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충청대망론' 힘 받을까

박명규 충청투데이 서울본부 정치부 부국장 2021. 11.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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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되자 충청권은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충청인들의 가슴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충청대망론 대선주자로는 그동안 고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시작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있었다. 그들 모두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그러한 아쉬움이 여전히 충청인들에게 남아 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충청인들 저변에서 충청대망론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그런 충청인들의 한을 윤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풀어줄 수 있을까?

윤 후보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윤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고향이 충청이 아니다’라는 일부 주장도 있다. 충남에 터를 잡은 윤씨 소정공파 35대손인 윤 후보는 본인은 충청인이고, 뿌리는 충청도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기존의 충청권 대선후보들처럼 충청대망론을 기치로 내세우며 충청인들의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가 대권 출마를 선언한 이후 행보를 보면 충청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월 6일 대권 선언 후 첫 민생 행보 지역으로 대전 현충원과 유성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록 첫날인 8월 30일 천안과 세종, 논산을 찾았다. 다음날인 31일에는 육영수 여사의 생가인 충북 옥천과 국민의힘 충북도당, 청주 육거리 시장을 방문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월 30일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저희 부친부터 선대로 약 500년 동안 충청도에서 살았다. 저 역시 충청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며 충청인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충청의 아들로서 충청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잘 살고, 국방을 튼튼히 해서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드리겠다”며 “약 500년 조상의 고향인 충청의 피를 타고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충청인임을 재차 강조했다. 윤 후보는 경선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11월 2일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했다. 그리고 3일 뒤인 5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에서 윤 후보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에서 47.85%를 얻어 41.5%에 그친 홍준표 의원을 누르고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7월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학생들과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대전 유성구 라도무스아트센터에서 충청ㆍ대전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윤석열 페이스북·윤석열캠프 제공


■충청권 의원들 윤석열 지지 표명

아산 현충사를 윤 후보와 동행했던 이명수 국민의힘 4선 국회의원(충남 아산갑)은 “충청도의 오랜 열망인 충청대망론이 이번에 실현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 후보가 국정 전반에 식견을 쌓고 있는데다 리더로서의 판단력도 합리적”이라며 “새로운 차원의 국정 리더십을 가졌기 때문에 정권교체 열망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 충남도당위원장으로 지역선거를 총괄하겠다. 충청을 이기면 본선에서 이긴다”며 “충청사수를 위해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종배 3선 국회의원(충북 충주)은 “윤 후보가 정치경험이 짧아 실수도 있었지만 인품과 본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이 이해하고 후보로 뽑아주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가 국민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상황에서 내로남불 기성 정치인보다 신선한 새로운 정치인, 혼자 거대 여당, 문재인 정권과 싸워온 신인 정치인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대장동 문제를 비롯해 음식점 총량제,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맞지 않는다. 국민이 그런 정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충청도에서는 대통령이 한분도 없었고, 대통령 후보는 이인제 의원, 이회창 총재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당선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윤 후보도 충청의 아들이니 충청에서 힘을 모아 충청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청도의 발전과 망국적 영호남 지역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하나로 통합하고 화합을 할 후보는 윤 후보”라며 “이번에는 충청인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충청도에서 힘을 모아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본선 경쟁력도 희망적”

윤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도 희망적 전망이 우세하다. 성일종 재선 국회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윤석열 vs 이재명’ 후보 선거구도에 대해 “지역구도로 볼 때 가장 선명한 구도를 갖고 있어 윤 후보가 영남의 지지를 받고 있어 안전하고 확장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성 의원은 “영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충청 후보를 선택해 선거구도 측면에서는 환상적”이라며 “검찰총장을 하면서 구축한 신뢰와 공정, 정의 이미지와 부패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세력과 대결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구도”라고 전망했다.

원희룡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충북 청주 출신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윤 후보 선출 직후 처음으로 나온 여론조사(11월 7일·뉴데일리·PNR)를 보면, 윤석열 후보의 서울, 경기, 충청 지지율은 대체로 고르게 나오는 데 반해 이재명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유난히 낮게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수많은 선거전에서의 흐름으로 볼 때 우국충절의 고장인 충청에서는 좀더 품위 있고 국민을 넉넉히 품는 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이미지 면에서 현재로서는 윤 후보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 출신의 수도권 거주자 60대 김환구씨는 “충청인들 마음속에는 충청 출신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과 응어리가 남아 있는데, 이러한 마음이 윤 후보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검찰총장 사퇴 후 첫 정치 일정으로 대전을 택한 것도 충청인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도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50대 이필희씨는 “윤 후보에 대한 충청대망론은 일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논리”라며 “합리적인 충청도민들이 윤 후보를 충청대망론 적격자로 볼 것인지, 투표에서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박명규 충청투데이 서울본부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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