼 피디에프(PDF) 파일로 저장되는 형태다. 제공된 엑셀서식에 맞게 정보를 입력한 뒤, 파일을 업로드 하면 한번에 노동자 여러명의 명세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

위반 땐 과태료…기존 명세서도 보완해야

시행령은 사용자가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으면 1차 30만원, 2차 5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금명세서에 기재사항을 적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교부한 경우에도 위반횟수에 따라 20만·30만·50만원의 과태료를 차례로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위반 사실이 확인된 뒤 25일의 시정기간을 줘서 충분한 기간 안에 시정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인사·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장의 처지를 고려하는 한편, 법 개정의 목적이 ‘임금명세서 교부’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현재 임금명세서를 교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항들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 기준에 따라 임금명세서 양식을 수정해야 한다.

휴대전화 문자를 활용한 전자적 형태의 임금명세서 작성 예시. 고용노동부 제공

임금체불 등 상황서 분쟁 최소화 기대

이미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이름·임금 계산법·근로일수·근로시간·임금항목별 액수 등을 임금대장에 기록할 의무를 부과한다. 하지만 임금대장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노동자들이 임금대장에 접근할 수 없거나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숱했다.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어떻게 계산된 임금을, 어떻게 줬는지에 관한 분쟁이 많이 발생했다. 임금명세서를 임금을 지급할 때마다 교부하면 이런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노동부는 전망한다. 이미 영국이나 호주 등은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유사한 내용의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월급을 수백, 수천만원씩 체불 당해도 임금명세서가 없고 입증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월급을 떼인 직장인들이 너무 많았다”며 “정부가 시행 초기 모든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 지급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강력한 제재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내 임금, 제대로 준 것 맞나 확인하려면

제도의 취지가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애초 계약한 대로 일한 만큼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 만큼, 노동자들이 임금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임금 총액만 확인할 뿐, 지급 내역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경우엔 그 구체적인 계산식을 적도록 하고 있다. 초과근무수당 지급의 기본은 ‘통상임금’인데, 대법원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하는 임금항목이라면 통상임금으로 본다. 기본급이나 직무수당·직책수당이 이에 포함되며, 별다른 조건 없이 지급하는 식대·교통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가족수당의 경우 부양가족 숫자에 따라 달리 지급된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다.

이렇게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항목을 모두 더한 뒤, 유급주휴시간을 포함한 소정근로시간(주 40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는 월 209시간)으로 나눈 것이 통상시급이 된다. 이 통상시급에다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한 시간을 곱하고, 다시 1.5를 곱하면 각 수당을 계산할 수 있다.

대체로 기업들은 임금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항목을 제외하는 방식을 써왔는데, 임금명세서를 받은 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항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 관련 분쟁 발생할 듯

포괄임금제는 각종 수당과 기본급을 합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포괄임금제는 기본급과 고정 초과근로수당(이른바 ‘고정OT’)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한달에 20시간을 연장근로하기로 미리 약정했다면, 이에 대한 수당을 미리 지급하고 20시간 만큼 일하지 않더라도 20시간분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정오티로 책정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했다면 추가분에 대해선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고정오티 ‘시간’이 몇 시간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들이 있는데, 노동부는 “근로계약 당시에 고정오티 시간을 서로 확인하고 계약했기 때문에 임금명세서에 그 시간이 몇 시간인지 적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지급받는 고정오티 수당이 몇 시간 책정돼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포괄임금제가 아니더라도 노동시간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많다. “연장근로수당 288,000원 = 16시간(연장근로시간)×12,000원(통상시급)×1.5”처럼 임금명세서에 초과근로수당에 계산식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업주와 합의된 근로시간 측정에 대한 시스템이 없는 경우, 자신의 근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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