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연속 집값 하락 세종..외지인도 떠났다

이덕연 기자 2021. 11. 13. 0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아파트 건설현장/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해 1월 최고가가 2억 7,000만 원이었던 세종특별자치시 고운동 ‘가락 5단지 유승 한내들’ 전용 59㎡는 올해 초 5억 5,000만 원(14층)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일어 세종시 일대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1년 새 가격이 두 배 넘게 뛰었다. 가격상승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가격 내림세가 시작돼 지난 9월 연중 최고가 대비 5,000만 원 내린 5억 원(19층)에 거래됐다. 인근의 ‘가락8단지고운뜰파크’ 전용 74㎡또한 연초에는 최고가가 5억 9,500만 원(4층) 이었지만 이후 가격이 떨어져 지난달 5억 4,300만 원(4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16주 연속 아파트값 하락···이번주에는 0.10% 급락

세종 일대 아파트값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정치권 일각에서 행정수도 논의가 나오며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집값 상승률을 보였지만, 올해 중순에 들어서는 각종 통계에서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며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늘어난 입주 물량, 낮은 전세가율 등을 세종 지역 집값 하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통계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세종 아파트 가격은 그 전 주 대비 0.10% 하락했다. 0.09% 하락한 7월 마지막 주 이후 16주 연속 가격이 하락하며 공고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월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세종 아파트값은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했고, 아직 통계가 발표되지 않은 10월에도 하락한 수치를 보일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를 통틀어 44.93% 급등하며 연간 상승률 기준 전국 1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공급 증가에 낮은 전세가율, 소득 대비 높은 집값···'삼중고'

한국부동산원은 이 같은 하락세의 배경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느는데다 추가 공공택지 개발까지 이어지는 영향을 꼽았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7,668가구로, 지난해 기록한 5,655가구보다 많다. 특히 이번 달에는 집현동에서만 2,374가구가 입주한다. 이는 세종시의 올해 월간 최대 물량이다.

공공택지 개발 계획으로 인해, 추후에도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2·4대책의 후속 조치로 연기면에 6,000가구, 조치원읍에 7,0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잡혀 있는 물량에 신규 택지 개발로 인한 추가 물량까지 몰리며 공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낮은 전세가율도 주목해야 할 지표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대출을 통해 집을 사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세는 주택 매입의 발판이 되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의 전세가율은 지난 9월 기준 43.4%로 전국 평균인 58.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자금 여력이 없다면 대출로도, 전세를 통해서도 세종 지역 주택 매입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앞으로도 위축될 여지가 있는 이유다.

또 한가지 짚어볼 지표는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등재된 ‘주택구입부담지수’다. 세종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달 기준 140.4로 전국 평균인 68.3의 두 배가 넘고, 서울(172.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 지표는 중간 소득 가구가 표준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주택을 사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로, 값이 높을수록 보통의 소득을 얻는 가구가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사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지인 매수 비율 하락 시작···앞으로도 반등 쉽지 않아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추후 상승 요인은 제한되자 세종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 비율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 매수인 중 세종시 이외에 거주하는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 51.0%를 기록한 이후 7월(44.5%)까지 꾸준히 40% 이상을 유지했지만, 집값 하락이 시작된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8월에는 14.0%, 9월에는 21.7%를 기록했다.

각종 악재가 겹치는 모습이지만 국회의사당 이전과 광역 교통망 구축이라는 호재 또한 있어 전문가 의견은 혼재된 상황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장의 정상 거래가 아닌 정부 정책과 투자 심리의 왜곡이 빚어낸 부동산 시장의 일그러진 단면을 세종시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실거주장으로 주택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세종은 전세가율이 너무 낮아 투자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잃었고, 그 영향으로 외지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시에서 올해 아파트 공급이 늘었고, 또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고점 인식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됐다"면서도 "세종 인근 지역 집값의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상급지인 세종의 집값도 하방 지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