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 조사에.. 걱정 커진 지방중소도시

유병훈 기자 2021. 11. 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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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하는 사례를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한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투기성 자금이 몰린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지방 중소도시가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당장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환금이 어려워 손실까지 감내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저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해 자금 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검토한 후 이상 거래를 선별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의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건이었는데, 그중 법인 6700여개가 2만1000건(8.7%), 외지인 5만9000여명이 8만건(32.7%)을 매수했다. 전체의 40%를 웃도는 셈이다. 국토부는 법인·외지인들의 매집 행위에 거래가격이 상승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번달 1~9일 사이 전국의 실거래가 기준 1억원 미만 아파트의 매수 비중은 34.1%로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만 해도 19.3%였는데 한 달 새 15%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이번달 말까지 비율이 다소 변동할 수는 있으나 추세 자체는 큰 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거래가가 1억원 이하인 경우 공시가격도 1억원 이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토부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 자금이 몰린 가장 큰 이유는 다주택자와 법인이 세금 규제를 피해 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7·10 대책은 다주택자·법인이 주택을 매수할 경우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까지 중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주택은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후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자 투자 수요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에 쏠리면서 그동안 부동산 열풍에 빗겨 나 있던 전국의 중소도시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직방에 따르면 시·도 지역 중 실거래가 1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충북(55.6%)이었고, 이어 ▲경북(53.6%) ▲전북(45.4%) ▲전남(43.2%) ▲강원(40.6%)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1.4%에서 이번달에는 4.2%까지 치솟았지만, 비수도권 기타 지역보다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이들 지역은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도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에 따르면, 10월 첫째주 대비 11월 첫째주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시·군·구 중 7곳이 비수도권이었고, 그중 충북 제천(2.48%)과 충주(2.22%)가 각각 2위와 5위였다.

제천 청전동 덕일 아파트 84.12㎡는 지난 3월 8200만원(3층)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1억5300만원(3층)까지 두 배 가까이가 됐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 역시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8000만원 선이다.

1억원 이하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다른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충주 중앙탑면 용전리의 미진 이지비아 전용면적 59.99㎡는 지난 6월만 해도 1억7000만~1억8000만원선에서 거래됐는데 지난달 말에는 2억3500만원(8층)까지 올랐다. 전세가격이 지난 6월 1억5000만원(3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0만~3000만원으로 갭투자 했을 시 5000만원 가량의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의 공시가격은 1억~1억1000만원 선이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이들 지역이 정부의 조사 방침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매수세가 몰린 현지에서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충주 중앙탑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하루 한 두통씩은 오던 외지인들의 매수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면서 “앞으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들이 어찌 될 것으로 예상하냐는 전화만 가끔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당장 시장이 요동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중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주택 실수요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투자 목적의 외지인·법인 가수요자들도 갑자기 매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가수요 유입이 갑자기 멈추면서 거래가 끊어지니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라도 쥐고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정부가 실태 조사를 시작한다고 외지인·법인들의 투자를 불법으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처벌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실태 조사만으로 매물을 내놓기엔 최대 70%에 달하는 단기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원래도 차익 목적의 부동산 투자는 1~2년은 지켜보고 매도하곤 했다”면서 “2년 후에 시장이 침체하거나 급락하리라는 전조도 없는데 먼저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차익 목적의 가수요 투자자들이 향후 곤란을 겪을 수는 있는 상황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매물을 내놓아도 매수세가 지금보다 줄어들어 아파트가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가 손실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전문위원 역시 “지방 저가 아파트 시장은 수도권과 달리 수급 상황이나 시장 경기에 더 예민하기 때문에 환금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면서 “가급적 실수요자의 영역으로 봐야지, 투자목적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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