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싸움도 경찰 통해 화해.."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 필요해"
당사자 간 화해 어렵게 만들어
부모, 갈등 풀려 경찰에 신고 '역설'
법정行 전 피해자와 회복적 대화 필요
18개월간 접수된 5건 중 1건 학폭
"학교 학폭 대응, 회복적 접근 전환을"
결국 A군과 B군 부모는 경찰서가 주관한 ‘회복적 대화모임’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경찰관과 상담 전문가가 중재하는 이 자리에서, A군과 B군은 그간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던 사정을 털어놨다. A군 부친과 B군 부모도 서로 만나길 원했으나 학교에서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양측은 이런 대화를 거친 뒤 앞으로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할 수 있었다. 이들은 대화모임이 끝나고 그 결과에 만족하면서도, 그간 학교 측이 보인 대응에는 쉽사리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양측 가족은 “왜 아이들끼리 다툰 일로 경찰서까지 와야 하느냐”라며 “이런 대화는 학교에서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이는 오는 16일 경찰청·회복적대화 전문기관·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피해자포럼이 공동 주최하는 ‘경찰청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 발전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좋은교사운동 회복적생활교육센터 박숙영 소장이 발표할 사례다. 현재 회복적 경찰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 내에서 학생과 그 가족 간 대화를 통해 화해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사소한 학교폭력 사례가 경찰 단계에서 다뤄지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소장은 16일 ‘회복적 경찰활동과 학교폭력’이란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발표문을 통해 “대부분 학교폭력 사안이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회복적 대화모임이 경찰에서는 되는데, 학교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회복적 경찰활동 1593건 중 학교폭력 사례는 356건으로 22.4%를 차지했다.
박 소장은 “학교폭력 문제로 민원이나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교사의 책임소재는 ‘학교폭력예방법 절차 준수 여부’에 달리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교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사안처리 절차와 매뉴얼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회복적 접근을 가장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일부 개정돼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게 됐고, 가·피해자와 그 가족 간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가능해졌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회복적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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