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요 '향수' 부른 가수 이동원 별세
[경향신문]
1970년 데뷔 ‘음유 시인’으로 명성
원로 개그맨 전유성씨 임종 지켜
동료가수·팬들 22일 추모음악회
국민가요 ‘향수’를 부른 가수 이동원씨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유족은 “고인이 14일 오전 4시10분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다. 암 치료로 유명한 병원들을 찾았으나 외과적 수술을 시도할 수 없을 만큼 병세가 심했다. 식도암 말기 투병 중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고인의 임종은 원로 개그맨 전유성씨가 지켰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서울 명동에서 음악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씨가 2004년 경북 청도에 정착하고 전씨가 청도에 코미디 전용극장을 조성하며 지역의 공연문화를 살리는 데 의기투합했다. 투병 중 이씨는 지리산 자락으로 거처를 옮긴 전씨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시를 노래하는 가수’ 이씨는 1970년 솔로 가수로 데뷔해 1989년 테너 박인수씨와 함께 ‘향수’를 노래하며 대중가수와 클래식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정지용의 시에 작곡가 김희갑씨가 멜로디를 붙인 ‘향수’는 세대 불문 국민가요로 애창됐다. 당시 ‘향수’로 인해 시에 곡을 붙인 가요가 유행했고 이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활발한 장르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가을 편지’를 비롯해 ‘이별노래’ ‘지난 겨울’ ‘가버린 계절’ 등 고인의 서정적인 포크송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왔다. 당초 고인의 지인과 팬들은 오는 22일 ‘이동원을 위한 사랑의 음악회-아모따(아름다운 마음 모여모여 따뜻한 사람들)’를 열 계획이었다. 투병 중인 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음악회였다.
음악회 추진을 맡은 방송인 정덕희씨는 “음유시인 이동원의 노래는 1980~90년대 거친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다”며 음악회를 일주일 앞두고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 공연은 추모 음악회로 치른다고 전했다. 추모 음악회는 동료 가수 조영남, 김도향, 임희숙, 윤형주씨가 함께할 예정이다. 오는 22일 오후 6시 서울 청담동 ‘루카511’에서 열린다.
고인의 빈소는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 15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 장지는 일산 청아공원. 유족은 근조화환은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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